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위원회 이광재위원장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위원회 이광재위원장

 

이른둥이와 함께 한 10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가 시작된 2004년부터 전문위원으로 참여했으니 꽉 찬 13년째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인문사회의학과 이광재 교수는 ‘이른둥이를 지원하려는데 의료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가슴이 뛰던 그날을 어제처럼 기억한다. 모든 인간의 행복을 고민하는 그에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행보는 반갑고 또 고마웠다. 병원비 걱정 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 더 나은 삶을 위한 재활치료 지원은 그의 오랜 바람이었다. 실무자 및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더 많은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가’였다. 무엇보다 ‘이 자원이 필요한 이들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또 어떻게 닿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2014년 위원장을 맡은 후에도 여전했다.

“지난 10여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걸 생생하게 느꼈어요. 이른둥이 부모, 사회복지사, 의사, 관련자 그리고 기부자가 단단하고 튼튼히 엮이는 것도 경험했죠. 민간 주도의 사업이 국가 차원으로 확장한 것도 커다란 성과였습니다.”

사회 변화와 더불어 정부시책까지 이끈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힘은 지속성에 있었다. 단발성 시혜가 아닌 당사자에 초점을 맞춘 적확한 지원 프로그램을 꾸준히 고민한 결과였다. 이른둥이에 국한된 초기 의료서비스 지원을 재활치료를 포함한 이른둥이 가족의 심리사회적인 서비스로 확대하고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이른둥이를 위한 지원도 살폈다. ‘사는 것’을 단순한 ‘생명’에서 질적인 ‘삶’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지난 10여년이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위원회 이광재위원장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위원회 이광재위원장

 

모두의 러닝메이트(running mate)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반면 이른둥이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요. 만혼과 스트레스 등 여러 사회 요인으로 출생아 중 저체중아, 이른둥이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최근 1~2년 정부의 지원 사업은 줄어들고 있죠. 2016년에는 아예 지원사업 예산이 없어요. 국민이 당연히 가져야 할 건강권은 물론 생명권마저 박탈당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위원장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전제 이전에 저출산 사회의 출구로서도 이른둥이 지원사업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5kg 미만 저체중아는 2004년 약 1만9,500명에서 2014년엔 약 2만4,800명으로 27% 증가했고, 37주 미만 이른둥이는 약 2만1,700명에서 약 2만9,000명으로 33% 늘었다. 이른둥이의 건강한 성장은 더 이상 이른둥이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튼튼한 기반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른둥이 지원사업은 희귀난치성질환 지원, 태아보험 등의 사보험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정부의 대안은 개인 혹은 병원에게 문제를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각지대를 배제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러니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다른 청사진을 꾸릴 수 없어요. 올해 지원 신청자가 86가구인데 지원은 60가구밖에 못하잖아요. 어쩔 수 없이 선별이 필요한데, 생명을 두고 누구를 선별할지 고민한다는 데 비애를 느낍니다. 3년 전만 해도 보건소 지원이 있어서 상황이 이렇진 않았어요. 그래서 재활 치료비나 다른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죠.”

지원을 확대하거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하겠다는 방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암담하기까지 하다. 더군다나 의학의 발달로 만 2세까지 적절한 치료만 제공되면 운동발달, 인지발달, 행동발달 등 고위험군에서 벗어나 양호한 발달을 가질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초기 의료서비스가 생명권 차원의 지원이라면 퇴원 후 발생할 수 있는 기관지폐이형성증,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 동맥관개존증, 뇌출혈, 이른둥이 망막증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재입원 그리고 학령기 전 재활치료는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강조한다.

“신생아 중환자실로 입원했을 경우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는 일본의 경우, 사회의 합의는 이겁니다. 여러 가지 건강에 문제가 있는 신생아도 잘 치료하면 건강한 성인이 될 수 있다. 인격과 인권을 가진 사람을 두고 생산을 이야기하는 게 비윤리적이지만 그래도 노동인구 없는 우리나라 미래를 걱정하면서 이른둥이 지원사업을 중단한 정부 인식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머뭇거릴 순 없다. 지금 이 순간보다 훨씬 어려웠던 시절 태동한 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였다. 이 위원장은 ‘미숙아’라는 용어를 ‘이른둥이’로 바꾸고 생명 존중과 다양한 사람과 더불어 사는 의미를 만든 그 시간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결과보다 값진 과정을 곰곰이 매만지며 초심을 되새긴다.

“어렵다고 회피하면 안 되잖아요.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헤쳐 나갈지 생각해야죠. 우선 관련된 단체, 학회 분들이 자료를 만들어 정부를 설득하고, 시민들에게 이른둥이를 더 많이 홍보해야겠죠. 외려 이 계기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더 많이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 함께 힘을 냅시다.”

이광재 위원장은 어둔 길 끝에 새로운 아침이 있다고 믿는다. 사실 달라질 건 없다. 이제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이른둥이의 삶을 위해 걸을 뿐이다. 잠시 쉬어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라는 러닝메이트가 있어 든든하다. 이광재 위원장에게도 이른둥이에게도 그리고 낯모를 기부자에게도 말이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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