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김현정 자유기고가
이른둥이 혜원이, 준석이네 집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은 곤히 자고 있었다. 같은 이불에 나란히, 팔 다리를 벌리고 누운 모양새까지 닮아있는 쌍둥이남매. 바라만 봐도 흐뭇한 미소가 번져온다. 금세 잠에서 깬 동생 준석이. 낯선이의 시선에도 놀라지 않고, 똥그란 눈을 깜빡이며 배시시 웃어주었다. “원래는 안 그래요. 일어나면 떼쓰고 우는데, 손님만 오면 어쩜 그렇게 웃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채향려씨는 봐도봐도 신기하다.
백일사진 찍는 날도 그랬다. 7개월,, 30주만에 낳았으니 ‘백일’이라고 해봐야, 다른 아이들 같으면 갓 태어났을 시기. 목도 가누지 못하면서 아이들은 카메라만 보면 방긋방긋, 어쩜 그리 잘 웃는지… “보통 돌 사진 찍을 때 아이들 울고불고 난리라던데, 사진 찍어주시던 분들도 신기해하더라고요. 카메라 체질인가 봐요. 호호” 그래서 고민이다. 아이들 잡지 모델이라도 시켜야하나… 아이들은 정말이지 예뻤다. 커다란 눈망울에 복숭아 같이 탐스러운 볼!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 얼굴엔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혜원이는 아나운서 했으면 좋겠어요. 욕심 같아서야 준석인 대통령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아픈 아이들 돌보는 의사도 좋고요.” 엄마는 늘 아이들의 미래를 꿈꾼다. 건강한 미래, 행복한 미래만을…
이렇게 미래를 꿈꾸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사실 지금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중국 교포인 엄마 아빠에겐 의료혜택이 없다. 쌍둥이 남매가 감기로 병원 한번 갔다와도 오만원 돈. 그러니 출산비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절망의 순간, 엄마는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를 만났다.
때는 임신 5개월, 출산에 대해서 아무 준비도 없었다. 갑자기 출혈이 비쳤고, 당장이라도 출산할 수 있다는 것. 부부는 인큐베이터 들여보낼 돈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막막하기만 하던 그때, 병원에서 무심코 넘기던 잡지 귀퉁이에서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를 만난 것. 마치 구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돈 2백만원이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돈인데, 그 때 우리에겐 정말 큰 돈이었어요. 가장 힘든 상황에서 받은 도움이라 그런지 더 고맙고 값진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죠” 엄마는 그 고마움을 기억한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만큼 예쁘고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워서 보답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아이들은 병원을 달고 산다. 면역력이 좋지 않은 혜원이는 갑상선 수치가 낮아, 심장 초음파 검사를 앞두고 있다. 결과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 동생 준석이는 뇌실이 조금 커서, 한두 달에 한 번씩 뇌 초음파를 받아야한다. 비타민D 수치가 높아, 잘못 방치하면 구루병이 올 수도 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
두 아이 모두 지금부터 ‘돌’까지가 정말 중요한 시기. ‘돌’까지만. 이른바 ‘후유증’ 없이 버텨준다면 무탈할 거라고 했다. 엄마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무사해야 할 텐데, 무사하기를… 매일 밤, 불안함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차라리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기도 했다.
“걱정한다고 해결이 되나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엄마를 바꾼 두 번째 손길은 친정엄마. 우울증에 빠진 엄마에게 늘 잘 될 거라고, 진심으로 말해줬다. 친정엄마의 따뜻한 긍정의 힘은 서서히 엄마의 마음을 물들였다. 좋은 일만 생각하다보니, 정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고. ‘어바, 어바’ 얼마 전부터, 준석이가 말을 시작했다. 엄마도 아닌 아빠도 아닌, 어설픈 말이지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지금쯤 가족들은 중국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있을 것이다. 아프다보니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시댁. 그러나 6개월 만에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중국에서는 딸, 아들 쌍둥이를 ‘용과 봉황’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귀한 존재로 여긴다는 것인데… 여기 이렇게 예쁘고 귀한 ‘용과 봉황’ 쌍둥이 남매가 있는데, 세상 부러울 게 더 있으랴. 위풍당당 쌍둥이 남매를 앞세운 엄마는 오늘도 활짝 웃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