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21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2021청년자원활동 결과모음집을 제작했습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과 함께한 노동 이야기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13명의 자원활동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비정규센터)는 2015년부터 매년 서울대 인권센터의 자원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 2021년에는 고려대 성평등인권센터 프로그램에 추가로 참여하게 되었다. 서울대에서 6명, 고려대에서 6명 그리고 비정규센터에 개인적으로 연락해 자원활동을 지원한 1명까지 해서 총 13명의 자원활동가들이 왔다. 활동 기간은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였다.
13명의 자원활동가들과 어떤 활동을 할지 고민이었다. 인원이 많은 만큼 기존의 비정규센터 활동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자원활동가들이 동기부여를 가지고 끝에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 활동을 기획했다. 첫 번째는 비정규노동자·활동가 인터뷰였고, 두 번째는 일자리 불평등에 관한 청년 인식조사였다. 그리고 두 활동 결과를 엮어 작은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고자 계획했다.
설문조사, 인터뷰, 책자 발간, 회의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하게 위해 후원 사업을 알아보던 중에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이 눈에 띄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의 사업목적은 ‘소규모 비영리단체의 단기 프로젝트를 지원하여 공익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확산되도록 함’이다. 자원활동 프로젝트 방향과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6개월 단기 프로젝트였고, 비정규노동자·활동가와 청년들의 목소리를 인식조사, 인터뷰, 결과 모음 책자 등을 통해 확산하고자 했으니 말이다. 고민할 것 없이 바로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선정되었다.
조금은 삐걱거리는 시작
자원활동가들은 모두 대학생이었다.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부터 본격적인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노동과 불평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인식조사 관련 선행 연구 자료를 살펴보기로 했다. 설문지 작성을 위한 사전 단계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모일 수 없었다. 친분을 쌓아야 할 활동초기에 대면으로 만나지 못했다. 노동과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토론 형태로 나누려 했으나 온라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더하여 비정규노동자·활동가 인터뷰를 당장 할 수 없었고, 투쟁 현장이나 지자체 노동센터 방문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자원활동가들은 자원활동에 지원하면서 현장 노동자를 만나는 걸 가장 고대했기에 아쉬웠다.
8월 말쯤에 인식조사 설문지 질문 논의를 얼추 마쳤다. SNS에 광고를 해 배포하기로 했다. 생각 이상으로 답변이 많이 와 놀라웠다. 2,000여 명 되는 분들이 답변을 해주었다. 절반이 조금 넘는 설문을 제외하고 748부를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가 만난 노동
8월 말이 되면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계획한 것들을 하지 못하니 자원활동을 일찍 끝내거나 아예 쉬는 날이 많아졌다. 변화가 필요했다. 9월 학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오프라인 모임으로 전환했다. 비정규노동자·활동가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씩 안정되는 추세였다.
13명의 자원활동가를 세 팀(목요일 팀, 금요일 오전 팀, 금요일 오후 팀)으로 나눠 각 팀 별로 인터뷰를 했다. 목요일 팀은 배달 노동자와 웹툰 작가를, 금요일 오전 팀은 건설 노동자와 가사 노동자를, 금요일 오후 팀은 대리운전 노동자와 패션 어시스턴트를 만났다. 가사 노동은 최근 제정된 ‘가사근로자법’의 의의와 한계, 전망을, 건설 노동은 건설업 구조와 산업재해를, 대리운전은 기존 대리운전 산업과 카카오로 대표되는 플랫폼이 도입된 이후의 상황을, 배달 노동은 배달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웹툰과 패션 어시는 각 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중심으로 다뤘다. 인터뷰 내용은 녹취를 풀어 글과 카드뉴스로 정리했다.
인식조사는 팀을 따로 만들어 설문 결과를 정리하고 해석했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비정규센터가 매월 말에 여는 정책포럼에서 초안을 발표하여 조언을 들었고, 비정규센터 정책연구위원 한 분에게 부탁하여 피드백을 받았다. 동시에 인식조사 팀에 참여하지 않은 자원활동가들에게도 내용을 공유했다. 이번 <일자리 불평등에 대한 청년 인식조사>를 통해 극심한 불평등과 계층 상승이 힘든 현실, 각자도생을 선택한 청년, 청년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 젠더 간 인식차이 등을 엿볼 수 있었다.
변화의 바람을 고대하며…
비정규센터는 매년 12월 중순에 비정규노동 수기공모전 시상식과 회원의 날 행사를 해왔다. 올해는 조금 내용을 바꿔 시상식과 함께 자원활동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행사명은 <우리가 만난 노동 이야기>였다. 인식조사 결과를 30분, 6개 직종 인터뷰를 각각 5분씩 하여 30분 발표하고, 노래+피아노 공연을 덧붙였다. 2020년에 비정규센터에서 활동했던 자원활동가가 발표회 사회를 봐주어 더 의미 있었다. 반년 간의 자원활동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며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어 좋았다.
지난 반 년간의 자원활동을 정리하여 ‘변화의시나리오’ 콘텐츠(자원활동 결과 모음집)를 만들었다. 인식조사와 인터뷰 글, 그리고 자원활동가들의 소감문을 엮었다. 비정규센터는 격월간으로 <비정규노동>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회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800여 명에게 배포하는데, 결과 모음집을 <비정규노동> 2022년 1월 호와 함께 발송했다. 부디 비정규노동자와 청년들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더 확산되길 바랐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이라는 든든한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6개월 간 마음 편히 자원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을 빌려 아름다운재단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성실하게 활동해준 13명의 자원활동가,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노동자, 희망을 잃지 않고 한발 한발 나아가는 청년,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분투하는 모든 이들의 건투를 빈다.
글 : 사단법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