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료 중인 최주호이른둥이

수치료 중인 최주호이른둥이

 

의젓한 이른둥이 주호

이른둥이 주호를 처음 만난 건 복지관의 수 치료실 풀장 안에서였다.

“주호야, 이제 저쪽으로 가보자!”

치료사 선생님의 말에 따라 물안경까지 멋지게 챙겨 쓴 주호는 열심히 팔을 휘저어 헤엄쳐나갔다. 둥둥 뜬 주호의 몸이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계속되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떼도 부리지 않고 열심히 치료를 받는 주호의 모습을 엄마 정미란 씨는 옆에 서서 응원했다.

“수 치료를 받은 지는 2년 정도 되었어요. 주호는 뇌병변 장애라서 좌우 균형이 잘 맞지 않는데 평지에서 걷는 것보다 물속에서 걷는 게 뇌병변 아이들한테 좋은 거 같아요. 신체능력이나 균형감각도 늘어나고요. 치료를 오래 받다보니 선생님과도 무척 친하고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7살 아이답지 않게 의젓한 얼굴로 치료를 받고 또랑또랑한 얼굴로 인사를 하는 주호를 보며 엄마 정미란 씨는 밝은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주호가 좋아진 것은 엄마 정미란씨의 꾸준한 노력의 열매이다.

최주호이른둥이 어머니

최주호이른둥이 어머니

 

꾸준한 재활치료가 부른 기적

9개월 만에 태어난 주호는 원래 쌍둥이였다. 태어난 지 한 달반이 지났을 때 쌍둥이는 폐렴에 걸렸고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결국 쌍둥이 중 동생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형이었던 주호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몇 개월을 보내다가 목숨이 위험한 순간을 간신히 넘기고야 퇴원할 수 있었다. 뇌병변 장애는 그때 생긴 뇌손상으로 생긴 것이다.

“퇴원 후 바로 치료받았던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는데 그땐 주호가 아기였잖아요. 차가 없을 때라 안양에서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힘들게 가서 딱 30분 치료를 받았는데, 계속 울어서 치료는 잘 받지도 못 할 때도 많았어요. 5개월 정도 다니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가까운 복지관을 추천받아 다니게 되었어요.”

정미란 씨는 주호가 그래도 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원래 복지관의 재활 치료는 대기자가 많아 들어가기 어려운데 주호는 빨리 연락이 와서 늦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주호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인지치료 등의 재활치료를 거의 쉰 적이 없었다. 복지관에서의 생활은 재활치료 말고도 주호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주호가 치료받은 관악복지관에는 아픈 아이들이 또래들과 같이 생활하는 통합준비교실이 있었는데 4살 때 처음으로 엄마와 분리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단체생활을 경험하면서 주호가 배운 게 많았다.

“처음 몇 달은 엄마와 떨어지려고 하지 않서도 같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분리를 하기 시작했죠. 주호가 처음엔 엄마를 찾고 울었는데 선생님이 엄마가 시계바늘이 12에 가면 와, 이렇게 말해주면서 시간관념도 생겼어요. 제 생각엔 그때부터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꾸준한 재활치료 덕분에 잘 걷지도 말하지도 못 하던 주호가 4살이 되던 해부터 갑자기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밤에 불을 다 끄고 자려는데 갑자기 주호가 딱 서는 거예요. 모두 놀라 다 불을 켜고 박수를 쳤어요. 정말 너무 좋았어요. 그전에는 걷지도 못 하고 아빠라는 소리도 잘 못하던 아이니까요. 그때부터 차차 걷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수치료중인 최주호이른둥이

수치료중인 최주호이른둥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

정미란 씨가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지원사업을 알게 된 것은 앞집에 사는 할머니의 따님 덕분이었다. 그전에도 주호 병원비가 이천만원이 넘게 나와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사회복지과나 보건소에 가본 적이 있으나 아빠의 소득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시댁에서 같이 살아서 집도 차도 없었지만 사정을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올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재활치료비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어 불가불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게 된 주호네 가족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이른둥이의 치료와 재활에는 계속 치료 비용이 많이 드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낮추는 게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저는 계속 재활 치료하면 낫겠지, 좋아지겠지 생각하면서 힘을 냈어요. 실제로 4살 이후로는 좋아지고 있으니까 몇 년간 포기 안하고 계속 한 게 보람이 있는 거죠. 그전엔 걷질 못 하니까 계속 개구리자세로 뛰었고 아빠가 회사 갈 때 인사도 못 했는데 말이에요. 엄마들은 다 그럴 거예요. 포기는 안 해요.”

주호는 벌써 7살. 내년에는 학교에 들어가야 해 정미란 씨와 주호에게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여태까지는 복지관과 통합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배려를 받으면서 차근차근 또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지내왔지만 학교는 또 다른 문제이다. 도움반에 들어간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아 마음에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아직 좀 불편한 걸음 때문에 넘어져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는 일, 정미란 씨와 주호는 여태까지처럼 둘이 힘을 합쳐 하나하나 산을 넘어갈 것이다.

“저는 다른 이른둥이 엄마들에게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치료하면 주호처럼 좋아질 날이 올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제 주호가 초등학교에 가면 시간이 좀 날 테니 저처럼 아픈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에게 필요한 활동도우미 같은 일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전에 어떤 엄마가 일주일에 두 번만이라도 누군가 아이를 치료하는데 데리고 가줬으면 한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거든요. 엄마 마음은 엄마가 잘 아니까요.”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는 정미란씨는 인터뷰 내내 밝게 이야기했지만 힘들었던 때를 이야기할 때는 살짝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주호가 태어나고 몇 년 동안, 정미란씨와 주호만이 아는 노력과 눈물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웃는 얼굴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이제 다른 이른둥이 가족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정미란 씨의 소중한 마음은 다른 가정에게도 전해져 희망의 씨앗이 되어줄 것만 같다.

 

글 이윤주 l 사진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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