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디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타인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김구의 <백범일지, ‘나의 소원’> 중 –
문화는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문화의 중심에는 예술이 자리하며, 문화 그리고 예술에 관한 교육은 자기 주도성 바탕의 자존감 향상과 긍정성 형성에 각별히 기여한다. 이는 아동·청소년에게 더욱 두드러져 삶 속에서 올바른 인격 배양과 올곧은 사회성 함양으로 나타난다.
아름다운재단은 그 관점에서 (사)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파트너십을 맺어 아동·청소년의 행복한 삶을 위한 ‘문화와 룰루라라’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와 룰루라라는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아동·청소년의 문화향유권 확대를 위한 지원사업이다. 음악, 미술, 연극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동·청소년에게 전인적 경험은 물론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선사한다.
문화와 룰루라라의 효과와 변화는 이미 지역아동센터 35개소가 일선에서 함께하며 입증하고 있다. 그중 광명시·보라매·은혜·지구촌 지역아동센터(가나다 순) 선생님 4인이 들려주는 목소리에는 아동·청소년들의 무지갯빛 변화가 생생하게 녹아있어 그 울림이 짙다.
가뭄에 단비로 변화의 씨앗이 움트다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문화예술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지역아동센터마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아동·청소년이 요구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란 여간하지 않다. 광명시·보라매·은혜·지구촌 지역아동센터의 신성아, 정수현, 박혜빈, 이어진 선생님 역시 여러모로 그랬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로 들어서며 문화예술 관련 자원의 연계가 단절되는 가운데 활동이 제한된 아동·청소년들에게는 무기력과 우울감이 스며들었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한층 절실해진 상황이지만 늘 그렇듯 비용의 장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기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해 보지만 그것이 익숙한 아동·청소년들은 금세 관심과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인지 문화와 룰루라라는 선생님들에게 가뭄에 단비처럼 다가왔다.
“지구촌지역아동센터는 중도 입국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생소한 환경에서 언어적 한계도 있다 보니 아이들의 의욕이 저조한 상태였는데요. 문화와 룰루라라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여행과 축제를 계획하고 실행했고, 그사이 아이들의 주도성과 성취감이 확장돼서 아주 뜻깊었어요. (이어진 선생님)
“은혜지역아동센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화와 룰루라라에 참여했는데요. 시작하기 전부터 아이들이 엄청 기대했고요. 실제로 태블릿을 활용해 의상과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동안 아이들의 자신감이 점점 높아졌어요.” (박혜빈 선생님)
“보라매지역아동센터도 2년째 연속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저희는 환경을 생각하며 텃밭체험, 요리탐험, 예술탐험 등등 틀에서 벗어난 재미난 활동을 학습하고 경험했는데요. 지금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해 나가고 있어요.” (정수현 선생님)
“광명시지역아동센터는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함께하는 통합센터예요. 저희는 ‘난타’를 기획했고, 장애 아동 7명, 비장애 아동 15명이 참여했어요. 무엇보다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더불어 연주하며 어울릴 수 있어 의미가 남달랐고요. 장애 아이들이 억눌린 운동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에 많이 뿌듯했어요.” (신성아 선생님)
해말간 풍경 속에 변화의 새싹이 자라다
지역아동센터가 문화와 룰루라라를 통해 펼쳐가는 세상은 하나하나 특별했다.
광명시지역아동센터는 ‘차별은 없고, 차이는 존중하고, 차근차근 천천히’, 이른바 ‘차차차’라는 명명으로 음악을 통해 장애 아동 관련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보라매지역아동센터는 ‘보라매 환경지킴이’를 자처하는 생태문화활동으로 아동들의 환경의식이 고취됐고, 은혜지역아동센터는 ‘우리가 만드는 소확행 미술 프로젝트’로 아동들의 창의성이 발현되며 자존감이 높아졌다. 지구촌지역아동센터는 ‘나를 찾아서’라는 주제의 문화체험 속에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아를 성찰해 나갔다. 선생님들은 아동·청소년들의 성장과 발달에 하나같이 보람찼다. 그래서 문화와 룰루라라 속 해말간 풍경을 마음의 사진첩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기억나는 인상적인 장면이 적지 않죠. 특히 장애 아동이 한 시간 넘도록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과 비장애 아동이 장애 아동을 향해 잘했다고 말하는 모습은 각별했어요.” (신성아 선생님)
“저는 텃밭체험 때가 떠오르네요. 한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상추를 들여다보더니 ‘우리는 씨만 심고 물만 뿌릴 뿐인데 얘네는 우리한테 너무 많은 것을 주네요’라고요. 자연만이 가르칠 수 있는 지혜잖아요.” (정수현 선생님)
“저희 센터에는 꿈이 화가인 아이가 있어요. 부모님이 미술 분야 진학을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요. 아이의 창작물을 살펴보고는 미술학원에 보내주기로 결정했다고 해요. 그 얘기를 듣던 그때가 참 좋더라고요.” (박혜빈 선생님)
“저는 자아 성찰 여행이 생각나요. 아이들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여행 속 역할을 분담하더니 이후에 술래잡기도 하며 이내 멤버십을 형성하더라고요.” (이어진 선생님)
선생님들이 짚어주는 뭉클한 기억의 조각들. 정수현 선생님은 아동·청소년들이 뜨겁게 반응했던 ‘랜선만남’ 또한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화와 룰루라라의 일환인 랜선만남은 아동·청소년들이 평소 만나고 싶었던 문화예술 전문가와 소통하며, 꿈을 탐색하고 경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1차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슈뻘맨’이 유튜버 필요 역량과 컨텐츠 제작 방법을 알려줬고, 2차로 미술가 ‘꿈틀이샘’이 미술키트로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아동·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고 격려했다(랜선만남 보러가기).
“저희 센터는 랜선만남으로 슈뻘맨을 초청했을 때 참가했어요. 연예인 마주하듯이 아이들이 진짜 기뻐하더라고요.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그때 체감했는데요. 슈뻘맨과 쌍방향으로 질문하고 조언하는 모습이 현시대의 진로 체험 같아 신선했어요.” (정수현 선생님)
랜선만남도 그렇고 아동·청소년들의 삶에 유익하면 눈빛부터 반짝이는 선생님들. 신성아 선생님은 그래서 자기주도 프로그램 기획 역량을 강화하는 문화와 룰루라라 ‘찾아가는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자리했다. 그리고 멘토로 초청된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박형주 센터장의 메시지를 통해 아동·청소년들이 자신이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실현하도록 견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봄날의 햇살에 변화의 꽃망울이 맺히다
문화와 룰루라라 속에서 아동·청소년들은 행복한 변화를 일으켜 나갔다. 문화예술 활동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공유 활동은 아동·청소년들에게 기대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선생님들은 나눔공유 활동이 아동·청소년들의 친인간적 사고와 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아동·청소년들이 나눔공유 활동에 정성을 기울이도록 힘을 북돋웠다.
“저희 아이들은 11월에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어요.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고 찍은 화보를 선보이려는데요. 관람하는 분들께 아이들의 작품이 들어간 2023년 달력과 크리스마스카드를 나누어 드리려 해요. 아이들의 그림이 너무 예뻐서 제작 수량을 늘릴까 지금 고민 중이에요.” (박혜빈 선생님)
“저희는 ‘지구촌 축제’라는 이름으로 프리마켓을 운영했어요. 레진아트를 활용해 소품을 판매하는 한편, 지역 내 아동들이 레진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나눔을 마련했는데요. 레진아트를 매개로 서로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어요. (이어진 선생님)
“센터에서 아이들은 사용한 식용유를 재활용해 매달 비누를 만드는데요. 11월에 개최할 ‘우리 지구전’에 방문하는 분들께 그 비누를 선물로 드리려 합니다. 우리 지구전에는 아이들의 생태문화활동 사진과 공예품이 전시되고요. 함께하는 분들께 폴라로이드카메라로 사진도 찍어 드릴 예정이에요.” (정수현 선생님)
“저희는 마을 축제 오프닝과 클로징 무대에서 난타를 공연했어요.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주체적으로 준비했는데요. 아주 뛰어난 연주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동네 주민분들이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내줘서 더욱 특별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신성아 선생님)
문화와 룰루라라의 상징 같은 나눔공유 활동. 지금까지 아동·청소년들은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전인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했다. 특히 주도성과 적극성, 자존감과 자신감, 긍정성과 공동체성은 여실히 확장되고 있다. 이제 아동·청소년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한 후 일으킬 삶의 변화는 무엇일까. 존중심이든 배려심이든 공감성이든 사회성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문화와 룰루라라와 함께한 그들의 내일은 희망적이라 확신한다.
아직은 소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무지갯빛 변화, 그 바탕을 들여다보면 아동·청소년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오롯한 사랑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선생님들은 그 사랑으로 아동·청소년들의 행복을 한결같이 소망하고 있다. 언제든 어디든, 그리고 지금도 그들은 아동·청소년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마치 삶의 겨울마다 마음을 덮어줄 봄날의 햇살처럼.
“요즘 선생님은 너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좋아. (순간 붉어지는 눈시울) 지금 잘 자라주고 있거든. 그렇게만 자라주렴.” -신성아 선생님
“너희가 나한테 주는 것이 많단 것을 알고 있을까. (글썽) 선생님을 이렇게 사랑해 줘서 너무 고마워.” -정수현 선생님
“너희가 지금의 시간을 꼭 즐겁게 기억하길 소망하고 있어. (씩씩하게) 우리 행복하게 함께 성장해 나가자.” -박혜빈 선생님
“얘들아, 우리 같이 해보자. (미소) 너희 마음을 들려줘.” -이어진 선생님
글. 노현덕ㅣ사진. 김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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