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장애 아동의 입장을 거부하는 키즈카페들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확산됐을 때 어린이 놀이터가 폐쇄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주로 집이나 키즈카페 같은 실내 놀이터에 가게 되는데요. 장애 아동의 경우 실내 놀이터에 가는 데까지 여전히 많은 문턱이 존재해요.” 김남진 국장, 무장애연대
코로나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 속에서도, 또 폭염이나 한파 같은 날씨에도 놀 수 있는 대안으로 실내 놀이터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키즈카페에서 휠체어를 탄 지체 장애 아동의 출입을 거부했다는 기사를 종종 보게 된다. 바닥이 더러워지거나 다른 아동과 부딪혀 다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차별임은 분명했다.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의 접근과 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버젓이 차별적인 입장 거부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실내 놀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지자체에서도 공공 실내 놀이터를 만들어 개방하고 있지만 장애 아동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은 여전히 요원하다. 공공기관은 그나마 휠체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지만, 보조 기구를 사용하는 아동들이 놀기에는 실내 놀이터 공간이 너무 좁거나 장애 아동들이 사용하기 불가능한 놀이 기구들이 놓여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장애가 있든 없든 어린이 누구나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해온 아름다운재단은 「대웅제약웃음이있는기금」을 통해 2006년 서울숲 무장애 놀이터 <거인의 나라>와 2008년 국회 무장애 놀이터 <애벌레의 꿈>, 2015년 어린이대공원 무장애 놀이터 <꿈틀꿈틀놀이터>를 지은 바 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2022년, 아름다운재단과 무장애연대, 플레이31은 무장애 ‘실내’ 놀이터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김남진 국장(무장애연대)은 이전에 진행했던 무장애 (야외) 놀이터 사업 이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저희가 처음 무장애 놀이터를 만들 때만 해도 장애 아동이 놀이터에서 놀기 어렵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인식되지도 않던 시기에요. 무장애 놀이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야 그동안 놀이터들이 얼마나 장애 아동들에게 놀기 어려운 곳인지 사회적으로 알려졌죠. 그 후 놀이터를 정기 보수할 때 통합 놀이터 관점에서 보수 계획을 세운다든가, 서울시에서 동서남북 거점형 통합 놀이터를 만든다든가 하는 변화들이 생겼어요. 통합 놀이터와 관련해 관련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고요.
이번에 진행하는 무장애 실내 놀이터 사업을 통해서도 장애 아동이든 비장애 아동이든 차별 없이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가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장애 아동의 입장을 거부하는 키즈카페에 대해 개인적으로 민원을 넣거나 진정을 넣을 수도 있지만, 그런 개인적인 구제 방식보다는 앞으로 이렇게 만들어 가자는 캠페인을 통해 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면 좋겠어요.“
‘무장애 놀이터’ 하면 흔히 장애 아동을 고려한 완만한 경사로나 안전벨트가 있는 그네 등을 떠올리지만, 김남진 국장은 놀이 기구의 접근성 개선만큼 중요한 것이 다양한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저희도 물리적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뒀어요. 물론 그 점도 분명히 개선되어야 하는 점이에요. 하지만 장애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잖아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람마다 장애가 되는 것들이 다양하고 다 다르니까요. 그런 다양한 차이를 고려한 통합 놀이터를 만들어야 했어요. 예를 들어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동은 활동의 패턴이 다르고 그 때문에 놀다가 충돌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이런 점은 놀이 기구를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에요. 공간 구성을 새롭게 해야 하는 부분인 거죠. 기존에는 장애 아동을 위한 놀이터라 해도 이런 다층적인 고민들이 반영되지는 못했어요. 저희는 이런 다양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무장애 놀이터를 만들어 왔고, 이번에 만드는 실내 놀이터에도 이런 관점을 반영할 예정이에요.”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무장애 놀이 키트
김남진 국장의 말대로 무장애 실내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동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동들이 직접 참여하는 ‘무장애 놀이 키트 어린이 기획단 워크샵’도 진행했다. (참고-‘무장애 놀이 키트 어린이 기획단 워크샵’ 현장 스케치) 기획단에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을 포함해 다양한 성향을 가진 아동들이 참여했다. 퍼실레이터들은 아이들이 정해진 놀이를 할 때와 자유로운 놀이를 할 때, 두 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그때마다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관찰했다.
“낯선 환경에서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하고 섞일 수 있을까? 관찰하려는 목적이 컸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놀 때도 제재하기보다는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지켜보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마이크를 들고 소리를 내는 아이도 있고, 진행하는데 앞으로 뛰어나오거나 홀을 거침없이 뛰어 노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어떤 아이들에게는 그런 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었을 텐데, 누구도 ‘선생님 쟤는 왜 저래요, 쟤 말려야 돼요.’하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에 대해 굉장히 수용적이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죠.”
기획단에 참여한 아이들은 놀이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는데도, 막상 무장애 놀이키트를 기획할 때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글자를 읽지 못하거나 물건을 던지길 좋아하거나 소근육을 사용이 어려워 종이 카드를 집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그림 설명서와 던져도 안전한 공, 구부러진 모양의 집기 쉬운 카드 등을 고안해 냈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이렇게 놀이도구를 만들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어서 좋았어요. 이런 의견들을 잘 녹여서 ‘무장애 놀이 키트’와 ‘무장애 실내 놀이터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무장애 실내 놀이터도 만들고 싶어요. 이번에 참여한 아이들이 다음에는 1박 2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희도 이런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서 운영해 보고 싶고, 그걸 보고 다른 곳에서 따라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좋겠어요.”
진정한 무장애 실내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다양한 장애의 스펙트럼과 아동들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데, 실내는 야외보다 협소한 경우가 많아 다양한 필요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들을 넘어 무장애 실내 놀이터라 불려도 무색하지 않은 공간을 만드는 게 김남진 국장의 바람이자 <무장애 실내놀이터 지원사업>의 목적이다.
“어떻게 하면 무장애라는 이름을 달 수 있을 만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고 그런 무장애 놀이 키트와 무장애 실내 놀이터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님들도 관심 가져 주시고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시면 감사해요. 무장애 놀이 키트가 개발되어 배포할 때도 기억해 주시고 참여해 주시면 무장애 놀이터를 알리고 확산해 나가는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 우민정 작가 ㅣ 사진. 임다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