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겨울, 희망이 된 사람들
성건모 이른둥이와 함께 한 희망산타 이야기
발그레 홍조를 띤 10살 소년의 수줍은 얼굴. 두근두근, 설렘 가득 희망산타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의 눈빛은 벌써부터 희망으로 초롱초롱하다. 그동안 희망산타가 3회나 다녀갔지만, 소년의 기대는 한결같았다. 왜냐하면 희망산타와 함께한 추억은 언제나 감동이었기 때문이다. 그토록 희망산타를 기다리는 소년의 이름은 건모였다. 이른둥이인 건모는 양하지 수술 후에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건모는 다리가 불편하지 않은 듯이 왔다, 갔다, 희망산타를 기다렸다. 그즈음, 어디선가 건모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희망산타였다. 올해 네 명의 희망산타가 건모의 집을 노크했다. 건모는 선물꾸러미를 푸는 희망산타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제 건모는 희망산타들과 더불어 희망파티를 벌일 예정이다. 그들의 파티에는 희망은 물론 사랑과 용기도, 더러는 인내와 절제도…… 한겨울을 지나갈 수 있는 숱한 선물들이 오고갈 터였다. 희망산타와 이른둥이의 교감, 사랑 건모네에 발을 들인 희망산타는 넷. 김미정(29), 김정훈(39), 최정민(30), 최현정(38) 희망산타는 선물꾸러미를 내려놓고 이른둥이 방문 수칙에 따라 차례로 손을 씻었다. 그리고 건모를 중심에 두고 아이싱 쿠키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그중 김미정 희망산타는 건모를 대하는 폼이 무척이나 포근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5년차 희망산타로 경험이 매우 풍부했다. “2010년, 대학교 때 처음으로 참석을 했어요. 매년 기존 참여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면 곧장 참석해요. 사실 건모가 남자아이라서 조심스럽긴 하거든요. 보통 낯선 사람한테는 여자아이들이 더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기우였다. 건모는 무척이나 활발했다. 그렇다고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건모는 적극적이지만, 또 얌전하게 희망산타들에게 둘러싸여 아이싱으로 쿠키를 장식했다. 눈사람, 별, 곰돌이, 크리스마스 트리 등 서툴지만 희망산타와 교감하는 건모. 최정민 희망산타는 그런 건모를 시종일관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봤다. “직장 동료인 미정 씨를 따라 처음 참여했는데요. 어린이는 존재 자체로 감동인 것 같아요. 순수하고 밝고…… 어린 시절에는 특별한 기억이 머릿속에 남는 만큼 건모가 오늘을 아름답게 기억하면서 건강하게 자라나면 좋겠어요.” 이른둥이를 위한 나눔은 희망산타의 소명어느새 쿠키의 장식을 마친 후, 건모가 냉장고에 쿠키를 넣는 순간 김정훈 희망산타는 미니 루돌프에 꼬마전구를 감고 있었다. 그는 조용하고 성실하게 희망산타의 몫을 감당했다. 사실 대안학교 교사이기도 한 김정훈 희망산타는 나눔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숱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희망산타를 통한 나눔이 무엇인지 좀 궁금했어요. 저도 어렸을 때 산타를 좋아했고, 제가 경험하지 못한 나눔이라 동참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방에는 희망산타 활동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아쉽긴 했어요.” 희망산타가 지방도 방문한다면 건모처럼 반짝이는 미니 루돌프 때문에 즐거워하는 이른둥이들도 늘어날 터. 겨우 미니 루돌프에서 고개를 돌린 건모는 이번에는 케이크를 만들면서 희망파티를 만끽했다. 그런데 건모는 특히 최현정 희망산타의 얘기에 곧잘 웃음을 터뜨렸다. 최현정 희망산타는 유머도 재미있었지만, 실제로 건모 또래의 아들딸을 둔 터라 인터넷 및 스마트폰의 게임을 통해 유대관계 속에서 건모와 소통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 또한 아픈 아들을 두었기에 건모를 더욱 헤아릴 수 있었다. “이른둥이는 아니지만 제 아들도 조금 아파요. 그래서 아들이 치료를 받는 와중에 SNS를 통해 희망산타를 알게 되었어요. 나이 불문하고 이른둥이가 인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른둥이라고 달리 생각할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른둥이에게 관심을 두고, 또 손을 붙잡고 간다면 이 사회가 더욱 밝아질 것 같습니다. 참, 그리고 케이크나 쿠키도 좋은데요, 다음에는 이른둥이의 건강과 관련된 이벤트도 무척 좋을 것 같아요.” 희망산타가 심은 희망은 이른둥이의 꿈으로 건모의 나이를 상징하는 초를 꽂고 케이크를 완성했다. 열 살, 어쩌면 ‘다솜이 희망산타 10th’를 기념하는 것 같기도 한 케이크. 건모가 10년 전 이른둥이 사진 콘테스트에 참가했던 것하며, 아무래도 아이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인연이 깊었다. 희망산타들은 그렇게 가랜더 장식도 마무리 짓고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이제는 건모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건넬 차례. 그야말로 잔뜩 부푼 건모의 표정…… 하지만 그도 잠시 선물의 포장지를 뜯어본 건모의 얼굴은 일순 낯빛으로 굳었다. 그 이유인즉슨 선물은 이미 집에 있는 보드게임이었던 것. 건모만큼 당황한 희망산타들은 건모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를 썼다. 물론 건모가 선물 탓에 당장은 섭섭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늘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겨울이면 꺼내놓고 제법 웃을 수 있는 그런 추억이……. 게다가 선물은 그것뿐만 아니라 가방 및 크레파스, 색연필도 있었다. 그리고 희망산타들의 마음이 담긴 애틋한 카드도……. “건모야, 2014년 크리스마스 파티 같이 하게 돼서 너무 기뻐.” “건모야, 이번 겨울 방학 신나고 즐겁게 보내기다.” “건모야, 2015년에도 좋은 친구들, 좋은 일만 가득하길 소망해.” “건모야, 행복하고 건강하게 멋진 남자로 자라주렴. 파이팅!” 카드 가득 건모를 둘러싼 희망의 소원들. 건모는 희망산타들, 즉 희망에 휩싸여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희망산타들이 돌아가야 할 때였다. 그들은 페이스페인팅과 타투 스티커 놀이도 준비했지만 건모의 건강을 배려해서 시간상 이쯤에서 물러가기로 결정했다. 저번에도 그러했듯 희망산타들은 떠나가는 길에 산타 옷을 건모에게 입혀줬다. 그런데 건모가 산타 옷을 입고 선물꾸러미를 짊어진 모습은 영락없는 희망산타였다. 사실 희망이란 받은 만큼 줄 수 있는 것. 요즘 건모의 꿈은 치킨집 사장님이라지만, 커서 무엇을 하든 건모는 희망산타에게 받은 희망을 다른 이에게 전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글. 노현덕 l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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