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전문가 강의는 물론, 최신 육아용품을 체험하고 쏠쏠한 선물까지 챙길 수 있는 산모교실은 예비맘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인터넷 검색창에 ‘산모교실’이라 입력하면 주르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리스트가 그 방증일 터. 그중에는 입소문을 타고 소위 ‘4대 산모교실’이라 손꼽히는 곳들이 있다.

매터니티스쿨도 그 베스트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인기 산모교실 중 하나. 1984년 ‘여성대학’을 시작으로 2017년 오늘에 이어지고 있으니, 오랜 역사부터 신뢰의 깊이를 더한다. 삼성서울병원, 중앙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병원 등 협력병원을 중심으로 매월 5~6회 산모교실을 진행하는데, 참가자들의 후기를 보면 알찬 강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한데, 후기에 올린 사진 중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강연장 입구, 출산‧육아 관련 파트너 업체들이 꾸린 부스 사이에 자리한 아름다운재단의 부스와 기부함이다. 플래카드 속 ‘기부도 아름다운 태교입니다’라는 카피 밑에 흐르는 안내문은 다음과 같다.

세미나 입장료 전액은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이른둥이 치료비를 지원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에 기부됩니다.

매터니티스쿨의 모든 강좌는 무료로 진행된다. 그런 즉, 여기서 세미나 입장료란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위해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을 뜻한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매터니스쿨 신용호 대표

“우리 일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다가, 기부를 생각했습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뜻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보자 했죠. 그래서 찾은 게 2015년, 아름다운재단의 이른둥이 지원사업이었습니다.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클래스인 만큼 참가자들의 관심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주제잖아요. 사업의 취지에 대해, 또 기부금은 어떤 경로로 사용되는지, 잘 안내만 해주면 자연스레 기부함으로 발걸음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매터니티스쿨 신용호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클래스 참가자들의 후기를 보면, 뜻있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더욱 좋았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출산과 육아관련 궁금증을 풀 수 있었던 알찬 강연, 푸짐한 선물의 즐거움만큼이나 또렷한 나눔의 기쁨이다.

 

엄마들이 알아주는 진심

참가자들의 후기에 또 하나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온화한 미소와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젠틀한 사회자, 바로 신용호 대표다. 세미나 시작 전부터 1, 2부 강연 사이 쉬는 시간과 마지막 경품 이벤트까지, 전반적인 진행을 맡고 있는 신 대표는 따뜻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참가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강좌를 즐길 수 있도록 매순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 임신한 딸을 살피는 친정아버지를 방불케 한다.

“전문 사회자에게 진행을 맡겨보기도 했지만,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더라고요. 매터니티스쿨과 임산부들에 대한 이해가 아무래도 부족할 테니까요. 호수 밖의 사람들은 호수의 잔잔한 물결만 봅니다. 수면 아래, 풀과 바위와 소용돌이는 보지 못하죠. 그건 물속에 들어가 본 사람만 알아요. 저는 매터니티스쿨이란 호수 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전문 사회자들처럼 매끄럽진 못하겠지만, 진심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제가 직접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 대한 소개는 간단한 다과가 제공되는 쉬는 시간에 이루어진다. 협찬사 소개에 이어 아름다운재단의 이른둥이 지원사업에 대한 안내가 나가는데, 소개해야 할 협찬사만 15군데 남짓하다보니, 한 곳 당 길어야 1분을 넘길 수 없다. 자칫 지루한 광고시간이 될 수도 있어, 핵심만 임팩트 있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아름다운재단의 이른둥이 지원사업 소개도 짤막하게 이루어집니다. 사업을 설명하는 PPT를 띄워놓고 ‘여러분이 보내주신 마음은 아름다운재단에 전달되어 이른둥이 재활치료에 지원되며, 이른둥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정도로만 이야기하죠. 구구절절 길게 이야기하진 않지만, 임산부들은 다 압니다. 엄마들이잖아요.”

강의가 시작하기 전 사회자로 나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 신용호 대표의 모습

 
세상에 권하고픈 아름다운 사심

뱃속의 아이와 함께 둥글게 모성도 싹트는 시간. 순하고 너그러운 모성의 공감능력을 믿기에, 굳이 긴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기부금의 액수를 보다 키우고 싶은 마음에, 신 대표는 공감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호소력 있는 멘트를 고민하기도 한다.

“매 회 클래스마다 모금액이 다르지만 대체로 소박합니다. 적을 땐 2, 3만원, 많게는 10만원 남짓 되죠. 금액 자체는 적게 느껴지나 한 사람당 기부함에 보통 천 원 짜리 한 장을 넣다보니, 3만원이라도 30여 명의 마음이 모인 셈입니다. 이렇게 모아지면 한 달 평균 20~25만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게 되죠. 작은 나눔이란 없다지만, 그래도 더 힘을 보태고 싶은, 욕심 아닌 욕심이 생깁니다. 참가자들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되겠지만, 더 많은 분들이 이 뜻있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가령 이런 생각도 합니다. 재단이 지원하는 이른둥이에 대해, 한 30초짜리 짤막한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건 어떨지…. 아무래도 영상의 호소력이 크니까요.”

30년 넘게 이끌어온 무료 산모교실의 위상은, 돈 벌 욕심을 배제했기에 가능했다. 클래스 참가자들의 데이터를 팔라는 제안을 비롯, 강연 프로그램 안에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켜 달라는 협찬사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거절하며 임산부 중심의 매터니티스쿨을 지켜왔다. 신용호 대표의 자부심은 회사의 물적 규모가 아닌, 교육사업가로서 지킨 신념에 방점이 찍힌다.

교육사업을 시작한 것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 기부를 시작한 것도 모두 ‘사심’ 때문이라는데, 신 대표의 사사로운 욕심의 정체는 언제나 ‘떳떳하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이런 사심이라면 얼마든지 품어도 좋을 터. 누구에게나 권하고픈, 아름다운 욕심에 다름 아니다.

 

글 고우정 |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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