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의 발달은 아무래도 ‘앉는 것’ 건너뛰고, 바로 ‘서는 것’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딸아이 지수의 활기찬 몸짓에 엄마 정혜 씨(44)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실로 평안이 묻어나는 정혜 씨의 미소에는 사실 우여곡절의 순간이 켜켜이 녹아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수는 28주 만에 790그램으로 태어난 이른둥이였다. 신체가 여물지 못해서 여러 가지 병증에 노출됐다. 특히 장 중첩증 때문에 수차례 고비를 맞았다.

그때마다 정혜 씨는 마음을 다해서 지수의 회복을 믿었다. 의사와 간호사를 믿었고, ‘사람은 믿는 대로 된다’는 얘기를 믿었다. 그리고 지수는 엄마의 믿음에 화답하듯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신지수 이른둥이 손

정혜 씨는 마음을 다해서 지수의 회복을 믿었다

 

하나, 언제든 어디든 어떻든 이른둥이를 보듬기

2016년 설날 무렵이다. 명절과 가정사에 여러모로 신경 써야 했던 그쯤 정혜 씨의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정신적으로 우울감도 들었고, 신체적으로 하혈도 잦았다. 하지만 지인들이 갱년기를 언급했던 탓에 그녀는 무던히 인내하던 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온몸을 뒤덮는 복통에 그녀는 병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의외로 임신을 진단했고, 무척이나 위급한 상황이라 덧붙였다.

“꿈에도 상상을 못했죠. 임신한 징후가 전혀 없었거든요. 첫째나 둘째를 출산했을 때처럼 입덧도 안 했고요, 배도 안 나왔죠. 예전에도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하혈했던 전례가 있기도 했고요.”

정혜 씨는 임신에 감격할 새도 없었다. 당장 출산하지 않을 경우 산모와 태아가 모두 위험했다. 하지만 검진받은 병원은 분만이 불가한 의료기관이었다. 그녀는 수소문해 인근의 산부인과로 옮겨갔다. 다만, 그곳에는 인큐베이터가 없었다. 따라서 그녀는 힘겨운 수술 끝에 무사히 출산했지만, 곧바로 신생아를 인큐베이터가 자리하는 대학병원으로 떠나보냈다.

“의사 선생님은 아기가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진단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름도 짓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장이 중첩됐고, 아울러 미숙아망막증도 발견됐죠. 여러모로 위중했지만 우리 가족이잖아요. 곧 출생신고를 진행한 후 치료와 지원에 집중했죠.”

그로써 신생아는 지수라는 인격체로 삶을 출발할 수 있었다. 다행히 뇌와 폐는 이상이 없었다. 미숙아망막증도 1회의 수술로 치료됐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일렀다. 아닌 게 아니라 의사의 예측대로 지수는 생후 백일 경에 사경을 넘나들었다. 그쯤 장 중첩증 때문에 금식을 지속했던 지수에겐 황달을 비롯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했다.

“지수는 장 중첩증이 심각해서 수차례 수술을 견뎌야 됐어요. 처음에 염증이 발생해 장을 빼는 장루 수술을 받았고요. 뒤늦게 염증을 발견해 항문 부분도 동일한 수술을 받았어요. 그렇게 회복한 듯싶어 장을 집어넣는 복원 수술을 진행했는데, 또다시 유착돼서 장루 수술을 되풀이했죠. 무척이나 속상해서 울음이 그치지 않았지만 겨우겨우 마음을 다잡고 거듭 의료진을 신뢰했죠.”

 

어머니 이정애씨가 신지수 이른둥이의 손을 잡고 있다

신지수 이른둥이와 어머니 이정혜 씨의 마주잡은 손

 

, 이른둥이에게 믿음에 사랑에 소망을 더하기

지수는 나날이 정혜 씨의 모성에 힘입어 굽이굽이 고비를 넘어섰다. 산소호흡기 없이 일찍 자가호흡했고, 활발하게 손짓발짓 동작을 선보였다. 그렇게 몸무게가 3㎏을 웃돌자 병원은 퇴원을 얘기했다. 그해 10월이니 장장 8개월 만이었다. 가족은 하나같이 지수를 반겼다. 아빠는 늦둥이를 벅차게 보듬었고, 고2, 중3 언니들도 막둥이를 살뜰히 보살폈다.

“집에서도 노심초사하며 간병했는데요. 감사하게도 그동안 재입원은 없었어요. 지금은 5㎏으로 조금은 더디지만, 교정일수의 월령에 맞게 발달하며 성장하는 중이에요. 특정하게 치료받는 부분은 없고요. 장을 제자리로 집어넣는 수술만 예정돼 있어요. 아마 내달에 검진받고 나면 수술일이 잡히겠죠.”

지수는 그야말로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했다. 정혜 씨는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돌이키면 고마운 얼굴이 적잖이 스쳐갔다. 그중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빠뜨릴 수 없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병원에서 지수를 간병하다 인연 맺은 이른둥이 엄마에게 들었었다. 3천여 만 원의 병원비가 부담됐었지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서 입원치료비를 지원받아 그래도 숨통이 트였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가 너무 도움됐죠. 다만, 가정에서 간병하다 보니 장루를 관리하는 의료품이 충분치 않더라고요. 이를테면 지수는 장루에 바르는 연고가 한 달에 1개만 처방되는데요. 1-2주면 모두 사용하거든요. 모자라요. 거기에 지수는 움직임이 활발해서 여러 가지 의료품이 더욱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수를 포함한 이른둥이에게 다양한 의료품이 지원된다면 각별히 유용할 것 같아요.”

지수는 물론 여느 이른둥이마저 헤아리는 정혜 씨의 모성이 애틋하다. 실제로 그녀는 아기의 솜털만 이상해도 엄마라는 존재는 반응한다는 사실을 지수를 통해 절절히 깨달았다. 그 맥락에서 그녀는 병상의 지수가 첫 웃음을 터뜨렸던 그때만 떠올리면 아직도 행복해서 미소를 머금는다. 그런즉 그녀는 이른둥이 엄마의 정서를 누구보다 공감하기에 그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메시지를 선사한다.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살아가려고요. 지수의 케이스가 특별히 좋아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매일마다 그렇듯이 이른둥이를 믿어주고, 오롯이 사랑하고, 회복을 소망하며 하루하루 정성을 더하면 기적도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른둥이 엄마들이 아침마다 한 뼘 더해 힘을 내길 정성껏 소원합니다.”

 

※ 신지수 이른둥이의 어머님께서 본인과 아이의 얼굴 노출을 원하지 않으셔 제한된 일부 사진만을 공개하였습니다.   

 

글 노현덕 작가 | 사진 김권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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