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더 멀리, 더 깊이 다가가는
의료사회복지를 꿈꿉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심사위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이광재 교수
가톨릭대학교 이광재 교수에게 사회복지는 단순히 ‘사회’와 ‘복지’라는 두 명사의 합성어가 아니다. 살아 움직이고 진화하는 대표적인 동사(動詞)다. 인간의 행복한 상태를 지향하는 실천적인 학문. 그것이 사회복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학과를 갓 졸업한 1982년, 그때의 사회복지 개념은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말 그대로 ‘social work’였던 사회복지가 ‘social welfare’ 관점으로 확장되기까지 많은 실험과 실천, 노력이 필요했죠.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그 중에서도 의료사회복지의 마디마디가 제 삶의 역사입니다.”
졸업 후 바로 병원에 적을 뒀으니 의료사회복지사로 지낸지 벌써 30여 년째다. 돌아보면 참 다양한 삶이 똬리를 튼 세월이었다. 한 번 겪었다고 해서 두 번째가 쉽지 않은 저마다의 인생을 보듬으려 참 많이도 애썼다. 더구나 의료사회복지가 막 꼴을 갖출 무렵이라 이끌어줄 경험자도 없었다. 그래서 매번 새롭고 고단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돌아 걷지도 않았다. 그렇게 30여 년 동안 이 교수는 의료사회복지의 중요한 다섯 분야인 정신보건, 재활의료, 지역사회보건, 일반의료, 자선진료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4~5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일과 맞닥뜨린 셈이다.
“첫 사업이 우리나라 최초의 호스피스 제도의 안착이었어요. 가톨릭대학이 부속 병원이 참 많잖아요. 새로 생길 때마다 가서 개척하고 또 개척했어요. 어느 새 둘러 봤더니 다섯 개 분야를 다 꿰게 되더라고요. 의료사회복지계의 종합적인 전문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명동성모병원의 호스피스 제도를 지원하면서 그는 의료사회복지 고유의 영역을 발견했다. 의료가 가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복지가 해야 할 일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이 교수 자신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의학 혹은 의료라는 거대한 분야의 서포터가 아닌 인간의 행복을 위한 실천가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90년 즈음 강남성모병원 정신과로 자리를 옮겼어요. 그곳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세팅하고 의료사회복지 활동을 정립했죠. 몇 년 후, 새로 지은 의정부성모병원의 재활의학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면서 산발적이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소셜워커가 아닌 팀워크를 이루는 의료사회복지를 꿈꾸게 됐습니다.”
의사와 각 분야별 치료사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뤄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이유는 단 하나 ‘환자를 위해서’였다. 인간의 행복을 위한 실천가 이 교수에겐 이보다 더 명쾌한 이유가 있을 리 없었다.
“간혹 제가 경험하며 쌓은 지식을 책으로 낼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요. 신학이든 심리학이든 수학이든 사학이든 모든 학문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일까. 결국 제가 쥔 답은 행복인데, 우리 사회복지는 그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거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너무 좋습니다.”
다양한 환경의 모든 인간을 아우르기 위한 몸짓,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성장의 지름길이었다. 모두가 의료사회복지를 딛고 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행복을 부르는 ‘3인’ 人, 仁, 忍
이광재 교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가 첫 발짝을 떼던 2004년부터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처음 ‘이른둥이를 지원하려는데 의료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가슴이 뛰었던 것을 기억한다. 모든 인간의 행복을 고민하는 이 교수에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행보는 반갑고 또 고마웠다.
“병원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요. 의료보호도 약하고 시설도 열악해서 3차 병원에만 있는 인큐베이터 값이 엄청 비쌀 때, 두세 살 정도 아이가 결핵으로 인한 뇌수막염으로 1주일 동안 치료를 받다 사망했어요. 치료비가 어마어마했죠. 물론 우리 기관의 자선기금과 연결해서 처리하긴 했지만 그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 교수는 ‘설사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병원비 걱정 없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한 재활치료를 지원하면 좋겠다!’는 바람 같은 다짐을 품었다. 하지만 이내 ‘어떻게, 누가와 함께 움직일 수 있을까?’ 고심하게 됐다. 그리고 다른 일들을 해결하느라 오래 잊고 지냈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와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마주했고 20년 동안 돌고 돌아 마침내 당도한 그날의 해답은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가톨릭대 부속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한 동안은 미혼모들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아기의 건강한 삶이 화두였죠. 어떤 결정권도 가질 수 없는 가장 약한 존재가 그들이잖아요. 뭐라도 하고 싶고 해야 되는 게 맞아요. 제 소임인 거죠. 그래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위원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실무자 겸 하이브리드 형태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 참여하고 있는 이 교수.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더 많은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가’이다. 무엇보다 ‘이 자원이 필요한 이들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또 어떻게 닿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때문에 합리적인 스크리닝이 필요했고 그 기준들을 세우는데 공을 들였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다. 병원과 연계해서 고위험군 이른둥이를 만나고, 입원치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재활치료 지원은 그의 작은 결실이기도 하다.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그간 이른둥이를 위해 활동하는 것 자체로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보람을 느낀 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예요. 이른둥이 부모님, 소셜워커, 의사, 관련자 그리고 기부자들이 점점 단단하고 튼튼히 엮이는 걸 볼 때마다 큰 우사나 큰 나무 같다고 느껴요. 길어봤자 2~3년이면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이토록 오래 지속된 사업이라니 굉장한 일이에요.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지속성을 이겨낼 수 없다는 이광재 교수. 그는 아름다운재단과 교보생명의 파트너십이 이 멋진 사회 안전망을 탄생시켰다고 10년의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이제는 독자적인 생명력으로 다른 차원의 지원을 준비할 때라고 귀띔했다. 6세 이상 아동의 지원 절벽현상이라든가 좀 더 촘촘한 맞춤서비스 연결 같은 직접적인 부분과 더불어, 이른둥이가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을 병행하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기다림’을 이야기했다. 아름다운재단과 교보생명의 파트너십이 그렇고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이른둥이 그리고 기부자들이 그렇듯 서로 人, 仁, 忍 ‘3인’을 품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때가 되어야 비로소 들리는 법이리다. 자신의 20년 전 다짐과 질문의 실체가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로 다가왔듯, 인간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 어떤 바람도 끝내 우리 앞에 당도할 거라는 그의 믿음. 그것은 이광재 교수가 의료사회복지 분야에서 30년을 지낸 후 얻은 값진 지혜이자 따뜻한 진리이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위원회는 아름다운재단의 운영원칙에 따라 이사회로 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의 방향과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사업 심사, 선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예비사회복지사
멋진 분이시네요. 의료사회복지 일을 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