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달로 접어드는 계절이면 광화문광장 저편에서 동화보다 신비로운 하루가 펼쳐진다. 바로 전설 속의 산타들이 뭉쳐 이른둥이를 위한 희망을 빚어내는 풍경이 그것. 이른바 <다솜이 희망산타>의 장관이다.
지난 12월 8일에도 <다솜이 희망산타>는 어김없이 개최됐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2016 다솜이 희망산타>는 전국 각지 15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오직 이른둥이의 이름으로 모여 한마음으로 호흡했다. 저마다 산타와 엘프, 그리고 루돌프로 역할을 구분한 그들은 40여 명의 이른둥이에게 기쁨, 용기, 평안 등 행복이 묻어나는 추억을 선물하고자 정성을 기울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산타, 엘프, 루돌프가 빚어내는 희망
오전 10시께 겨울바람을 헤치고 광화문 교보빌딩 23층으로 속속 들어서는 발걸음. <2016 다솜이 희망산타>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데스크에 들러 희망산타로 변신을 시작한다. 출석부터 체크하고 편성된 조와 방문할 이른둥이도 확인하며, 그들은 희망산타의 옷가지를 짊어든다. 다만, 예년과 달리 올해는 추첨을 통해 산타뿐만 아니라 엘프 캐릭터도 선별했다. 물론 이른둥이 가정으로 이동하는 루돌프는 올해도 인터내셔널 택시가 도맡았다.
순식간에 캐릭터별 옷을 갈아입은 자원봉사자들은 하나같이 희망 가득 해사한 표정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낯익은 얼굴들도 더러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솜이 희망산타>의 행복은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것. 한 번도 참석하지 않으면 몰라도 한 번만 동참하긴 어렵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김윤정 기부자와 인터내셔널 택시 서정호 기사는 그래서 올해도 기꺼이 함께했다.
“<다솜이 희망산타>는 이른둥이와 자원봉사자를 위한 축제 같아요. 지난해에 참여하고 1년 동안 행복해서 올해도 손꼽아 행사를 기다렸어요. 지난번 만났던 이른둥이는 온종일 대문을 열어두고 우리를 기다려서 감동적이었는데요. 이번에 찾아갈 이른둥이랑도 인상 깊은 추억을 쌓으려고요. 오늘은 엘프로서 소임에 충실하겠습니다(웃음).”
“저는 루돌프로서 활동한 지 6년째예요. 처음에는 기사모집도 여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두 자발적으로 재능기부해요. 우리의 조그만 나눔을 통해 이른둥이가 힘을 내길 소원하죠.”
저마다 설렘과 간절함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짐하는 자원봉사자들. 일차적으로 세미나실에 조별로 둘러앉아 그들은 이른둥이를 헤아리는 오리엔테이션에 집중했다. 실로 이른둥이는 세상에 호기심이 많아서 2.5㎏ 미만, 37주 이내로 태어난 아기. 아직 여물지 못해 미숙아망막증, 폐이형성, 뇌출혈 등에 노출되기 쉽다. 전체적인 출산율은 낮아지나 이른둥이 출산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이른둥이의 현황을 경청하는 산타, 엘프, 루돌프의 눈빛이 진정성으로 반짝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모름지기 산타라면 선물 보따리가 필수인 터.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이른둥이의 선물을 획득하기 위한 조별 미션이 예정됐다. 각 조는 4종류 선택미션 중 1가지와 필수미션을 수행하고,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촬영해야 이른둥이의 선물이 확보된다. 자원봉사자들은 산타, 엘프, 루돌프로서 사명감을 갖고서 미션에 돌입했다.
10족 양말의 짝을 맞춰 대형 양말에 집어넣는 ‘양말 속의 양말’, 6개 공을 던져 3개 이상 과녁에 명중하는 ‘산타마을을 지켜라’, 자전거 페달을 굴려 에너지 100%에 도달하는 ‘사랑의 에너지 채우기’, 뮤직박스에서 뽑은 캐롤을 조별로 합창하는 ‘씽씽캐롤’ 중 1가지 미션을 실행한 그들은 이른둥이가 받고픈 선물을 맞추는 ‘이른둥이의 선물’ 미션을 빠짐없이 완수했다. 그중에 박미라 자원봉사자는 장난감을 선물로 얻고서 방문할 이른둥이를 생각했다.
“보란아, 언니들이 ‘뽀로로 말하는 전화기’를 선물할 거야. 이따가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자. 오늘의 추억으로 보란이가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어린이로 성장하길 기대할게.”
자원봉사자들은 미션을 통해 의욕을 북돋고 팀워크도 다지며, 조별로 선물을 마련해 세미나실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제는 선물을 포장할 차례였다. 그들은 기프트디자인을 연구하는 「롤티앤」 허지선 대표의 안내에 따라 포장을 시작했다. 산타는 싹둑 재단한 포장지로 선물을 둘러쌌고, 엘프는 꾹꾹 손끝으로 모서리를 훑어 고정했는가 하면, 루돌프는 촘촘 양면테이프로 오픈된 면면을 접착했다. 거기서 털실로 중앙을 십자로 가로질러 리본 모양으로 매듭을 지으면 완성이다.
하나둘 정성껏 포장한 선물이 40여 개로 늘어갔다. 어느새 시간도 정오에 다다른다. 오후에 이른둥이랑 추억을 쌓으려면 아무래도 체력이 중요한 법. 산타, 엘프, 루돌프는 그 자리에서 건강식 도시락을 점심으로 밥심을 비축했다. 하양, 초록, 빨강이 어우러져 도란도란 식사하는 정경이 마치 상상의 나라 같다.
기적을 노래하는 사랑의 하모니
자원봉사자들은 든든히 배를 채우고 컨벤션홀에 나란히 조별로 자리했다. 여기는 <다솜의 희망산타>의 주행사가 거행되는 공간이다. 오프닝은 브라스 밴드 「메이킹 보이즈」의 공연. 「메이킹 보이즈」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연주하며 관악대 특유의 웅장한 음색을 선보이더니, ‘징글벨 락’,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고조시켰는가 하면, ‘징글벨’, ‘성자의 행진’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의 신나는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캐럴의 하모니로 훈훈해진 무대는 환영사의 순서로 이어졌다. 이른둥이 지원사업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진행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김성한 전무와 아름다운재단의 예종석 이사장이 의미 깊은 메시지를 담아냈다.
먼저 김 전무는 “이제껏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로 2315명의 이른둥이를 지원했던 만큼, 앞으로도 교보생명은 수많은 이른둥이들을 지지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고, 이어 예 이사장은 “아인슈타인, 뉴튼, 다윈 등 이른둥이 중에는 인재가 꽤 많습니다”라며, “이른둥이를 온전하게 양육하는 것은 어른의 소명입니다”라고 전언했다.
큰 산타로서 김 전무와 예 이사장은 계속해서 3인의 희망산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인터내셔널 택시 신희열 회장, 교보생명 박정심 컨설턴트, 최지혜 재능기부봉사자는 이른둥이 가정에 사랑과 관심을 지속하며 재능과 시간의 나눔에 앞장섰던 선행이 알려졌다. 특히 6회나 희망산타로 참석한 박정심 컨설턴트는 2년째 딸과 함께 모녀 희망산타로 활동하는 중이다.
3인의 희망산타를 통해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좌중은 이내 다음의 수순을 맞이했다. 바로 이른둥이 가정을 응원하기 위해 손편지를 작성하는 시간이었다. 『기적의 손편지』 저자 윤성희 작가가 진심 어린 손편지의 예시를 제시했다. 이를테면 ‘이른둥이야, 너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 소중해’라든지, 혹은 ‘이른둥이를 위해 용기내는 엄마아빠께 존경과 박수를 드려요’라든지, 윤 작가의 설명에 따라 사각사각 엽서에 희망을 새기는 소리가 뭉클하다.
간결하나 진지하게 엽서를 모두 작성한 산타, 엘프, 루돌프는 이제 이른둥이 가정에서 수행할 사안을 점검한다. 우선 이른둥이 방문수칙은 무척 중요하다. 이른둥이네에 들르면 손부터 씻은 다음 아이에 대한 지나친 염려는 삼가고 가정에서는 2시간 이내로 머무르는 등 존중과 배려가 요구된다. 다음은 이른둥이랑 놀아줄 아이템활용법도 습득이 필요하다. 소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노하우, 컵케이크에 생크림과 토핑을 모양내는 방법은 각별히 공유됐다. 그로써 컨벤션홀 일정은 마무리됐다.
바야흐로 이른둥이 가정에 방문할 순간이 도래했다. 산타, 엘프, 루돌프, 즉 희망산타들은 <다솜이 희망산타>의 대미를 장식하는 퍼포먼스를 위해 야외특설무대에 올라섰다. 그야말로 산타마을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메이킹 보이즈」가 연주하는 ‘징글벨’이 퍼져가고, 희망산타들이 조화롭게 박수치며 노래한다. 이상하게도 추위는 감지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이 가슴에 품은 희망은 빛처럼 따뜻해서 겨울을 물리쳤는지 모른다. 곧 징글벨 하모니가 잦아들자 그들은 엄지와 검지로 미니하트를 그리며 끝 간 데 없이 소리친다.
“이른둥이야 사랑해!”
이른둥이를 향한 고백이 메아리치는 광화문광장. 그새 희망산타들은 인터내셔널 택시를 썰매 삼아 삼삼오오 이른둥이에게로 떠나간다. 아마도 이른둥이는 올해도 희망산타랑 함께한 즐거운 추억으로 삶의 겨울마다 따뜻한 체온을 떠올릴 것 같다.
글 노현덕 l 사진 임다윤
이태구 민구
산타 선물 받았습니다 너무 기뻐하는 둥이들을 보니 넘 행복했습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신청한건데 당첨되어 둥이들한테 자랑하고 또 기대하고 기다렵답니다 무조건 감사하다고 감사하다고 말전합니다 내년에 초딩되는 둥이한테 멋진 추억 선물로 기억되게 해줘 고맙습니다 늘 받기만했으나 꼬오옥 줄수있는 날도 오겠죠 모두 모두 건강한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