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모두를 행복하게 하죠. ‘연과’처럼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찾아오셨어요.”
북한산 봉우리가 보이는 녹번동 골목길. 정갈한 간판이 눈길을 끄는 ‘연과점 하루’에서 권지공 기부자를 만났다. 그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 안에는 고소하고 달콤한 ‘연과’ 냄새가 가득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권지공 기부자가 내어준 ‘연과’를 맛보았다. 캐러멜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말랑 쫀득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연과(軟菓)는 18세기 조선 시대 고문헌에 등장한 한과의 한 종류에요. 부드러운 연(약)과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했죠. 건강하고 맛있는 과자를 만들고 싶어서 우리나라 각 지역 특산물을 엄선해서 만들었고요.”
재료 선정부터 포장까지 정성이 대단하다. 권지공 기부자는 모든 공정을 100% 수제로 제조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연과 하나에 담긴 정성과 진심은 수많은 고객의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연과점 하루는 다양한 기업, 브랜드와 콜라보 기회를 얻었다. 네이버 해피빈 펀딩도 그중 하나다. ‘작은 가게 오래 가게’에 연과점 하루가 선정되었고 해피빈 펀딩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나게 됐다.
해피빈 펀딩의 수익금 10%를 기부하다
“작은 브랜드를 세상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 기꺼이 참여했죠. 보통 펀딩을 하면 어느 정도 수수료를 떼는데 해피빈은 비영리라 수수료나 광고료 등을 취하지 않아요. 홍보 효과도 있고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제안이었어요.”
펀딩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237%의 펀딩률을 달성했고, 216명의 서포터가 연과를 구매했다. 권지공 기부자는 2022년 3월. 네이버 해피빈 펀딩 수익금의 10%를 아름다운재단의 교육영역기금, 그 중에서도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일시기부 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는 물음에 그는 수수료만큼 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웃어 보였다.
“해피빈 펀딩에 참여할 때부터 기부를 생각했어요. 평소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하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길러보니 보호자와 부모의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면서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돕는 일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정성스러운 마음이 열여덟 어른에게 닿기를
연과점 하루가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것처럼, 도움이 절실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권지공 기부자. 그들의 실질적 자립을 돕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접한 기부자와 대중의 인식이 변화한 것을 계기로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편견을 딛고 세상으로 나오기를 간절히 응원하고 있다.
“서로 기대고 있는 모양의 한자어 사람인(人)처럼 평생 서로 돕고 사는 게 우리의 삶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열여덟 어른 캠페인처럼 좋은 기획이 많아져서 평소 눈에 보이지 않았던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가는 이어가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차와 어우러지면 더 깊은 맛을 내는 연과처럼 따뜻한 마음을 담은 기부는 살아가는 맛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줄 거라 믿는다는 그는 나눔에 대한 자기 생각을 들려주었다. 나눔이란 내가 누군가를 돕고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도 기회를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나눔은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나눔을 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내 삶의 의미가 생기죠. 그렇다면 나눔은 내가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고 베푸는 것임과 동시에 나에게도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와 삶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기회이기도 하거든요.”
기부는 ‘나눌 기회를 주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나눔이라고 생각하면 망설여지지만, 세상이 나에게 나눌 기회를 주는 것이라 여기면 기부가 훨씬 즐거워지고, 기부에 관한 생각이 바뀌게 된다는 이야기다.
“기부는 내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줘요. 기부하고 나면 적어도 어디 가서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건강한 삶의 지표가 생기는 거죠.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자연스레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요? 다만 기부에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 망설여진다면 기부할 타이밍이 아닌 거죠. 자연스레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오면, 과감하게 한번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씹을수록 달콤한 맛과 원재료의 풍부한 맛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연과점 하루의 ‘연과’처럼 그의 나눔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가게 유리창에 새겨진 ‘연과를 선물 받는 사람의 하루와 마음을 담은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의 하루가 소중하고 기쁜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라는 글귀에 시선이 머물렀다.
‘기부로 따뜻한 마음을 선물 받는 사람의 하루와 마음을 담은 기부를 준비하는 사람의 하루가 소중하고 기쁜 날로 기억되길’ 바라는 권지공 기부자의 따뜻한 음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글 : 김유진 | 사진 : 김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