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이야, 당당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라!
티쟝 이른둥이 이야기
뜻하지 않은 불행에 맞서다
한국에서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지낸 지 17년을 훌쩍 넘긴 띤따이&티쟝 부부는 2006년에 태어난 첫아이를 베트남으로 보냈다. 생후 1년이 지나서였다. 성인인 그들이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지내는 것과 이제 갓 태어난 아이가 미등록이주아동으로 자라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해서였다.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은 물론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될 차별을 아이만큼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조금 더 일하다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했다. 부득이하게 떠나온 고향 응에안 성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겠다고 결심했다. 오래지 않을 테니 지금의 이별쯤은 견딜 수 있다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8년을 떨어져 지냈다. 1년만 더 일하자 마음먹은 것만 수년째였다.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한 채 훌쩍 큰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부는 이젠 정말 돌아가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둘째가 들어섰다.
“고향보단 한국에서 낳는 게 더 안전하니까 둘째를 건강하게 낳고 이번엔 꼭 들어가려고 했어요. 일단 제가 먼저 베트남에 돌아가고 남편은 2년쯤 더 있고요. 그 동안 열심히 일해서 들어오는 거였죠. 고향에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아기가 나왔어요.”
일찍 찾아온 2015년의 여름, 둘째가 태어났다. 28주 3일 된 1180g의 작은 아기는 딱 주먹만 했다. 첫애를 순산했기에 둘째도 당연히 열 달을 채워 건강하게 낳을 거라고 예상했건만 빗나갔다. 어쩌면 나이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출산 비용을 마련하느라 아르바이트를 했던 게 무리였을까. 새벽에 갑자기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기겁을 하고 정기검진 받던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분만을 하지 않는 곳이라서 비상연락조차 어려웠다. 부랴부랴 인근 병원에 도착했으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검사를 받을 수 없다며 좀 더 큰 병원을 권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일산병원이었다.
“호흡도 힘들었어요. 태어나서 25일 동안은 굉장히 위험했죠. 먹는 것도 아주 조금밖에 못 먹고요. 아직 눈도 잘 못 떠요. 예상도 못했던 거라 많이 미안했어요.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사심 없는 지원으로 위로받다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띤따이&티쟝 부부는 연수 기간이 끝난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불법’으로 지내는 삶은 불안했지만 이 고단한 타향살이라도 일거리 없는 고향보단 나았기 때문이다. 아직 가족을 돌봐야 하는 부부는 여러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생활비를 제외하곤 각자의 가족에게 송금했다. 풍족하진 않았지만 여럿이 나누며 살 수 있으니 좋았다.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쓸쓸함과 위축감이 무시로 그들을 몰아세워도 묵묵히 지나갈 수 있었다. 단출한 신혼살림으로 2005년 결혼한 그들은 녹록치 않은 타지 생활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렇게 꿋꿋했던 두 사람은 둘째를 출산하고 처음으로 절망했다.
금의환향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장은 아기의 건강을 회복하는 게 먼저였다. 그러자니 병원비가 발목을 잡았다. 미등록이주아동이 아니라면 여기저기 지원받을 수 있을 테지만 띤따이&티쟝 부부의 아기는 달랐다. 인큐베이터는 물론이고 꼭 받아야하는 검사 모두 비보험으로 처리되는 상황이라 며칠 입원하지 않았는데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 급작스런 출산에 정신없던 부부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했다. 그 와중에 일산병원 사회사업팀이 소개해 준 아름다운재단과 연결됐다.
“출산하고 우울증이 왔는데 그래도 병원에 매일 왔어요. 몸조리를 못해서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다 아프지만 아기는 더 아프잖아요. 하루 한 번 30분밖에 못 보지만 이렇게라도 와서 보지 않으면 마음이 더 힘들어요.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는 이 마음을 알아주는 데가 아름다운재단이었어요. 위로만 해준 게 아니라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지원사업을 통해 병원비 2천만 원을 지원해주셨고요. 뭐라고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이렇게 큰 액수를 지원받을 줄 상상도 못했다. 낯선 나라의 사람들에게 별 다른 걸 바랄 수 없으리라고 체념했다. 그저 아기에게 미안할 뿐 달리 어찌해 볼 방법이 없었다. 조심했더라면 고향으로 돌아가 두 아이와 오순도순 지내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후회와 자책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치료를 중단할 순 없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때 아름다운재단이 먼저 띤따이&티쟝 부부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아기가 건강해지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사심 없는 마음. 그제야 부부는 기운을 차렸다. 아기에게 먹일 모유도 열심히 짰고 병원비에 보탤 돈도 열심히 벌었다. 게다가 경기글로벌센터와 샬롬의 집에서도 마음을 모아 성금을 전달해왔다. 아기 얼굴 한 번 못 본 타인이 오로지 생명에 대한 존중만으로 기도하고 기부한다는 게 놀랍고 고마웠다. 서글픈 마음에 외면하려던 내일의 삶이 그들로 인해 반짝였다. 둘째 딸과 함께 꿈꿔볼 미래가 부부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아기 이름은 ‘푸엉위웬’이에요. ‘새처럼’이라는 뜻을 가져요. 음, 공작새에 가까운데 아름다운 생명이죠. 우리 딸이 건강하게 자라서 훗날 그렇게 당당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신처럼 힘든 이들에게 힘이 돼주기를 바라고요. 인내와 근면, 절약으로 당당히 스스로를 지키고 그렇게 남을 도우면 좋겠어요. 그러기까지 우선 푸엉위엔의 건강부터 잘 챙길게요. 고맙습니다, 모두들.”
글 우승연 |사진 김익현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다(마르틴 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