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ECO 교실 만들기 지원사업 모두가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활동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중금속,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인데요. 성인에 비해 호흡량과 활동량이 높은 아이들은 유해물질에 더욱 취약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학교 공간, 학습·체육 교구, 어린이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물질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학교 내 유해물질에 대한 인지도 확산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교실 만들기 지원사업(유자학교)’을 진행해왔습니다. 어린이,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해 학교 환경을 개선해볼 수 있는 교육, 캠페인 등을 운영했으며, 현재 초등학교 내에 유통되는 내장재, 마감재, 교구 등에 대한 안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데에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학생도 교사도 행복한 ECO-교실* 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 초등학교에 사용된 자재 및 비치된 교구 등에 대해 유해물질 배출량을 조사했고,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은 친환경 제품으로 시범교체하는 등 학교 환경을 바꿔왔습니다.2023년에는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유자학교와 ECO 교실 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합운영합니다. 교육당국·제조기업, 시민단체와 협력해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제품(환경마크, 환경성적표지, 저탄소제품, GR인증, 녹색기술제품 등) 또는 안전이 확인된 제품을 이용하여 교실 내 물품을 교체합니다. |
지난 12월 3일,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다가치학교에서 유자학교(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학교) 결과공유회가 열렸다. 3년 간 유자학교를 함께한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들이 자리를 채웠다. 벽면에는 유자학교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만든 환경 신문과 플라스틱 선언문, 안전마크 등이 전시되었다.
학생과 교사가 직접 만들어온 유자학교의 3년
“유자학교는 학교 내의 유해물질 사용 실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초등학교 교육 환경과 어린이 제품을 조사한 결과, 704개 제품 중 39%가 중금속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건축재와 마감재의 50%가 PVC 재질이었고,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학용품과 학습준비물에서도 PVC와 프탈레이트, 카드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날 결과공유회는 지난 3년 간의 유자학교 활동을 소개하는 아름다운재단 신선영 간사의 발표로 시작했다. 당시 조사 결과, 학생들이 학교에서 뛰어놀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공기 속 유해물질을 마실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유해물질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은 부재했다. 학교보건법은 인조잔디나 탄성 포장재 등에만 적용되어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겼고, 건축재와 마감재 등을 규제하는 환경보건법 역시 새로 공사하거나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는 등 한계가 컸다. 이런 상황에서 아름다운재단과 일과건강,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과 교사가 직접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해답이라고 보고, ‘유자학교’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급했던 건 교육프로그램과 교구 개발이었다. 이전까지는 학교에 유해물질이 있다는 인식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교육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에 유자학교는 ‘워크북과 교구’를 개발하고 이를 가르칠 ‘교사 연수와 모임’을 꾸준히 이어 갔다. 유자학교는 ‘교육’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어린이 주도의 캠페인‘을 벌여왔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한다든가, 유해물질이 있는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 편지를 쓰는 등 직접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행동을 이어왔다. 이와 더불어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학교 유해물질 관리 정책 개선(조례 대응 활동)’ 활동 또한 병행했다. 2021년부터 2년간 ‘어린이안전마크공모전’을 열어 당사자인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안전마크를 제작하기도 했다.
“11개 시·도, 학교 74개, 학급 및 동아리 121개, 교사 110명, 학생 2,851명. 그간 유자학교에 참여한 학교와 교사, 학생들 숫자입니다. 3년 동안 이러한 성과 만들기까지, 시민단체와 아름다운재단의 든든한 기부자님들, 선생님들, 학생들이 함께 어린이들이 안전한 환경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어린이 안전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자학교가 해온 일과 해나갈 일 – 유자학교 대담회
유자학교 소개가 끝난 후, 대담회가 이어졌다. 대담회에는 유자학교에 참여해온 교사와 주최단체, 전문가가 함께했다. 유자학교와 걸어온 길과 그 의미,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았다.
대담회 참석자사회자 : 배성호(유자학교프로젝트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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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자학교에 참여했던 선생님들이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수업에 관해 나눴다. 세미초등학교 서윤수 선생님은 학교에 있는 유해물질을 학생들과 직접 측정했던 수업을 꼽았다.
“유해물질을 측정하기 위해서 학교의 물건을 다 뜯어내고, 아이들이 집에 있던 물건을 가져왔던 기억이 납니다. 체육 매트, 농구공, 글로브, 칠판 지우개에서 유해물질이 나와서 폐기했고요. 아이들이 자신들이 한 활동을 통해 학교를 변화시켰다는 것을 굉장히 뿌듯해 했습니다.”
서윤수 선생님은 유자학교가 안전한 학교를 만들 뿐 아니라,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짚었다. 유자학교프로젝트 기획단장인 배성호 선생님은 ‘유자학교 사례가 초등 사회교과서에 수록되었다’며, 학생들의 참여로 어떻게 학교가 바뀔 수 있는지 민주주의 단원의 사례로 나왔다고 밝혔다. 세미초 신민경 선생님은 “또래 피해자가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아이들이 분노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고, 기업과 국가에 편지를 쓰면서 민주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일과건강 박수미 팀장은 진심으로 활동해온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이러한 노력이 유자학교만의 고유한 특색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유자학교의 놀라운 점은 워크북에 나온 교육내용과 캠페인 활동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펼쳐진다는 거예요. 일례로 작년에 삼례중앙초등학교에서 생활화학제품 관련 수업을 하셨는데, 아이들이 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건을 가져왔어요. 샴푸, 주방세제 등의 성분을 환경부 초록누리 사이트에 들어가서 일일이 검색하고. 그 뒤 기업의 경영철학을 확인했어요. 그후 학생들이 ‘경영철학에 맞게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주세요.’라고 기업에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저희도 제품과 경영철학을 접목해서 거기에 맞는 제품 만들어달라고 하는 활동은 생각도 못 했는데 너무 놀라웠어요.”
이외에도 광주에서는 학교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안전한 제품 사용을 제안했고, 목포에서는 유자학교 워크북 내용을 메타버스로 구현하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 권연재 팀장은 교육 전후 설문 결과, 유자학교의 이런 활동들로 인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성이 크게 향상했음을 밝혔다.
유자학교는 학교 현장에서뿐 아니라 조례 제정을 통한 제도 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권연재 팀장은 조례 제정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였다.
“이번 조례 제정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학교 교육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할 유해 물질 및 관리 방법을 특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주로 중금속과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 잘 알려진 유해 물질들이 이제 관리 목록에 포함되는 것이죠. 두 번째로 유해물질로부터 학교 구성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청과 학교의 책무를 규정했다는 사실입니다. 세 번째로 녹색 구매를 선도하는 거대소비자로서 교육청과 학교의 역할을 이런 제도들을 통해서 제시했습니다.”
2020년 시작한 유자학교프로젝트를 통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는 조례 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전국 17개 교육청 중 일부인 4개 교육청만 조례가 제정되었고, 학교용품지원센터 등 구체적인 유해물질관리계획이 명시된 곳은 서울시교육청뿐이다. 유자학교 프로젝트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서윤수 선생님은 학교에서 학교용품을 구입할 때 ‘최저가 입찰’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안전에 대한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조례를 통해 안전 기준이 생겼다고 해도 일선의 교사들이 안전한 제품인지 확인할 방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송민경 박사(한국자원경제연구소 대표)가 이런 학교 현장의 현실에 맞춰 ‘학교용품지원센터’가 필요한 이유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하며 대담회를 마쳤다.
“선생님들이 짚어주신 것처럼 ‘학교용품지원센터’를 통해 교과목별 어떤 학습 도구가 유해 물질이 없는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이후 조례나 구체적인 로드맵에도 이 내용을 넣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되어도 학교 현장에서 실천이 힘든 부분이 있을 거 같습니다. 조례 이후에도 다양한 운동과 활동이 함께 가야 탁상행정만이 아닌 정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이 모두의 마음을 모아 만든 “어린이안전마크” – 어린이안전마크공모전 시상식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왔다. 유자학교는 작년부터 “어린이안전마크공모전”을 열었다. 대담회에서 지적하였듯이 학교 현장에서 무엇이 안전한 제품인지 확인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안전마크는 안전한 제품을 손쉽게 확인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입되었고, 이를 직접 사용할 어린이들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이날 상을 받은 김가연 학생과 김태윤 학생은 수상소감을 전하며, 자신이 만든 안전마크가 다른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학교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고, 수업하면서 주변에 이렇게 많은 유해물질이 있다는 걸 알았고, 유해물질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만든 안전마크로 많은 사람이 안전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김가연(진관초 5학년, <멋짐상> 수상)
“안전마크 만들 때, 제가 집에서 여러 번 생각을 고민해봤거든요. 그렸는데 선이 삐뚤삐뚤한 거예요. 그래서 다시 그렸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이렇게 상 받으니까 처음에는 부끄러웠는데요. 그래도 제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제가 만든 안전마크가 유해물질 걱정 없는 물건에 쓰여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 김태윤(세미초 5학년, <으뜸상> 수상)
어린이안전마크는 상을 받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어린이의 작품의 공통 요소를 모아 전문 디자이너인 김예은 씨가 제작했다. 박수미 팀장은 어린이안전마크를 공개하며 그 의미를 밝혔다.
“어린이안전마크가 드디어 만들어졌습니다. 어린이안전마크가 지닌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선 ‘Safe’란 문구는 주변 또는 외부의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함을 뜻합니다. 또, 유자를 뜻하는 노란색과 자연을 상징하는 초록색, 편안함을 표현하는 살구색을 사용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두 손으로 감싸서 보호하고 있는 지점에는 따뜻함을 상징하는 살구색의 새싹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유자의 다짐과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앞으로 어린이안전마크 많이 사랑해 주세요.”
결과공유회는 세미초 학생들이 “여행을 떠나요”, “넌 할 수 있어” 등 축하 공연, 참여한 어린이들의 함성으로 막을 내렸다. 앞으로 유자학교는 어린이안전마크를 학교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에 부착하고, 유자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 안전마크가 붙은 제품들도 소개하는 등 다양할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글: 우민정 작가
사진: 김권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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