전쟁과 같은 무력한 상황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기력해집니다. 특히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지역에는 도움의 손길조차 뻗기 어려워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죠. 그래서 후후레터 vol.12에서는 지금 우크라이나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고통에 마음과 연대를 보내고, 전쟁 반대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는 전쟁없는세상, 우크라이나와 국경 인근에서 긴급한 의료지원을 진행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보내온 소식을 전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지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Q.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병원, 유치원 등이 붕괴되는 등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국경없는의사회는 오랜기간 우크라이나에서 결핵, HIV 치료를 제공하고 무력 충돌로 영향을 받은 동부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지난 2월 말부터는 기존 활동을 중단하고 긴급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폴란드, 몰도바, 헝가리, 슬로바키아, 러시아, 벨라루스에도 팀을 파견해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와 관계없이 의료적∙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보니 의료지원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경우 포격과 총격전, 공중폭격이 계속되고 있고, 3월 9일에는 병원까지 공격을 받으며 응급환자 치료가 매우 제한된 상황입니다. 주민들이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고, 식수나 식량, 전기, 의약품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눈을 녹이거나 난방용 배관에서 물을 빼내 식수로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3월 12일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약을 구할 수 없는 환자들이 사망에 이르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다”고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역의 병원이 전쟁 부상자와 만성질환자를 치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3월 9일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우크라이나에 파견한 이동진료소의 모습입니다. ©Peter Bräunig 국경없는의사회

©Peter Bräunig 국경없는의사회

 

Q. 우크라이나와 인접국에서 의료 지원을 긴급히 확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현재 우크라이나와 모든 인접국에 긴급구호팀을 파견해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경에서 긴 대기 행렬을 이루고 있는 피란민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진료소를 설치했고, 우크라이나에서 24시간 활동하고 있는 팀에 숙련된 긴급 구호 및 의료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의약품과 물자, 인력 등을 보내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전쟁 부상자와 만성질환자 치료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병원과 긴밀히 연락하여 수술 키트와 중환자실 및 수술실 필수 물품 등 의료 물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외과 치료와 응급처치, 피란민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까지, 다양한 활동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Q.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다보니 안타까움과 함께 무력감이 강하게 드는데요. 아마 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텐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떤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50년 간 전 세계의 분쟁, 전염병, 자연재해 현장에서, 또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 활동해왔어요. 오랜 시간동안 변하지 않은 단체의 원칙은 바로 “국적, 인종, 종교, 성별,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오직 의료적 필요에만 근거해 가장 도움이 시급한 사람들을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어떤 정치적∙ 경제적 영향도 받지 않고, 가장 극심하고 긴박한 위험에 처한 환자들을 돕기 위해 인도적 위기 현장의 최전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우크라이나 의료 구호를 위해 계획 중인 활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환자들의 필요와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의약품을 적절한 병원에 적시에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려 합니다. 공습과 폭격이 계속되는 지역에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을 제공하는 일이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대응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위해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몰도바, 슬로바키아 등 인접국의 국경 지역에서도 계속해서 피란민을 위한 의료지원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전쟁없는세상, 전쟁의 고통을 견뎌내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고, 연대해요.

Q. 지난 2월 28일, 전쟁으로 고통받아 온 사람들을 상징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하셨습니다. 퍼포먼스의 의미와 맥락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모인 참가자들과 함께 사이렌 소리에 맞춰 땅바닥에 드러누워 항의를 표현하기 위해 진행한 퍼포먼스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죽고 다친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을 기억하는 의미였고, 전쟁에 대한 항의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차가운 땅바닥 위에 누워 사이렌 소리를 가만히 들으면서 전쟁의 고통을 견뎌내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시민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연대하겠다는 마음을 다졌습니다.

전쟁 반대 피켓을 들고 모여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모습

400여 개 한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전쟁없는세상


Q. 우크라이나에서 사상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현재 키이우에서 들려온 소식들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유엔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3월 12일 기준)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166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쟁을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난 난민들도 250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병원과 학교 등 필수 민간시설에 대한 폭격이 이뤄지고 있고, 피란민을 향해서도 공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확산탄이 사용되었다는 제보도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확산탄은 하나의 포탄 안에 작은 탄두 수백 개가 들어있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입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살상과 파괴를 일삼으며 사람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았습니다.

Q.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다보니 안타까움과 함께 무력감이 강하게 드는데요. 아마 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텐데 활동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활동을 진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에 저항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전쟁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평화단체 ‘World Beyond War’의 유리 셸리아첸코는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내거나, 도로 표지판을 변형하거나 없애며 군사행위에 비폭력으로 맞서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있습니다. 군사적 수단이 아닌, 평화적 수단으로 군대에 맞서는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쟁에 저항할 힘은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반전집회에 참가한 수천 명을 체포했음에도, 계속해서 전쟁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끝내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을 끝내는 일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시민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에서의 승자는 오직 전쟁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이들 뿐입니다. 이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은 일반 시민들의 몫이고, 그렇게 할 힘이 우리 안에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Q. 전쟁 없는 세상, 또 평화적 가치를 뿌리내리기 위해 개개인이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요?

A. 전쟁에 참여하고 협조하는 사람이 없으면 전쟁은 수행될 수 없습니다. 병역거부, 시위, 파업, 캠페인 참여, 탄원서 제출 등 개인이 전쟁과 군사행위를 거부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전쟁없는세상이 진행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전쟁은 하루아침에 촉발되기 보다는 일상 곳곳의 차별과 억압, 혐오 등이 축적되어 극단적인 폭력으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만드는 구조 속에서 폭력을 발견하는 감수성과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Q.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계획중이신 활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쟁없는세상과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한시적으로 꾸린 연대체 ‘우크라이나 평화행동’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엽니다.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요. 자세한 안내는 전쟁없는세상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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