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은계 커뮤니티센터 건강의 집 방문의료팀 이야기

“어머, 어르신 오셨어요? 혈당 재시려고요?”

경기도 시흥시에 자리잡은 은계마을 LH7단지. 주민들의 주거지이자 지역 노인들의 곁에서 건강을 돌보는 은계 커뮤니티센터 건강의 집(이하 건강의 집)이 보입니다. 하얀색 벽과 깔끔한 서체로 쓰인 간판. 입구로 들어서면 푸근한 느낌의 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은계 커뮤니티센터 건강의 집, 방문의료팀

은계 커뮤니티센터 건강의 집, 방문의료팀

건강의 집은 시흥희망의료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에서 위탁운영하는 공간입니다. 의료사협은 지역 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함께 지역 구성원의 건강을 돌보는데요. 어르신들은 건강의 집으로 찾아와 공간 한켠에 놓인 의료기기로 혈압이나 혈당을 체크합니다. 때로는 강연장에서 열리는 건강 교육에 어르신들이 찾아오기도 하죠.

거동이 힘든 어르신에게는 건강의 집에서 나온 방문의료팀이 직접 찾아갑니다. 이제까지의 돌봄이 당사자와 가족의 문제였다면, 이곳 LH7 단지에서는 방문의료팀도 돌봄을 함께 하는 일원이 되는데요. 여기에 아름다운재단은 ‘재가노인 방문의료지원사업’으로 의료사협에서 진행하는 방문의료에 함께 하는 중입니다.

방문의료팀은 어르신의 몸과 마음 건강을 돌보며 튼튼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지역 기반의 돌봄이 왜 필요한지, 돌봄을 통해 지역민들이 어떻게 건강을 케어하는지 등 방문의료팀 구성원인 가정의학과 김철환 원장, 전순애(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노계희(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에게 해당 사업에 대한 내용을 들었습니다.

 

지역자원이 연결되는 통합 돌봄이 필요한 이유

은계마을 LH7단지에서 이뤄지는 방문의료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만으로 구성된 기존의 왕진진료와는 다르게 운영됩니다. 의사와 간호사, 여기에 코디네이터가 한팀이 되어 돌봄 대상자들의 집에 찾아갑니다. 전순애 코디네이터는 전공분야가 다른 사람들로 한팀이 구성되는 방문의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전순애 사회복지사, 코디네이터

전순애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재가노인방문 의료지원사업은 사회복지사, 의사, 물리치료사, 간호조무사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방식의 팀 방문의료 방식으로 이뤄져요. 때문에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통합적으로 도울 수 있습니다. 돌봄 대상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력하는 모델이죠. 이런 시도가 확산되면 당장 돌봄이 필요한 세대뿐만 아니라 이후 세대들의 돌봄까지 준비하게 될 겁니다.”

*다학제 : 여러 의사가 모여 동시에 환자 상태를 상담하고 어떤 방식으로 수술 치료를 진행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치료방식, 통합적인 돌봄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임

방문의료 사업은 지역사회의 돌봄수행 모델을 만들기 위한 시도입니다. 방문의료의 대상을 늘리고 해당 사례들을 관리함으로써 돌봄을 공공영역의 일로 확장시키려는 건데요. 이는 돌봄 대상자의 건강권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한 권리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전순애 코디네이터는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 돌봄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짚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어디서 죽을지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치매 등 노환이 오면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이 돌보기에 너무 벅차 돌봄시설에 보낼 수 밖에 없어요.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통합돌봄이 이뤄진다는 건 돌봄의 당사자가 자신의 집에서 살다가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거예요.”

노계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노계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노계희 간호조무사도 의료인의 입장에서 본 돌봄진료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돌봄 대상자인 분들이 자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해요. 자신의 건강자치 능력을 키워주는 거죠. 그게 저희들이 해낼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방문의료를 하다보면 실제로 스스로 건강을 돌보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건강의 집에 내려오는 분들도 계시고, 알려드리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또 그 과정에서 저희와 가까워지다보면 어르신들이 저희를 가족이나 친구처럼 대해주십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진료팀의 일에 더 애착이 가죠.”

김철환 원장

김철환 원장

돌봄 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접근, 방문의료 현장에 있어요.

추가로 노계희 간호조무사는 방문의료 과정에서 어르신들과 정확한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 어르신들이 방문의료를 경험하면서 자기 몸을 스스로 돌보게 된다는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돌봄 대상자의 주거지를 직접 찾아가는 일이다 보니 술, 담배 같은 생활습관이나 이동 동선 등 병원 진료에서 알 수 없었던 부분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요즘 의료현장에서는 점차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어요. 만성질환은 의사 한 사람이 치료할 수 없고 평생 갖고 가야 하는 병이죠. 이에 대해 ‘치료’가 아닌 ‘돌봄’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럴려면 만성환자들이 사는 지역사회와 그들의 가정이 중요해집니다. 친구나 가족이 있으면 돌봄 대상자가 평소에 뭘 드시는지 어떤 의료서비스를 받는지 등을 파악하게 되요. 방문의료팀은 이 돌봄을 함께 하는 일원인 거예요.”

방문의료를 위해 어르신 댁 초인종을 누르는 방문의료팀

방문의료를 위해 어르신 댁 초인종을 누르는 방문의료팀

김철환 원장은 함께 팀을 이뤄 움직이는 방문의료팀이, 돌봄 대상자의 거주지에서 의료적·비의료적 관점을 포함해 다양한 내용을 상의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지역의 의료시설, 의료인력,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만큼 팀원들이 현장의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돌봄 대상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통합적으로 맞춰갈 수 있게 되죠. 이는 의사 한 사람의 왕진으로 해볼 수 없는 시도이고, 방문의료 과정에서 팀원들이 어르신들과 대화하며 의료적 측면과 사회복지 부분까지 가늠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아름다운재단에서의 코디네이터 인건비 지원으로, 지역자원을 연결하고 사례관리까지 해내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강조됐습니다.

“팀 진료의 가장 효과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돌봄 대상자의 욕구 파악이 쉽다는 거예요.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면 다른 방문의료 사례를 참고해 대처방안을 빠르게 이끌어내는 거죠. 돌봄 계획이 신속하게 세워지면 회복 기간도 단축될 거고요. 그만큼 다른 대상자들에게 돌봄의 기회가 돌아가겠죠. 이밖에 팀 의료를 경험한 돌봄 대상자들이 본인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지 학습하는 효과도 큰 것 같아요.”

 

시범사업, 안전하게 정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팀을 이뤄 진행되고 있는 지역 기반의 방문의료는 노인돌봄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모델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 사업이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지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습니다. 팀방문의료에 대한 낮은 인지도, 의료사협이 없는 지역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방문의료의 사업실행이 어려운 점 등의 한계가 있죠. 

의료사협은 돌봄이 필요한 다른 지역에 도움을 주거나 지역 내 치매안심센터, 정신보건센터 등과 연계해 돌봄 대상자를 찾기도 합니다. 더불어 다른 시민단체와 협력하는 등 사업 활성화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인데요. 이와 관련해 전순애 코디네이터는 아름다운재단과 재가노인 방문의료지원사업을 함께 하며 느낀 점, 그리고 앞으로 재단이 해냈으면 하는 역할에 대해 말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사업을 하면서 좋았던 것은 저희와 함께 논의하면서 현장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유연하게 지원하려고 해 주신다는 점이었어요. 물론 재단이 깐깐하게 요구하는 것도 있어요. 방문진료 활동을 통해서 과정에 대한 기록을 잘 남겨달라고 하셨는데요. 이를 통해 방문진료에 대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이런 사례들이 모여 우리의 돌봄문화와 환경이 바뀌어가면 좋겠어요.”

노계희 간호조무사는 재단의 사업지원 범위가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을 밝혔습니다. 현장 일을 하는 입장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짚고, 그에 대한 개선방향도 제안했습니다.

“지금도 적절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관절 문제에 대해서도 간단한 실내 보행연습 등을 도와드릴 수 있죠. 하지만 자세교정이나 실내운동 같은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해내기 어려워요. 사업지원과 관련해 운동 처방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다면 어르신들에게 더 효과적인 진료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끝으로 김철환 원장은 재단에게 방문의료 사업을 객관적으로 지켜봐주길 당부했습니다. 사업을 바라보는 내부 시선도 중요하지만, 재단이 외부의 시선으로 사업을 점검하고 더 나은 방향에 대해 조언해주길 기대한 것입니다.

“지역사회 내에서 돌봄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에 대해 사업 초기부터 마무리까지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저희 관점으로만 사업을 할 수 있으므로 재단이 제3자로서 방문의료사업을 평가하고 피드백해주면 좋겠습니다.”

재가노인 방문의료 지원사업은 주민 개인의 돌봄을 지역사회가 품을 수 있도록 현실적 여건을 하나둘 갖춰가게 합니다. 이런 시도가 확산될 수록 나이듦의 과정을 지역사람들이 함께 하고, 죽음에 대한 개인의 자기 결정권도 존중받게 되겠죠. 살아온 지역에서 보호 받으며 생을 마감할 권리가 당연해질 수 있도록 오늘도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힘을 더하고 싶습니다.  

글: 이상미 작가 ㅣ 사진: 임다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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