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않으면

 희망산타가 만난 현경준 이른둥이 이야기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꿈꾸지 않으면’의 노랫말처럼 교사인 저희들이 이른둥이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산타가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2013 다솜이 희망산타’ 발대식장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새내기 희망산타를 대표한 김해련 씨의 고백이다. 교사이기도 한 그녀는 나눔의 행복을 기쁘도록 깨우쳤다. 그래서 그것을 오롯이 공감하는 동료들과 더불어 이른둥이 행사에 아름다운 첫발을 내딛었다. 바야흐로 교사 산타들의 탄생인 터. 그녀들은 2005년, 29주 만에 태어난 경준‧경서 이른둥이 쌍둥이 가정으로 방문한다. 현재, 아홉 살배기 쌍둥이한테 부디 어른이 돼서도 행복할 수 있는 추억을 선물할 수 있길…. 그토록 순백의 소망을 지닌 4인의 산타. 저마다의 마음을 다짐하듯 그녀들은 단정한 산타 복장으로 보따리 가득 선물을 여미며 이른둥이를 위한 희망을 노래하고 나선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루돌프를 자청한 택시 썰매에서 내려서는 산타들. 벅찬 마음 안고 그녀들은 경준‧경서의 집을 향해 바삐 간다. 똑똑똑. 활짝 열리는 문틈으로 환대하는 경준‧경서의 엄마. 집 안에는 거동이 불편한 경준이가 누운 채, TV로 어린이 동영상을 시청 중이었다. 안타깝지만 건강한 경서와 달리 뇌병변장애 1급인 경준이는 아직은 인지 능력이 부족한 탓에 산타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한데, 경서는 또 어디 가고 눈에 띄지 않는지…….

  

알고 보니, 경서는 산타를 기대하던 동심을 주체할 수 없어서 숨어버린 터였다.

너 나 할 것 없이 산타들은 ‘경서야, 경서야’ 하고 부른다. 그제야 구석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경서. 해사한 낯빛에는 행복이 피어 있다. 오작교의 상봉이랄까, 환희 가득 산타들은 경서와 조우했다. 다만, 그 풍경이 어수선한지 경준이는 그예 울상을 짓는다.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새내기 산타 이전에 경험이 풍부한 현직 교사였다. 곧 유연한 분위기를 유도하더니 그녀들은 희망 어린 축제를 펼치기 시작한다.

  

  

 

  

먼저, 꾸러미에서 모형 이글루, 크레파스, 미술배낭, 동화책을 끄집어내 쌍둥이에게 선물한 산타들은 경서랑 더불어 모형 이글루부터 제작했다. 뚝딱뚝딱. 다소 어려울 법도 한데 그녀들은 미술시간을 주관하듯 능수능란하게 이글루를 만들어버렸다. 그 광경에 경서는 펄쩍펄쩍 기뻐하며 이글루 속을 탐방했다. 순차적으로 이젠 이글루의 벽을 꾸밀 차례였다. 비장하게 크레파스를 쥔 경서의 손은 이글루 벽에 경준‧경서를 필두로 친구들의 이름을 써 내려갔다. 모르긴 해도 아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글루에 또박또박 새기는 것 같았다.

  

 

  

  

한편, 경준이는 의자로 자리를 옮겨서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타들은 경준이를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더 사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산타들 중 해련 산타와 봉순 산타는 발대식에서 배운 비장의 무기, 풍선 아트 솜씨를 선보였다. 금세 그녀들은 산타 모자를 빚어 경준이의 머리에 왕관인 듯 씌었다. 놀랍게도 좋다고 웃음 터뜨리는 경준이. 그야말로 따뜻한 말투와 체온 섞인 스킨십, 산타들의 그 사랑에 아이는 반응했다. 내친김에 그녀들은 칼도 두 자루 뽑아냈다. 그러더니 그 풍선 검을 쌍둥이에게 각각 들리고선 ‘이얍’ 칼싸움을 붙여버렸다. 그 찰나에 쌍둥이는 생글거렸고, 또 엄마는 웃었고, 산타들은 기뻐했다. 마법처럼 그다지도 행복이 둥둥 떠다니는 정경이 펼쳐진 것이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이제는 하이라이트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케이크를 만들 수순이었다. 금년 다솜이 희망산타의 콘셉트는 빵 굽는 희망산타다. 주로 해련 산타와 혜순 산타가 경서를 보조해서 케이크에 생크림을 장식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에 생크림 수염을 그리는 장난도 쳐가면서 즐거운 추억을 수놓았다.

  

또, 저편에서 봉순 산타는 휴대전화로 경준이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쯤이었다. 경준이는 봉순 산타가 내민 사진 속 자신을 들여다보더니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두 번째였다. 어쩌면 우리의 웃음이란 경준이의 것처럼 원래 경이로운 것이었던가. 기적 같은 경준이의 웃음… 그 사이로 어느덧 경서가 완성된 케이크를 내밀었다. 수염 덥수룩한 산타할아버지 얼굴 모양 케이크가 그럴싸했다. 생일은 아니지만 산타들은 경서의 희망대로 5월생인 쌍둥이를 위해 한목소리로 생일송을 불렀다.

  

  

 

  

 

  

한 시간 남짓, 짧은 한때가 훌쩍 흘러갔다. 산타들에게 정해진 일정은 순식간에 끝이 나버렸다. 하지만 이대로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일까, 혜순 산타는 자신의 산타복을 벗더니 경서에게 대신 입혀줬다. 산타복을 물려받은 아이는 마치 희망을 짊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산타복을 입어 신이 난 경서. 이것을 일기장에 써야겠다고 되뇌는 아이를 통해 혜순 산타는 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이른둥이가 남다르지만 낯설지는 않아요. 그냥 작지만 나누고 싶은 의지가 있어서 참여했는데, 뭉클하네요.”

  

정녕 작별의 순간, 4인의 산타들은 표정마다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경준‧경서에게 따로 선물까지 준비한 해련 산타는 지속적인 만남을 위해 엄마와 연락처까지 나누었다. 이제는 진짜 안녕이다. 경준이에게 앞서 손을 흔들고 집을 나서는 산타들. 문 앞에서 이별 뽀뽀를 해주던 경서는 희망산타 썰매가 보고 싶다며 산타들을 친히 배웅했다. 하지만 택시 썰매는 임무를 수행하고 제자리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 아이가 꿈꾸는 썰매는 얼마나 눈이 부실지 사뭇 궁금했다.

  

  

 

 

 “같이 신 나게 놀았어요. 사춘기 아들 둘을 키우면서도 몸으로, 힘으로 부대끼고 했거든요. 오늘 쟤들은 많이 봐준 거예요.”

  

임무를 마친 해련 산타는 경준‧경서와의 시간을 단지 즐겼단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곧 희망을 잉태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희망이란 우리의 발밑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때였다. 막 짐을 정리하던 산타들은 비로소 쌍둥이에게 전달하지 못했던 크리스마스카드를 발견했다. 부랴부랴, 경준‧경서에게로 되돌아 달려가는 해련 산타. 한순간 이별이 연장되는 진풍경이었다.

  

문득 ‘꿈꾸지 않으면’의 노랫말이 하늘을 맴도는 듯했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경준‧경서와 함께한 4인의 희망산타는 교사로서 그 역할을 200% 발휘한 듯했다. 이제 그녀들, 희망산타로 인해 경준이는 어떤 꿈을 꾸게 될까. 또 경서가 작성한 일기는 무슨 내용인지 훔쳐보고픈 마음도 인다. 꿈을 그리다보면 그 꿈을 닮아가는 법. 이날에 희망산타들이 심은 꿈으로 이른둥이들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앞으로 무척 기대된다.

  

글. 노현덕 / 사진. 정김신호

 

 

* 현경준 이른둥이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해 재활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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