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아이로 자라렴

김하은 이른둥이 이야기

작고 작은 아이, 하은이

작고 작은 아이, 하은이

2014년 3월, 630g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하은이. 하은이를 낳고 이틀 만에야 겨우 하은이를 만난 엄마 유나래(30세)씨는 깜짝 놀랐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자고 있는 아이가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꼭 엄마의 손바닥 만했던 작은 딸, 하은이는 이제 건강해진 모습으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조금씩 세상을 배워가는 중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은이가 뱃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래 씨는 배뭉침이 조금 심하기는 했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결혼준비도 일상적으로 했고 신혼여행도 무사히 다녀왔다. 초음파를 해도 이상이 없었고 병원에서도 아무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두 시간의 통근이 힘겨워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을 뿐이다.

“제가 원래 위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픈 거예요. 근처 병원에서 임신부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하는 수없이 대형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혈압이 높다고 소변 검사를 해보자는 거예요.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고.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임신중독증이었어요. 얼굴이 뜨거워진 것도 고혈압이었는데 그걸 몰랐던 거예요.”

양수도 적고 탯줄도 일부가 상해 아이에게 가야 할 영양분이 제대로 가지 못해 아이가 주수보다 무척 작다는 결과를 듣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아이를 어쩌면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권고도 있었다고 한다. 흔히 임신중독증으로 불리는 임신성 고혈압의 경우 아이를 출산하는 것만이 치료법으로, 아이를 낳지 않으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은이의 경우 폐가 너무 작아 바로 출산을 하는 일이 불가능했다. 폐를 키우는 주사를 한 차례 맞고서야 나래 씨는 제왕절개를 할 수 있었다.

매 순간 찾아온 고비, 그 끝에 만난 희망

매 순간 고비가 찾아왔지만, 그 끝엔 희망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된 엄마와 딸. 인큐베이터 안, 그 작은 몸에 여러 개의 줄을 꽂고 쌕쌕이며 자고 있는 하은이를 보며 나래 씨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처음 낳았을 때는 얼떨떨했죠.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이틀인가 있다가 가서 하은이를 봤는데 갑자기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멈추지 않았어요.”

워낙에 작은 몸인 것도 엄마에게는 걱정거리인데, 폐의 문이 열려 있는 탓에 하은이는 태어나자마자 치료를 위해 주사를 맞아야 했다. 한 대에 80만원이나 하는 주사는 외부에서 따로 사와야 했다. 두 차례 치료 후에도 폐가 닫히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했지만 다행히 한 번 만에 폐가 닫혔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마음도 잠시, 퇴원한지 일주일 만에 하은이는 다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갑자기 열이 오르는 거예요. 근처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라고, 패혈증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겁이 나던지. 바로 입원했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호흡기도 달고요. 알고 보니 세균성 뇌수막염이었어요. 처음에는 3주 지켜보자고 했는데 결국 한 달을 병원에 머물게 됐죠.”

엄마에게는 이때가 제일 힘든 시기였다. 산소포화도 센서가 떨어져서 하은이의 숨이 멎을 뻔했을 때에는 나래 씨의 심장도 철렁 내려앉았다. 경제적인 부담도 한몫했다. 아이가 너무 작은데다 산소포화도가 계속 떨어져서 병원의 권유로 1인실을 사용해야만 했지만, 그 비용은 나래 씨 부부가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액수였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있던 네 달보다 재입원했을 때의 병원비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병원비 부담이 정말 컸어요. 그러다 우연히 신생아집중치료실 수유실에서 읽은 아름다운재단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안내문이 기억났어요. 다행히 재입원비 지원을 받게 돼 2014년 9월과 2015년 6월, 두 차례 입원 기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죠.” 엄마 나래 씨는 경제적인 도움만큼이나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을 가장 큰 도움으로 꼽았다. 병원비 부담을 덜고 하은이를 돌보는 일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은 ‘엄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은 엄마

이제 많이 건강해졌지만 엄마는 여전히 24시간 내내 하은이의 상태를 지켜보아야 한다. 폐가 약해 감기에 걸리기만 해도 폐렴으로 곧잘 진행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반복된 병원 생활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예민한 하은이는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있는 아이들은 24시간 빛에 노출되고 계속 돌아가는 기계 소리를 듣기 때문에 예민한 아이들이 많아요. 하은이도 마찬가지고요. 또 치료 과정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아지면 겁을 내고 두려워해요. 아직은 하은이 곁에 제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육아 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돌아가려 했던 나래 씨는 복직을 포기했다. 조금 힘들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우선이라는 생각은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이른둥이의 경우는 완치라는 말을 듣기가 어려워요. 조금만 아프면 바로 또 입원을 해야 하고요. 그래도 감사하죠. 항상 감사해요. 하은이를 만나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매일 생각해요. 하은이에게 더 바라는 건 없어요. 그저 건강하고 착한 아이로,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세상을 보는 하은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세상을 보는 하은이

얼마 전 하은이는 돌잔치를 했다. 예쁜 옷을 입고 사진도 찍었다. 부쩍 의젓해져 잠도 잘 자고 밥도 예전보다는 잘 먹는다. 발달이 느릴까 걱정했지만 조금씩 몸도 재게 움직이고 최근에는 ‘아빠’ 소리가 입에 붙었다. 울 때에도 ‘아빠’하고 운다고. 하루가 다르게 애교가 느는 하은이를 지켜보는 나래 씨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하은이도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활발하게 움직이며 재롱을 부린다.

이제 1년. 마음을 졸이며 보냈던 1년의 세월은 하은이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엄마는 이른둥이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인터넷의 자료를 모으며 공부를 다짐하고 아빠는 하은이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엄마, 아빠의 사랑 속에서 하은이는 부부의 바람대로 건강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아이로 ‘조금 느리지만 꾸준하게’ 무럭무럭 커갈 것이다. 지금처럼 호기심이 가득한 눈망울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글. 이경희 | 사진. 김흥구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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