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는 서울, 경기 지역에 유례없는 폭우, 산불 등 많은 재난재해가 일어났습니다. 비단 2022년만이 아니고 재난재해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아름다운재단은 에이팟코리아(A-PAD KOREA, 비영리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재난관리한국협회)의 협력사업으로 재난재해를 극복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재난재해 안전망 지원사업 – 2022년 서울지역 지역아동센터 수해복구 지원’을 진행했습니다. 2022년에는 서울, 경기 지역의 폭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아동센터 5곳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그 중 한 곳인 ‘기린청소년지역아동센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이 세상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재난재해 안전망 지원사업을 함께 한 기린청소년지역아동센터 윤혜영 센터장 인터뷰

2022년 아름다운재단과 에이팟코리아는 여름 수해를 입은 서울/경기의 지역아동센터 5곳의 복구를 지원했다. 실태조사를 비롯해 건물 개보수나 이사, 물품·학용품 지원부터 심리적 어려움을 보듬는 ‘오픈하우스’ 축하파티에 이르기까지 지역아동센터의 희망찬 새 출발을 응원하는 시간이었다.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기린청소년 지역아동센터’는 이제 안전하고 아늑한 공간을 새로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동 센터의 윤혜영 센터장을 만나, 피해 상황을 수습하고 새로이 시작하게 된 회복과정을 들어봤다.

폭우가 쏟아진 날에

“건물 내벽에서 비가 줄줄 끝도 없이 새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양동이, 김치통, 쓰레기통… 통이란 통은 다 가져다가 물을 받았어요. 주말에도 나가서 새는 물을 막았는데요. 아이들의 깨끗하고 안전한 공간은 온데간데없고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도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양천구 목2동 청소년 20명에게 방과 후 돌봄 및 교육·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린청소년지역아동센터(이하 ‘센터’로 표기). 이번 지원사업 대상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수해 피해를 입은 곳인데, 얼마 전 인근에 새 터전으로 이사를 마쳤다. 지난 10년 간 한결 같이 지역의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추억을 쌓아온 곳, 정든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폭우가 한창 퍼붓던 여름날. 마치 센터 건물 내부에서도 비가 내리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두꺼비집 쪽으로도 물이 흘러 급히 안전점검을 했다. 다행히 전기는 괜찮았지만, 센터의 교육용 기자재와 수납장은 물론 책상까지 물에 젖어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가 그친 후에도 위층 보일러가 터지면서 누수가 계속되었다. 센터 안에 물이 새지 않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물리적 환경기반이 흔들리자, 학생들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만 센터에 잠깐 들르거나, 식사만 하고 귀가하는 등 센터 운영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모습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모습>

한 줄기 빛을 찾아서

“안전하지 않게 되었어요, 공간 자체가. 전에는 센터의 간판을 달지는 못했어도, 저희 센터가 안전한 공간이라고 자부하던 마음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수해 이후에 아이들이 이용하기에는 낡고 위험한 환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참 미안하고 슬펐었어요.”

가을 내내 창을 열고 공기청정기를 켜놓고 환기를 해도 곰팡이는 곳곳에 폈다. 보수 공사가 시급했지만, 답답한 상황은 계속되었다. 그간 임대비를 올려온 건물주는 개보수 공사를 꺼렸다. 한편 긴급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기관 어느 곳에서도 별다른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직 물이 새지 않은 방(집단지도실)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공부도 하고, 학생 자치회의도 열었어요. 아이들이 웃으려고 ‘여기만 안 뚫렸으니 우리는 여기서 살아야 해’라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누수로 석 달 넘게 고생할 때쯤 학생들이 “선생님, 저희 이사 가나요? 언제가요?” 묻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이들도 한계가 왔구나’ 싶었습니다.”

윤혜영 센터장과 센터 이사회는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 있는 게 맞다’고 의견을 모아 이사를 결정했다. 이사회와 함께 일하는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복무요원, 센터를 다니는 청소년들과 학부모님 또한 힘을 합쳤다. 이사비를 벌려고 마을축제에 부스를 열어 핫도그와 닭꼬치를 팔기도 하고, 후원의 밤을 개최해 모금도 했다. 한 학생의 가정에서는 침수 피해를 겪었는데도 ‘우리 센터가 더 중요하다”며 더없이 따스한 격려의 말을 건넸다.

<복구 지원사업 이후의 모습>

<복구 지원사업 이후의 모습>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다시금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절실하게 동분서주하던 차에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를 통해 이번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윤혜영 센터장은 “한 줄기 빛을 본 듯” 했다고. 영상을 공부하는 학생이 나서서 센터의 피해 현황을 찍었고, 그 영상으로 실태조사를 신청했다. 이에 에이팟코리아와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신속히 현장답사를 실시했고, 빠른 시일 내 센터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이사할 곳의 리모델링을 도왔다.

특히 이번 지원사업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이사할 곳의 가벽 철거와 목공·수도설비공사였다.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환경을 든든히 갖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누수 탓에 못 쓰게 된 기자재와 가구도 새것으로 구입했다. 아이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학용품·책·놀이교구도 구호 물품꾸러미로 지원받았다. 아이들은 환한 표정으로 ‘굉장히 깨끗하고 깔끔하다.’, ‘근사한 카페 같다’, ‘따뜻한 분위기’라며 새로 생긴 쾌적한 센터를 무척 반기고 있다.

사명감과 정의로움, 열의가 넘치는 윤혜영 센터장이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아이들이 행복해야 이 세상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자께서 정성스럽게 모아주신 기부 덕택에 아이들의 보금자리를 다시금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지원이 없었더라면, 추운 겨울에도 물이 새는 센터에 여태 있어야 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움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오픈하우스를 준비하는 모습>

<오픈하우스를 준비하는 모습>

마침내 ‘오픈하우스’ – 다양한 꿈을 응원하는 안전한 놀이터

2022년 12월 15일. 센터에서는 이사 후 ‘오픈하우스’를 열었다. 행복한 파티를 열어 수재 피해로 겪은 정서적 어려움을 다독이고,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행사였다. 이사를 하면서, 센터에 자연스럽게 큼지막한 간판도 달 수 있었다. 누구든 간판을 보고 금방 찾아올 수 있는 당당하고 포근한 공간. 아이들이 도움을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땡큐’ 풍선을 달아서 센터 실내를 멋지게 장식하여 ‘포토존’을 만들었다. 풍선 앞에서 같이 기념사진도 찍고, 귀여운 눈사람과 산타 디자인으로 직접 만든 수제 마카롱도 즐겁게 나눠 먹었다.

힘든 시기를 잘 헤쳐오며 수해로 쌓인 피로감을 떨쳐낸 센터의 아이들. 자랑스럽고도 용기 넘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윤혜영 센터장은 다정하고도 가슴 뭉클하게 앞으로 바람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편하게 와서 안전하고도 재밌게 지낼 수 있는 곳, 각양각색인 아이들의 다채로운 꿈을 응원하는 곳. 아이들이 흥미진진해서 하면서도, 위태롭지 않게 머물 수 있는 새 보금자리에서 좋은 공적 돌봄과 배움을 제공·실현하겠습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행복한 길을 찾아 나가기를, 그렇게 성장해나가기를 바랍니다.”

                                                                                                                        글 : 조승미 글작가
                                                                                                                            사진 : 에이팟코리아

♥ 본 사업은 &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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