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귀하게 온 생명이잖아요. 노력이 배로 들겠지만, 아이가 자라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기 역할을 할 때, 부모님의 보람도 갑절이 될 겁니다. 겪어낸 시련만큼 단단한 내면을 갖게 될 테고, 서로를 의지 삼아 함께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온 가족은 끈끈한 연대의식을 공유하겠지요. 주변에 이른둥이 가족이 있다면, 진심으로 응원해주세요. 사회가 관심을 갖고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줘야 합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전문위원으로 시범사업분과의 자문을 맡고 있는 조정민 교수(성신여자대학교 간호학과)는 지역사회간호학 분야의 전문가다. 보건소 중심의 연구 활동으로 보건과 복지를 두루 아울러온 그는 2004년, 아름다운재단이 이른둥이 지원사업을 시작하며 내민 손을 선뜻 맞잡았다.
“건강형평성에 관심이 많아, 그 연장선상에서 참여했어요. 관심을 갖고 보니 장애인이나 노인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이른둥이 출생률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인구학적인 측면에서도 이른둥이 지원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업임에 분명해요. 지원제도가 잘 정착되어 이른둥이들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해준다면, 인풋에 비해 아웃컴이 훨씬 더 큰 사업이 아닐까 합니다.”
이른둥이를 둘러싼 환경은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이른둥이 출산시 양육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문제였으나,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으리란 믿음 또한 부족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 십수 년, 의료 현장에선 이른둥이 케어의 성적과 노하우가 향상됐고,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도 개선됐다.
가족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다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같이 민간 차원에 머물렀던 이른둥이 지원사업이 정부 주도의 지원사업으로 확장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입원치료비 지원에 한정되었던 이른둥이 정부지원사업이 2017년부터는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 경감, 다빈도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 급여화 등으로 확대 시행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이른둥이들은 NICU 퇴원 후에도 2~3년간 재입원과 치료를 반복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이른둥이 가정의 몫이다. 생존율은 높였으나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지속적으로 살피는 정부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퇴원 후 가정에서 이른둥이를 키우며 겪는 녹록치 않은 상황들을 많이 봤습니다. 별다른 문제없이 태어난 아기를 키울 때도 정말 손이 많이 가지 않습니까? 양육자가 온전히 아이에게만 매달리다보면 생업을 돌볼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 그 또한 큰 문제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이른둥이 가족을 서포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연락하여 도움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양육자의 스트레스 관리 등 가족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정민 교수가 지적한 이른둥이 가정이 겪는 어려움은 경제적인 부담 외에도 양육자가 겪는 ‘막막함’에 방점이 찍힌다. 이른둥이를 출산하기 전까지, 모든 산모들은 열 달을 채워 아이를 낳은 후 진행되는 일반적인 육아 매뉴얼을 학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느닷없이 일찍 찾아온 특별한 내 아이 앞에, 선배 엄마들이 전해준 육아 바이블은 소용이 없다. 육아계의 베테랑인 친정어머니조차 도움 줄 수 없는 특수한 상황들이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둥이 만이 아닌 이른둥이 양육자와 아이의 형제자매 등, 이른둥이 가족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서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른둥이 양육에 대한 교육, 엄마의 건강관리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죠. 치료비 지원사업이 그랬듯, 민간에서 먼저 시작하고 국가적인 관심을 이끌어내 전국적으로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다솜이와 함께 한 소중한 시간
조정민 교수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시범사업 중에서 2010년 광명시 보건소 맞춤형건강관리센터와 진행했던 이른둥이치료비지원사업이 인상 깊었다. 관내에서 발굴한 이른둥이 가정에 재활치료비와 보조기 임대비, 성장발달검사비와 시나지스 주사비를 지원하며 경제적 부담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른둥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던 사업이다.
“협력병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필드에서 사례 발굴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 끝에 1년간 진행했던 시범사업이에요. 당시 제가 광명시 방문건강관리센터장을 맡고 있을 때라, 보건소 간호사 선생님들은 물론 해당 사업을 진행할 인력을 더 충원하여 집중 교육을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와 동장, 통장 등 그 지역 상황에 환한 전문가들을 활용한 케이스 발굴에 의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분들이 지원이 필요한 이른둥이 가정을 소개하면 직접 방문해 직면한 문제를 관리하고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연결해주기도 했는데, 굉장히 호응이 좋았습니다. 해당 가정에 꼭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이른둥이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았죠.”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함께 한 14년. 사업 초창기부터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고민과 보람을 나누어온 조정민 교수는 다솜이에 갖는 애정이 남다르다. 이른둥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대상자의 욕구를 발 빠르게 체크하며 꾸준히 진화해왔다는 평가다.
“보건과 복지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세팅할 때, 아름다운재단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굉장히 좋은 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재단과 교보생명, 그리고 전문위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서포트하는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아이디얼했다고 봅니다. 제 전공을 살려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비슷한 역할들을 여러 가지 해왔는데, 그중에서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전공이 지역사회 독거노인 쪽이라 늘 노인분들만 보고 사는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종종 새로운 의욕을 충전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전하는 에너지겠죠.”
글 고우정 | 사진 임다윤
김태균
아름다운 사람,,,노력하여 꿈을 이룬 모습으로,,,고맙고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