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려주세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가 Q&A’ 전문상담위원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진아 교수
1년 전부터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홈페이지에서 ‘전문가 Q&A’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임진아 교수를 만났다. 신생아와 이른둥이 전담의로서 현장에서 겪고 느낀 그녀의 이야기들은 소중한 생명과 그 생명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에 대한 경이로움과 믿음을 더해준다.
전공의 1년차를 마칠 즈음이었다. 폐에 물이 차 매일같이 흉관 삽입을 해야 하는 아기가 있었다. 작은 생명이 벌이는 투쟁이 너무도 혹독하여 유독 눈에 밟히던 아기다. 한데 몇 달 후, 아기는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서 신생아 중환자실을 나갔다. 그 어떤 개선장군의 보무가 그처럼 당당할까.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기쁘고 뿌듯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있다 보면 그런 일들이 많았다. 살 수 있을 거라고, 좋아질 거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응원밖엔 할 게 없던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아기들은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며 생과 사를 건 외로운 싸움에서 결국 승리했다. 세부전공으로 신생아와 이른둥이를 선택했던 것도, 결국은 그런 기억들 때문이었다.
“포동포동 살이 올라 퇴원을 하고, 어느 순간 외래에서 만나면 배꼽인사를 할 만큼 쑥 자라 있죠.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성인과 소아의 가장 큰 차이가 그 지점일 거예요. 성인 환자들은 점점 안 좋아지고 질환이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예가 많지만, 아기들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꽤 있어요. 특히 신생아들의 회복력은 놀라울 정도죠. 스스로 성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니까요.”
작은 아기들, 특히 이른둥이처럼 작디작은 아기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신생아 전담의에겐 보람이 더 크다. 하루하루 노화하는 성인들과 달리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기들의 생명력이란 경이로울 따름. 하여 그녀는 이른둥이 부모들에게도 이를 강조한다. 작은 생명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믿으라고.
“아기들 특유의 강한 회복능력을 믿고, 기다려주고, 잘 관리만 해줘도 아기들은 충분히 좋아져요. 아기들은 스스로 클 만큼 크고 먹을 만큼 먹으며 성장패턴을 따라가니 너무 걱정 안하셔도 돼요. 하루하루 조금씩 크고 조금씩 좋아지는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조금만 더 신경 쓰세요. 이른둥이는 돌 까지가 고비죠. 돌 지나고 나면 여느 아이들처럼 잘 자라 병원에 오는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마음의 여유를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아기들은 약해 보이지만 엄청난 능력이 있으니까요.”
이른둥이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있다. 퇴원 후 관리도 중요한 만큼, 재활치료 쪽의 지원 범위 확대가 시급하다는 것. 임진아 교수는 이른둥이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실질적 지원 사업이 확장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하고 보듬으며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홈페이지의 ‘전문가 Q&A’ 섹션을 진행해온 지도 1년.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임진아 교수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응했다고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건강한 아기든 아픈 아기든 조금 일찍 태어난 아기든, 아기를 키우는 부모 마음은 다 같을 거예요.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뿐이죠. 그 바람이 얼마나 간절한지, 의사 이전에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충분히 공감해요. 가령, 첫째를 키워봤으니 둘째 땐 좀 수월할 거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거든요. 큰 애 때 한번 경험을 하고도 둘째를 낳으면 또다시 처음 엄마가 된 듯 매사에 조심스러운 게 엄마들이죠. 그러니 이른둥이 엄마들은 오죽하겠어요. 출산 때부터 다른 산모들보다 몇 갑절 더 놀라고 마음 졸인 날들이 숱할 텐데…. 그런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도 싶었고, 무엇보다 의사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상황에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대부분 다니는 병원이 있기에 ‘전문가 Q&A’를 전적으로 의지하는 이용자들은 없다. 하지만 외국에서 이른둥이를 키우는 한 엄마의 질문은, 질문 내용을 떠나 절실함과 막막함이 느껴져 특별히 마음이 쓰였다고 한다. 한국에서야 조금만 불안하고 미심쩍어도 한밤중에 응급실로 뛰어가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냐마는, 낯선 이국땅에선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매우 불안해하는 엄마의 모습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 더 정성껏 답변을 달았던 기억도 있다.
신생아 및 이른둥이 전담의에겐 의학적 지식과 다양한 임상경험을 통한 정확한 판단력 외에도 기댈 수 있는 포근한 마음, 용기를 주는 긍정적인 성격 등이 필요하다. 아기의 생명이 달린 문제엔 그 부모의 인생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아과의사가 엄마인 경우는 최상의 조건이 된다. 아이를 낳아봤고 키우고 있으니 보호자들과 공감대 형성의 폭이 넓다.
때로는 감정이입이 커서 더 힘든 경우도 있지만, 그 간절한 마음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생사의 기로에서 외로운 투쟁중인 아기에게 사랑과 믿음이 기반된 응원은 크면 클수록 힘이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임진아 교수는 아기들을 의사로서 바라보되, 한켠엔 엄마의 마음도 살짝 얹는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그것. 아기를 품어보니 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새롭게 보이더라는 진실은 병원 안에서도 다르지 않다.
병원 업무가 끝나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홈페이지의 ‘전문가 Q&A’ 게시판부터 살피는 게 일과다. 아기를 직접 보지 않고 텍스트로만 상태를 접하니, 답변을 달며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소중한 편지에 답장을 쓰듯 한 문장 한 문장에 공을 들인다. 지식과 경험을 동원해, 더 필요하다 싶은 부분은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답해주기도 한다.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정확하게, 이해가 빠르도록 좀 더 쉽게 설명하는 것이 원칙이며, 보호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도닥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질문 중에 이른둥이 입양을 진행 중인 분도 계셨어요. 용기있는 분이셨고 옳은 선택이었기에 박수를 쳐드렸죠. 이른둥이 부모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박수 칠 일이 많아요. 의사로서든 엄마로서든 칭찬해드리고 싶을 만큼 의지가 강한 분들이죠.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인생의 교훈을 보호자들에게 배우는 부분도 큽니다.”
글. 고우정 |사진. 정김신호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가 Q&A>는 이른둥이 양육과 관련하여 고민과 궁금증을 상담해드리는 전문가상담 코너입니다. 이른둥이를 출산하고 양육, 치료하면서 부모님들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런 고민를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의료진이 함께 의학적으로 궁금하신 점들을 전문의료진이 따뜻한 마음과 함께 상담해드립니다.
아름다운재단과 교보생명이 함께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서는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기동
이번에 일과성 빈호흡으로 울산대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아기의 보호자입니다. 임진아 선생님, 매우 자상하고 친절히 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오랫동안 도움이 필요한 아기들을 잘 이끌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힘 내십시오!
밍키썬
옴마 깜딱이야~ 우째 이런일이….
임진아 임진아 나 고3때 같은반 친구인것 같어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