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는 서울, 경기 지역에 유례없는 폭우, 산불 등 많은 재난재해가 일어났습니다. 비단 2022년만이 아니고 재난재해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은 [재난재해 안전망 지원사업]을 통해 재난재해를 극복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지원을 시작하였습니다. 2022년에는 서울, 경기 지역의 폭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아동센터 5곳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협력기관 에이팟코리아가 보내주신 사업후기를 공유합니다. |
공동체, 우리가 회복하는 시간 – 2022 재난재해 안전망 지원사업 후기
2022년 8월 8일, 115년만에 사상 최악의 폭우가 서울, 경기 그리고 중부 지방 일대를 휩쓸었다. 단 몇 시간 동안 쏟아진 폭우에 도시는 마비되었고, 도로 위 맨홀을 통해 빗물이 역류하고 지하철이 침수되는 등 도시 곳곳이 물에 잠겼다. 평화롭던 여름의 일상이 빗물에 잠기고 무너져버리게 되었다.
에이팟코리아는 수해피해 현장에 출동했다. 이미 정부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많은 지원과 구호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었다. 피해가 컸던 시장과 주택가는 철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구호물품들이 한켠에 쌓이고 있었다. 에이팟코리아는 작은 단체이기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바로 구호의 틈새를 찾는 일이었다. 같은 재난을 겪어도 상대적인 재난 약자는 언제나 존재한다. 에이팟코리아는 그 약자를 찾는 일에 집중했다.
지원의 틈새인 지역아동센터를 찾다
그때쯤 울진삼척산불 긴급구호사업으로 인연을 맺은 아름다운재단에서 이번 수해피해 복구를 지원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작은 규모의 지원사업을 생각했으나 좀 더 넓은 범위의 사업을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지원이 쏟아지던 상황에서 우리는 지원의 틈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틈새는 수해피해를 입은 지역아동센터였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를 통해 지역아동센터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수해 피해 이후 복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역아동센터는 정부에서 전부 지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먼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를 통해, 수해피해를 입은 지역아동센터의 리스트를 공유받아 리스트에 있는 모든 지역아동센터의 현장조사를 바로 시작했다. 총 15곳의 지역아동센터를 직접 찾아가서 센터장님들을 만났다. 정부에서 재난복구 지원이 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자체적으로 복구자금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번의 협의를 통해 15곳의 지역아동센터 중 가장 피해가 큰 5곳의 지역아동센터를 최종적으로 선정하였다.
5곳의 지역아동센터의 피해는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가장 피해가 심했던 ‘기린지역아동센터’는 수해피해로 인해 센터 건물 자체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건물주가 수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강제적으로 센터를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외 4곳도 곧 다가올 겨울 전에 복구를 마쳐야, 아이들이 따뜻하고, 안전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회복을 위한 1단계 – 지역아동센터 복구
10월 초, 본격적인 지역아동센터 복구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복구가 빨리 될수록,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5곳의 센터를 방문하여 복구 관련한 예산 및 계획을 논의했다. 각 센터별로 피해의 정도가 차이가 있었다. 그로 인해, 복구지원금이 상이하게 지원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지만 기우였다. 센터장님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의 힘듦을 잘 알고 있기에, 당연히 피해가 더 심한 센터에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공감해주었다. 사업 시작부터 마음이 따뜻해졌다.
10월 중순부터 센터복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외벽방수, 샷시교체, 도배 및 장판 철거 및 교체, 전기배선공사, 철거 및 이사 등 수해피해로 엉망이 된 센터들이 조금씩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현장조사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점은 대부분의 센터가 매우 노후된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월세가 싼 곳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래된 건물에 센터가 들어가는 것이다. 원래도 노후된 건물이기 때문에, 수해피해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복구의 필요성, 절실함을 다시 한 번 절감한 상황이었다.
11월 초 지역아동센터의 복구가 하나 둘씩 마무리 되어 가고 있었다. ‘누리미지역아동센터’는 오랫동안 방치한 전기배선이 수해피해까지 겹치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겨울에 난방을 틀면 누전이 되는 것은 일상이었다. 이번 복구사업으로 전기배선을 싹 뜯어 고쳤다. 센터장님께서 한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센터가 이렇게 따뜻했던 적이 없어요. 겨울에는 아이들이 추워서 외투를 벗지도 못하고 센터를 이용했었는데, 이젠 편하게 입고 있어요. 누군가가 도와주기만을 막연히 바라고 있었는데, 정말 이렇게 와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작은 변화가 주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누리미지역아동센터’를 시작으로 ‘꿈터지역아동센터’, ‘한무리지역아동센터’, ‘시습지역아동센터’ 그리고 ‘기린지역아동센터’까지 11월 말에 모든 복구사업이 완료되었다.
회복을 위한 2단계 – 아이들을 위한 선물 꾸러미
복구가 진행되는 동안에 에이팟코리아는 또 하나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각 센터 아이들에게 줄 선물꾸러미를 만들 계획이었다. 최초에는 우리가 물건을 정해 일괄적으로 구매하려 했지만, 아이들의 나이대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했고 각자가 원하는 물품들이 다를 것 같아서, 어려운 길을 택했다. 각 센터 아이들에게 직접 받고 싶은 선물꾸러미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수요조사 후 확인한 선물꾸러미 리스트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다보니 ‘일괄적으로 꾸러미를 만들어서 줄까?’ 후회를 살짝 하긴 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며 꼼꼼하게 아이들이 고른 물품을 구매했다.
회복을 위한 3단계 – 함께 모인 오픈하우스
12월 사업의 마지막 단계, ‘오픈하우스’를 시작했다. 복구가 끝난 센터에서 모두가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꾸러미는 나누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운이 좋게, ‘오픈하우스’의 일정이 크리스마스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아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가갔다. 간식비가 항상 부족해 아이들에게 치킨 한 번 사주지 못해 마음에 걸렸던 센터장님은 오늘 치킨 실컷 먹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정이 들었던 것 같다. 선물을 받아들 때 해맑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 연신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센터장님들 그리고 안전하게 바뀐 센터의 모습은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이제, 회복을 위한 시작
‘오픈하우스’를 끝내고 각 센터장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었고, 속에 담아두고 계셨던 고충들을 내게 들려주셨다. 지역아동센터가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것은, 센터장님을 포함한 선생님들의 인건비, 식비 그리고 약간의 운영비가 전부다. 임대료, 전기세, 난방비, 보수 등의 비용은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해서 운영해야 한다. 그렇기에 후원금이 적은 센터는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통해 5곳의 센터는 다행히도 복구를 마치고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또 어떤 재난과 재해가 우리 앞에 생길지 모른다.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누리미지역아동센터’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직접 쓴 롤링페이퍼를 받아 들고, 하나하나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재난현장지원을 하면서 항상 이재민들로부터 오히려 감사함을 배워간다. 이번 아름다운재단 수해피해 복구지원사업을 통해 또 하나의 감사함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번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5곳의 지역아동센터가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변화를 위해 언제나 큰 응원과 지원을 해주시는 여러분의 마음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글 : 성종원 (에이팟코리아 운영기획팀장)
사진 : 에이팟코리아
♥ 본 사업은 &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