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자립교육 이야기’는 자립전문가 신선이 공동생활가정과 가정위탁 아동들을 만나 진행한 1:1 맞춤형 자립교육 내용을 담은 콘텐츠입니다. 왜 공동생활가정과 가정위탁 아동을 위한 자립교육이 필요한지 자립전문가 신선이 알려드립니다! |
정책이 미처 보듬지 못하는 곳
“광주서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쳥년, 일주일 새 2명 극단 선택”
한동안 세상이 떠들썩했습니다. 언론은 ‘경제적인 어려움’, ‘심리적 불안함’이 원인이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자립수당, 자립정착금을 인상하고, 심리지원사업을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이미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정책이 대규모로 개선되었습니다. 경제, 주거, 심리, 취업 지원을 개선하며, 사회적 부모로서의 책임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은 왜 여전히 어려울까요? 당사자 중 한 친구는 ‘중간퇴소아동’* 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LH 임대주택 등 여러 지원 없이 홀로 서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중간퇴소아동이란 만기 퇴소 기준인 만 18세 이전에 양육시설을 퇴소한 아동으로, 자립준비청년이 받을 수 있는 모든 지원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정책이 미처 보듬지 못하는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이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정책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지 않을까? 자립준비청년의 삶에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일까?
우리는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으로만 배우지 않습니다
자립은 ‘정보전’이라고들 합니다. 정보에 따라 자립의 질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며 느낀 게 있습니다. 어떤 시설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정보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룹홈, 위탁가정 출신 자립준비청년들은 담당 자립전담요원도 부족하고, 주변에 자립한 선배들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을 위한 자립교육 프로젝트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 역시 보육원에서 ‘집체 교육’,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필요성도 못 느끼고 와닿지도 않는 교육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했으니까요. 교육 당사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그 욕구에 맞는 ‘1:1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보육원 친구들은 모든 것을 교육으로 배워야 했습니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집체 교육, 주입식 교육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으로만 배우지 않습니다. 신발 끈을 묶는 법, 세탁기를 돌리는 법, 전기세를 납부하는 법. 살아가며 마주하는 많은 시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방법을 알려준 누군가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퇴소 후 당장 살아갈 집이 고민인 친구와는 함께 LH 신청을 했고, 대학 진학을 꿈꾸는 친구와는 함께 대학 탐방을, 자립 후 생활비가 고민인 친구를 위해서는 함께 장학금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혼자 방문하기는 어려웠을 은행, 행정복지센터에 함께 가기도 했습니다.
동행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건, 후배들에게는 ‘동행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를 혼자, 처음 해야 하는 후배들에게 함께해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정말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혼자 자립 해보니,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지원 정책들은 기한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며, 몇 년 안에 자립을 이루어내야만 할 것 같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울까요? 더군다나, 그룹홈, 가정위탁 아이들처럼 그 과정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어려움은 배가 될 것입니다.
저는 고작 여섯 명의 후배를 만났지만, 정책이 보듬어야 할 자립준비청년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진행한 방식의 교육이 완벽한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성격도 다르고, 고민도 다르고, 꿈도 다르다는 것을요. 우리가 정책이나 제도라는 틀 안에서, ‘자립준비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한정된 정보를 두고 경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완벽한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우리의 고민에 ‘동행’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언젠가는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을 끝으로 신선의 세 번째 프로젝트 <1:1 방문교육 프로젝트>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