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를 믿어주면 이른둥이는 기적을 일으킨다

박예원 이른둥이 이야기

 
박예원 이른둥이

박예원 이른둥이

 

 

여느 때처럼 엄마는 아기를 보듬고 모유로 아기의 허기를 달래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속. 그러나 엄마는 늘 아기가 걱정스러웠다.

그해 봄날, 아기는 1kg에 못 미치는 초극소 저체중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그래서 아기는 건강이 채 아물지 못했다. 특히 폐의 한쪽이 반쯤 접혔기에, 쌕쌕, 숨소리도 거칠었다.

혹여 또 사레들지 않겠지, 엄마는 그날도 아기의 식사 때가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 순간, 아기의 얼굴이 새파랬다. 아니, 그도 잠시 아기의 얼굴이 새까맸다. 아기가 숨을 쉬지 않았다. 엄마의 안색 역시 새까맣다 못해 아기처럼 숨이 막혀왔다. 아기는 울음도 못 터뜨리고 꺽꺽 뒤로 넘어갔다. 엄마는 두려웠다. 엄마는 119에 다급히 전화하는 한편, 숨을 토해내라, 아기의 등을 힘껏 두드렸다. 엄마는 아기가 잘못되면 자신도 죽겠거니 소리소리 울부짖었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른둥이인 아기를 보살피는 엄마, 임소영 씨(32)의 피투성이 모성을.

    어른의 팔 길이 절반만 한 여린 생명     
26주 5일, 960g으로 세상에 나온 예원이

26주 5일, 960g으로 세상에 나온 예원이

 

태아가 7개월로 접어들던 어느 날의 아침. 임소영 씨는 느닷없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에 휩싸였다. 그것은 하혈도 함께였다. 곧 그녀는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녀의 배 속을 살펴보던 의사는 당장 개복해야 된다고 진단했다. 한시가 다급했다. 진단명은 태반 조기 박리.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교통사고 같은 것이었다. 누구보다 그녀의 남편, 박지수 씨(32)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산모도 태아도 둘 다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둘 다 힘들 수도 있다고 수술 전에 많은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전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데다 놀래서 정신을 못 차렸어요.”

 

처절한 사투의 끝. 천만다행으로 임소영 씨는 한 여아를 출산할 수 있었다. 다만, 임신 26주 5일 만에 태어난 여아의 몸무게는 960그램이었다. 그야말로 박지수 씨의 팔 길이 절반만 한 생명, 그러니까 예원이는 아무래도 초극소 저체중이었기에 아직 안심할 수가 없었다. 

“예원이 처음 보고 눈물밖에 안 나왔죠. 인공호흡기를 의지한 채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었는데요. 신생아중환자실의 서른 명 아기 중에 두 번째로 작았어요. 잘 자라날 수 있을까, 잘 키울 수 있을까 몹시 애태웠죠.”

    백만 번 마음을 졸여도 너만 지킬 수 있다면  
오랜 치료를 잘 이겨낸 씩씩한 예원이

오랜 치료를 잘 이겨낸 씩씩한 예원이

   

일주일에 다섯 번쯤 신생아중환자실의 면회를 통해 엄마 아빠랑 사랑의 교감을 쌓고 쌓던 예원이. 매일같이 간절했던 엄마 아빠의 소원을 저버리지 않고 드디어 예원이는 병상을 털어내고 퇴원했다. 그제야 임소영 씨와 박지수 씨는 예원이를 건강하게 키우리란 기대를 한껏 드러낼 수 있었다. 물론 여물지 못한 이른둥이인 탓에 그들은 식사부터 발달 단계도 포함해서 예원이의 전반적인 부분이 제법 신경이 쓰였다. 아닌 게 아니라 예원이는 재입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법 존재했다.

사실 그간 예원이는 괴사성 장염 수술에 이어서 동맥관 개존증 수술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장루라고 인공 항문도 수술했고, 미숙아 망막증도 두 차례에 걸쳐 수술했다. 그뿐이 아니다. 뇌출혈도 3기까지 진행됐다 치료됐고, 뇌실확장증도 수두증으로 발전할 뻔했으나 이젠 거의 사라졌다. 게다가 기관지형성이상은 3년쯤 더 지켜봐야 할뿐더러 두루두루 재활 부분도 살펴봐야 했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 예원이한테서 흰색 변이 나온 적이 있어요. 흰색 변이면 담도폐쇄증인가, 병원에서 좋지 않은 케이스가 의심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재입원해서 예원이의 예후를 관찰했어요. 다행히도 담석 가루가 담도의 배출구를 막았다고 해서 그 부분만 약물로 치료하고 열흘 후에 퇴원했죠.”

 

임소영 씨는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매사 예원이의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실제로 그녀는 예원이가 재채기만 해도 철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감기라도 들면 예원이는 병세가 모세기관지염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예원이가 숨소리만 달라져도 안색이 사색으로 급변했다. 왜냐하면 예원이가 퇴원하고 2.6킬로그램 무렵, 숨을 못 쉬어서 응급실로 달려간 적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므로 앞으로도 잘 살아가리라  
작은 몸으로 잘 견뎌 준 예원이가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작은 몸으로 잘 견뎌 준 예원이가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제껏 예원이가 병마를 이겨내는 순간들은 감격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임소영 씨와 박지수 씨에게 경제적인 부담은 엄청났다. 예원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데다 주요 수술 역시 수차례나 마쳤다. 항생제는 물론이고 부수적인 약물하며, 병원은 사나흘마다 문자 메시지로 병원비를 통보했다. 그리고 보름이면 액수는 천만 원씩 더해졌다. 정말이지 만만치 않았지만 천행으로 나눔의 손길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보건소, 그리고 박지수 씨의 회사에서 사장님도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저희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회복지사분이나 병원 관계자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챙겨주신 데다 지인들도 멀리 이곳 천안까지 찾아와서 격려해줬어요. 그리고 특히 시부모님께 감사해요. 이래저래 큰 위로를 주셨거든요.”

그들은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하지만 가장 고마웠던 존재는 다름 아닌 예원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여러 차례 큼지막한 수술들을 견뎌줬다. 또한 와중에는 주사를 하도 많이 맞아 혈관을 못 찾아서 머리에도 주사를 놨었다. 하지만 예원이는 여간해선 잘 울지도 않았다. 오히려 숨이 턱턱 막혀 힘겨워도 체중을 점점 늘려갔다. 그토록 예원이는 다시없을 고비의 순간들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극복해나갔다. 

기적을 보여 준 이른둥이,박예원

기적을 보여 준 이른둥이,박예원

 

“아기를 믿고 맡기면 아기가 기적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이른둥이를 믿어주면 이른둥이가 기적을 일으킨다는 그들의 고백. 그래서 그들은 예원이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므로, 앞으로도 잘 살아가리라고 예원이를 다시 한 번 믿어줬다. 그토록 이른둥이를 향한 믿음이란 이른둥이의 부모들을 위한 희망인 법. 그들의 말마따나 이제 우리는 이른둥이를 굳게 믿음으로 아스팔트도 뚫고 자라나는 봄의 새싹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글. 노현덕  사진. 임다윤

 

  박예원 이른둥이는 2014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사업을 통해 초기입원과 재입원 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댓글 2

  1. 정명주

    이른둥이 후원자입니다 저희아이도 7개월 이른둥이인데 지금 벌써 열여섯살이네요 그래서 누구보다 엄마의 마음을 알지요 고생하셨습니다 우리아인 학교에선 우등생이고 집에선 엄마의 좋은 친구로 성장했어요 더 힘내시고 지켜주세요

  2. 정명주

    우리아이도 이른둥이였어요 28주만에 태어나 고생 참 많이 했어요 이제 열다섯 중학생이랍니다 힘내세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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