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일에 이른둥이를 선물받다
인천 서림초등학교 6학년 1반 친구들의 기부선물 이야기
인천서림초등학교 송한별 선생님과 6학년 1반 친구들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어린이 생일기부
이를테면 학교는 생각이 흐르는 넓고 유연한 길(道)이다. 바위와 마주치면 돌아가고 좁은 길목에선 가세게 흘러가는 물처럼 아이들의 생각 또한 막힘없이 흐르도록 도와준다. 그리 흘러 더 큰 생각과 만나고 탁하지 않은 심성을 품는 것이 교육이기도 하다. 귀를 열어 사람과 자연을 듣고, 조건 없이 수용하는 일상. 그 토대 위에서 송한별 선생님이 담임을 맡고 있는 인천 서림초등학교 6학년 1반 친구들은 서로를 헤아리려 노력한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네들에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 기부는 마침내 당도한 자연스러운 경험이다.
인천서림초등학교 6학년 1반 송한별 담임교사
“작은 실천이 모이면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방법으로 기부를 생각했고 올해 초 학급회의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나눴어요.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은 생일파티와 기부를 연결지어, 생일을 맞은 아이 이름으로 1만 원씩 기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제안한 ‘생일기부’를 열띤 토론 끝에 받아들였다. 기부금은 각자 일주일에 500원씩 모아 마련키로 결정했다. 송 선생님은 혹여 ‘선생님’이란 지위가 아이들의 사유를 통제할까봐 최대한 친절하게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주도성을 잃지 않도록 의견을 자제하며, 나눔과 기부가 지니는 의미를 자율적으로 해석하도록 도왔다.
“후원 대상은 스물일곱 명의 반 아이들이 투표로 결정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에 대해 자료조사를 한 뒤 표결에 부쳤죠. 할머니 할아버지를 돕는 나눔 사업과 접전이었던 이른둥이가 선정됐는데 아마도 도움이 필요한 어린 생명이란 부분에 큰 의미를 둔 듯 보입니다. 그 첫 번째 결실이 오늘 오후에 있을 생일파티입니다.”
다름을 이야기하고 수용하기까지
3월 28일 금요일 오후 2시 30분, 드디어 6학년 1반의 첫 번째 생일파티다. 3월에 태어난 지원이, 혜린이, 재홍이, 형주가 쑥스럽게 아이들 앞에 서서 축하 노래를 듣는다. 목청 높인 축하에 생일 당사자들의 얼굴이 발그레하다.
“기부는 처음이에요. 선생님 말씀 듣고 재단에 들어가 이른둥이 관련한 자료를 보고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 투표했는데 이렇게 실천할 수 있어서 좋아요. 태어나자마자 시련을 겪는다는 게 마음 아팠거든요. 그래서 응원하고 싶었어요.”
이른둥이로 태어난 사촌동생을 떠올리며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선택한 형주도 지원이와 같은 마음이다. 건강을 되찾은 사촌동생처럼 기부로 인연을 맺은 이른둥이 또한 하루 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돕고 싶었던 혜린이와 재홍이는 조금 아쉽지만 반 친구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단다. 이른둥이를 후원하듯이 다음번엔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지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다른 의견을 기꺼이 수용케 했다.
6학년 1반의 첫번째 생일 파티, 3월에 생일을 맞이한 지원, 혜린, 재홍, 형주
“27명의 아이들 모두 제 제안에 찬성한 건 아니었어요. 다른 의견이 있었고 무엇 때문인지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쳤죠. 그 과정에서 다른 의견을 지적하고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강조했어요.
하고 싶지 않은 것도 괜찮다, 나눔이나 기부가 꼭 돈으로만 하는 건 아니다, 이 모두가 자유다, 만약 기부를 하다가 중간에 사정이 생기거나 생각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빠지고 들어올 수 있으니 옳고 그름의 가치를 두지 말자! 중요한 건 자유롭고 자율적인 참여였어요.”
송 선생님은 무엇을 ‘파랗다’고 이야기할 때 그 파랑의 채도와 명도가 제각각이라는 걸 아이들이 이해하길 바란다. 어떤 사람은 엷게, 어떤 사람은 짙게 바라볼 수 있으며, 백 사람이 모두 다른 느낌의 파랑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비단 색깔뿐일까. 모양도, 소리도, 촉감도, 맛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성장 중인 아이라면 모호한 기준으로 자기만의 유별난 세계를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하다. 때문에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자기가 바라본 세상을 다른 이와 공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누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
“어렸을 때부터 봉사하는 부모님 모습을 보며 자랐어요. 강요하신 적은 없지만 더불어 사는 게 뭔지 자연스레 알게 됐죠.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코트라 인턴으로 일하며 봉사하는 동생 영향도 있죠.
유년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기 때문에 나눔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학부모 총회에서도 부모님들과 이 부분을 나눴고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렸습니다.”
아이들에게 기부선물을 제안한 송한별 선생님
송 선생님은 아무리 뜻이 선(善)해도 왜곡되거나 변질될 수 있음을 잊지 않는다.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강압적인 전시 교육을 경계하며 매순간을 점검한다. 최대한 더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굳이 벌이지 않았다면 염려할 일도 조금 줄었을 터. 하지만 송 선생님은 나눔을 경험하는 게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나 운동을 잘 하는 능력만큼이나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함과 기술’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작년에 3학년 학급을 맡았는데 한 달에 한 번 투표를 해서 한두 명씩 모범어린이를 뽑아 그 어린이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어요. 대개 공부 잘 하고 착하고 반듯한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아이를 추천하잖아요.
한 번은 아이들에게 누군가를 돕는다거나 나눠주는 일은 잘나거나 가진 게 많아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구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어요.
학업, 운동,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를 추천한 거예요. 아이들을 통해 그렇게 조금씩 다른 삶을 이해하게 되는 거구나 비로소 체험하게 되는 듯합니다.”
생일날, 이른둥이를 돕는 기부자가 되는 공동의 경험
송 선생님은 자신의 생일날 이른둥이의 기부자가 되는 이 절묘한 경험이 아이들에게 ‘생명’과 ‘이웃’을 한 번쯤 떠올리는 계기로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생생한 교육이 수직적이고 단선적인 성장을 지향하느라 지나치기 쉬운 입체적인 성숙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무엇보다 당장 내 주변에 있는 사람과 더불어 어울리고 그들의 아픔을 나눌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은 절로 따라오리라고 그는 믿고 있다. 인천 서림초등학교 6학년 1반 아이들이 습관처럼 나눔을 실천하길 바라는 이유요, 이른둥이와의 인연이 반가운 까닭이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이현경
* 인천서림초등학교 송한별 선생님과 6학년 1반 친구들은 <기부선물>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 기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