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다르게 읽는 창, 이른둥이

교보생명 조기숙 재무설계사(잠실타워FP지점)

 
조기숙 재무설계사

조기숙 재무설계사

   

조기숙 재무설계사(잠실타워 FP지점)와 이른둥이의 중첩된 8년 여. 서로 맞물린 시간엔 이음새가 없다. 그들 사이의 간극을 사랑과 배려가 채우고 매만졌기 때문이다. 하나인 양 상대를 품는 사이, 경계가 사라졌다.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다면 그건 오로지 사랑뿐이다. 

“후원금 모집 홍보를 보고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신청서를 작성했죠. 그때가 2007년이었는데, 태어나자마자 힘든 상황에 놓인 이른둥이를 돕는다더라고요. 한 계좌에 5천 원이니 부담스럽지도 않았어요. 오래도록 품어 온 사랑을 실천할 기회라고 여겨졌어요.”

1998년에 입문했으니 교보생명 재무설계사로 지낸 지 10년째였다. 그즈음 그녀는 이전과는 다른 폭넓은 활동을 꿈꿨다. 재무설계사라는 업(業)이 지닌 ‘사람에 대한 사랑’을 더 확장시키고 싶었다. 한동안 봉사와 기부를 떠올렸지만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웠다. 하나부터 열까지 적극적으로 알아보면 될 테지만 그러기엔 열정이 부족했다. 대신 텔레비전의 ARS 후원처럼 기계적인 방식을 선택하자니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대상과 더 직접적인 관계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일회적이거나 일방적이지도 않은, ‘관계’라 불러도 과장일 수 없는 대상. 이러저러한 잠재된 욕구를 누군가 알아차린 것일까. 그녀는 선물처럼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만났다. 

사실 이른둥이는 그녀에게 남다른 대상이다. 교사 부부인 조카 내외가 이른둥이를 출산하고 아픔을 겪는 걸 지척에서 고스란히 지켜본 까닭. 인큐베이터와 수술, 장애와 재활, 수술비 등은 피붙이의 고통스런 일상어였다. 

 

“조카 내외의 아이는 이제 걷기 시작해요. 그 아이를 생각하면 어떤 이른둥이도 남일 수 없어요, 절대로! 부모와 아이가 얼마나 간절히 건강한 삶을 바라는지를 지켜보면 뭐든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돼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후원 계좌를 4계좌로 늘리고 산타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2011 다솜이 희망산타에 참여한 조기숙 재무설계사

2011 다솜이 희망산타에 참여한 조기숙 재무설계사

   

인연의 끈을 놓지 않다.

조기숙 재무설계사는 기부를 시작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다솜이 희망산타에 참여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혼자 참석하는 게 쑥쓰러웠지만 상관없었다. 관심과 애정을 둔 대상과 드디어 눈 맞춤할 기회가 왔구나 생각하니 용기가 샘솟았다. 두 번째부터는 팀원들과 함께했다. 생색내기용 기부가 아니라 운명공동체의 소통 수단으로 기부를 선택한 그녀다운 행보였다.

 

“처음 방문했던 날이 생각나요. 아이들 선물을 소중하게 포장해서 케이크와 전달했는데 굉장히 긴장했거든요. 혹시 많이 아프면 어떡하지? 무슨 말을 해줘야지? 한데 기우였어요. 

아이들은 씩씩했고 부모님들은 긍정적이셨죠. 외려 제가 뭘 두려워했던 걸까 진지하게 돌아보게 됐어요. 그때부터 섣부른 판단, 어줍지 않은 위로 등 일방적인 방식은 내려놓았어요.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을 때 간혹 방문하게 된 거예요.”

2011년에 희망산타로 방문했던 이른둥이 윤주네와는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첫해부터 재방문을 고려했으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미루던 차에 자신의 주거지와 가까운 이른둥이와 연이 닿았다. 부모가 외국인 노동자라서 더 마음이 쓰인다는 조기숙 설계사는 종종 먹을거리와 필요한 물품을 싸들고 이른둥이 윤주네를 방문한다. 지난 설께엔 겨울 점퍼를 선물했다. 

주기만 하는 건 아니다. 낯선 땅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이의 부모와 매번 조금씩 성장하는 꼬맹이 윤주는 희망 그 자체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더니 괜한 허세가 아니구나 생각할 정도다. 부적처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를 되뇌게 만든다. 그래서 이른둥이 가정과의 인연은 그녀에게 선물이다. 윤주네 가족은 순수한 희망과 기쁨을 별 대가없이 나눠준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후배 재무설계사와 함께

후배 재무설계사와 함께

4대가 함께 사는 종갓집 맏며느리를 어머니로 둔 탓인가. 조기숙 설계사는 남에게 베푸는 게 단 한 번도 싫지 않았다. 없어서 못 주지 있는 걸 안 주고는 못 배긴다. 후배 재무설계사들은 그런 그녀를 보며 “그리 지내면 손해 보게 된다”고 염려하지만 정작 그녀는 단 한 번도 수지타산을 생각한 적이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재무설계사 활동이 천직처럼 여겨지는 건 당연하다. 

 

한데 오십 줄 들어서면서부터 조금 달라졌다. 몇 년 전 한 차례 수술을 치러선지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그러자 이제껏 모르고 살던 불안이 조금씩 올라온다. 열다섯 살에 급성백혈병으로 죽은 어린 조카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형부, 뇌종양수술과 폐암수술로 고생한 아버지. 돌아보면 불안은 도처에 자리했고 이내 일상을 흔들었다. 

 

잃어버리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속이 헛헛해지기도 했다. 자신이 제대로 돕고 있는지를 자문하기도 수 차례였다. 그때 그녀에게 힘이 된 건 사람이었다. 가족과 동료, 지인과 고객들의 응원 덕분에 그녀는 다시 누군가를 위로할 힘을 품었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고 ‘사랑’임을 폐부 깊숙이 받아들였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재무설계사라는 직업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인생에 가정은 없다지만 종종 생각해 봐요. 만약 FC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픈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은 못 했을 거예요. 기부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른둥이를 만나지도 못했겠죠. 어떤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랐을 테고요. 돌아볼수록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에요.”  

 
 
 
16년 전 재무설계사라는 터닝포인트로 전혀 다른 삶을 거머쥔 조기숙 재무설계사. 그녀에게 이른둥이는 세상을 다르게 읽고 바라보는 창과 같다.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깊이 고민하도록 부추긴다. 선배 재무설계사이자 오랜 기부자인 조기숙 설계사가 후배 재무설계사들에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후원에 함께할 것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이다. 
 
 
 
 
글.우승연 | 사진.정김신호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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