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터울 ‘이른둥이 쌍둥이’ 네 자매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김민경, 김민지 이른둥이 이야기
세상에 조금 일찍 태어난 이른둥이들이 모여 있는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이곳은 살얼음판을 걷듯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늘 적막이 감도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민경이와 민지가 태어난 지 꼭 백일이 되던 날, 삭막하기 그지없던 무채색의 병실은 온통 사랑스러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백일 만에 처음 동생들을 만나 한껏 신이 난 천방지축 일곱 살 쌍둥이 언니들 덕분에 적막하던 병실에는 왁자지껄 생기가 돌았다. 손녀들 걱정에 눈물 마를 날이 없던 할머니들은 아이들의 발그레한 얼굴과 꼬물거리는 손가락을 잡고서야 마음 놓고 활짝 웃음꽃을 피웠다.
비록 병원에서 치러진 백일잔치였지만, 가장 뜨거운 축복과 진심을 담은 사랑이 넘쳐흘렀던 민경이와 민지의 백일잔치. 아직은 치료가 필요한 작고 여린 생명이지만, 부부에게는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다.
남들보다 일찍 찾아온 축복! 이른둥이 쌍둥이 네 자매
한 명만 낳아서 잘 키우자, 결혼 전 부부는 그렇게 다짐했다. 계획과 달리 쌍둥이가 생겼지만 부부에겐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없었다. 하지만 뭐가 그리 급했던 걸까. 쌍둥이는 30주5일만에 1kg을 갓 넘긴 작은 몸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70일 넘게 치료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었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또래에 비해 키가 조금 작을 뿐, 쌍둥이 자매는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엄마아빠와 달리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재빠른 두 아이 덕분에 연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7년 만에 떠난 둘만의 여행에서 부부는 또다시 두 배의 행복을 만났다. 처음에는 연이은 쌍둥이 임신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내 여섯 가족의 미래를 그리며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행복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언니들보다 더 급했던 두 아이는 26주3일만에 세상 구경을 나왔다. 몸무게는 고작 560g. 손바닥보다 작은 두 어린 생명을 마주하며 엄마아빠는 하염없이 속울음을 삼켰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이른둥이 엄마로 산다는 것
“도무지 현실 같지 않더라고요. 상상도 못한 주수에 너무 작은 몸무게로 태어났으니까요. 첫째둘째도 1kg밖에 안 돼서 인큐베이터에 몇 달이나 있었는데, 겨우 500g밖에 안 되는 셋째넷째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첫 출산 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마냥 울기만 했는데 이번엔 멍하니 눈물조차 안 나오더라고요.”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던 이가영(36) 씨의 눈가에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한 번도 힘든 이른둥이를 두 번이나, 그것도 연거푸 쌍둥이 이른둥이였으니 그 고통과 아픔이 오죽했을까. 당사자가 아니면 감히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하지만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 바람에 흔들려도 결코 꺾이지 않는 연초록 풀잎처럼, 쌍둥이 이른둥이 엄마는 고통의 시간들을 의연하게 버텨냈다. 출산 5일 만에 퇴원해 산후조리도 마다하고 매일 왕복 4~5시간 거리를 홀로 버스로 오가며 꿋꿋하게 아이들 곁을 지켰다.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몸져눕는 날들이 이어졌다. 보다 못한 남편과 친정엄마가 하루쯤 편히 쉬어도 괜찮다며 그녀를 붙들고 말렸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 작은 몸에 수십 개의 바늘을 꽂고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주고 있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매일 아이들 모습을 눈에 담아주는 것밖에 없으니까.
그러는 사이 민경이와 민지에게 몇 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호흡곤란, 폐출혈, 뇌출혈, 패혈증, 망막증 등 이른둥이에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 고루 나타났다. 하지만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숱한 치료를 두 아이는 씩씩하게 견뎌냈다.
새끼손가락보다 가늘던 팔다리에도 조금씩 살이 붙기 시작했다. 백일을 갓 넘긴 현재 셋째 민경이는 2.1kg, 막내 민지는 1.7kg로 몸무게가 부쩍 늘었다. 민정이는 망막증, 민지는 백질연화증으로 아직 더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엄마에겐 지금 이대로도 이미 기적과 다름없다.
“처음엔 너무 막막했어요. 명색이 엄만데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눈물만 흘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알겠어요. 아이들은 믿고 기다려주면 반드시 엄마 품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말이에요. 가장 작게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버텨준 민경이와 민지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른둥이 엄마들이 힘들어하고 있을 텐데 모두 꼭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돈 때문에 아이 포기하는 일 없게 정부 지원 늘었으면”
2009년 첫째 태령이와 둘째 태홍이가 태어났을 때, 아빠 김관현(38) 씨는 빌고 또 빌었다. 필요하다면 영혼도 팔고 수명의 절반도 기꺼이 내놓을 테니 제발 아이들 건강만 지켜달라고, 그는 간절히 염원했다. 기도가 통한 듯 두 아이가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을 무렵, 기다렸다는 듯 병원비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부동산을 찾아가 집을 내놨다. 천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마련할 방도가 달리 없었다. 다행히 지난 수년간 ‘마이너스 인생’을 살면서 가까스로 집은 지켰지만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7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두 번째 쌍둥이 소식을 들었을 때, 그의 마음은 몹시 어지러웠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기쁘고 좋으면서도 예전 기억들이 떠올라 미묘한 감정이 솟구쳤다.
“당연히 아이들 건강이 첫 번째죠. 하지만 솔직히 병원비 부담을 무시할 수 없어요. 천만 원, 말이 쉽지 평범한 샐러리맨이 단번에 구할 수 있는 돈은 아니니까요. 특히 두 번째 임신 때는 아내가 고위험임산부여서 출산 전에 검사를 여럿 받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쌍둥이다 보니 초음파 검사 한 번에 10만 원이 훌쩍 넘고, 양수 검사도 보험 공제가 안 돼서 196만 원 전액 자부담이에요. 쌍둥이는 태아보험 가입도 까다로워서 우리 아이들처럼 조금 일찍 태어나면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오죠. 아름다운재단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병원비 낼 돈이 없어서 아이를 두고 도망가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는데, 매정하다고 치부할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정부에서는 아이들 많이 나으라고 이런저런 정책을 펼치지만, 정작 엄마아빠들은 현실에서 거의 체감하지 못하거든요. 일본처럼 이른둥이 치료비 전액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돈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에서 더 세심하고 적극적으로 지원 정책을 펼쳐주면 좋겠어요.”
여섯 식구의 행복한 주말 나들이를 꿈꾸며
아빠 김관현 씨는 결혼과 동시에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주말에는 단 하루도 집에 있지 않겠다는 것. 실제로 그는 주말만 되면 아무리 피곤해도 두 딸의 손을 꼭 붙잡고 산으로 강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셋째넷째가 태어나면서 지난 몇 달간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그는 요즘 행복한 상상을 떠올리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태령이와 태홍이, 민경이와 민지, 사랑스러운 네 딸과 함께 네 배의 행복을 안고 주말 나들이를 떠나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민경이와 민지가 너무 작고 어려서 힘들지만, 앞으로 조금만 시간이 더 흐르면 여섯 식구가 함께 주말마다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예요. 태령이와 태홍이가 그랬던 것처럼 두 아이도 활발하고 건강하게 자라줄 거라고 믿거든요. 네 딸과 함께 나들이 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요.”
인터뷰가 끝날 즈음 마지막 한마디를 권했다. 김관현 씨는 말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끝이 아니라고, 아이가 아프고 모든 것이 막막해도 어떻게든 길이 생기니까 절대 희망을 놓아선 안 된다고,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조금 더 따뜻한 곳이니 힘을 내달라고. 그때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이곳에 대신하고 싶다. 이른둥이 네쌍둥이 아빠의 말은 무조건 옳다고 말이다.
* 김민경&김민지 이른둥이는 아름다운재단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해 입원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얼마전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100일 넘는 긴 시간 동안 치료를 잘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하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류군아빠
민경이 민지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소식이 너무나 반갑네요.
저희아기도 이른둥이라 예전생각이 나서 마음이 짠하기도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렴~
국현
민경이 민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