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다]가 2022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타자와 사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 인터뷰집을 발간했습니다. 이 글은 길드다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생존에 관한 보고서, 인터뷰집 <함께 살 수 있을까?>
친구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아픈 친구들이 주변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갖가지 병에 걸립니다. 우울증은 너무 흔해서 누가 생겼다고 해도 놀랍지 않습니다. 한 친구가 밥을 먹다가 차분하게 공황장애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을 타기도 어렵다고, 숨을 쉬지 못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이지요. 또 다른 친구는 산책을 하다가 흘리듯 자살 시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중한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말을 해야 좋을까요? 그때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아무렇지 않은 척 눈물 참기, 같이 책을 읽어보자고 제안하기, 헤어질 때 몸이 부서져라 안아주기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제 친구들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걸 책과 신문을 보고 알았습니다. 인터넷의 여러 글 플랫폼, 그리고 서점에는 20~30대 여성들이 생존하기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호소하는 에세이가 넘쳤습니다. 20~30대 여성의 자살 시도율이 높다는 기사를 보고 덤덤하게 “그렇지”라고 수긍했는데요. 이에 놀라거나 슬퍼하는 게 아니라 쉽게 수긍하는 저 자신을 모습을 보면서 기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 기이함을 모두가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병의 원인을 찾으려고 마음의 병을 살피고, 누군가는 그 증상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몸을 공부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분노하며 이 증상이 개인의 문제가 맞냐고 묻는 게 아닐까요?
왜 나의 가깝고도 먼 친구들이 병들고 있을까? 어쩌다가 청년들은 ‘생존’ 그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을까? 이 인터뷰 프로젝트는 거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타자와 사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들
여기에 다섯 청년이 있습니다. 자신의 경계를 지키고 ‘생존’하기만도 쉽지 않은 오늘날, 경계를 흩트리려는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입니다. 이질적인 존재가 섞일 때, 끊어진 연결 관계를 이을 때 비로소 제대로 ‘생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생존’하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합니다. 이들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대신, 그들이 쌓아온 지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그 길을 함께 걷자고 제안합니다.
(1) 비인간 동물과 함께 사는 인간, <새벽이생추어리>의 무모
이 세계에는 인간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인간이 아닌 동물들과 함께 살고, 우리는 분명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생존은 비인간 동물의 생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셈이지요.
“새벽이는 일단 관계를 맺고 나면 무던한 면이 있어요. 가끔 싫은 것도 잘 참아줄 때도 있거든요.”
구조된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무모 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2) 기독교인과 함께 사는 무지개 기독교인, <무지개신학교>의 오늘
오늘 님은 목사를 준비하는 신학 대학원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채플에 무지개 옷을 입고 갔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했죠.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기독교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기존의 기독교인과 만나려고 하는 오늘 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신학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냥 그 모습 그대로도 괜찮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언어 같아요.”
(3) 남성과 함께 사는 여성, <들불>의 구구
여성과 남성 사이의 간극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구구 님은 이런 때에도 여성과 남성이 정말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들불>은 책 모임이지만, 책을 매개로 여자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중요해요. 사실 책은 핑계에요.”
언제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여러 사람들과 연결을 확장해나가려는 구구 님의 이야기입니다.
(4) 장년과 함께 사는 청년, <우주소년>의 현민
마을에서 서점 <우주소년>을 운영하는 현민은 마을의 장년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오류를 범하는 우리 선생님들’
“저는 제가 마을의 구성원이라고 느껴요. 그런데 그건 누가 인성해 줘서가 아니라, 저희가 그 자리를 차지한 거라고 생각해요.”
마을의 장년들에게 때로 밉고 화가 나지만, 동시에 환대 받은 것이 기쁘고 감사한 일이기 때문에 결국엔 ‘우리’ 선생님들이라고 부르고 마는 현민 님의 이야기입니다.
(5) 편리함과 함께 사는 그린 액티비스트, <그린오큐파이>의 윤지
기후위기에 모두가 동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요. 그러나 모두가 편리한 삶에 익숙해졌습니다.
“클릭 한 방이면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환경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지 않으면 행동하기가 쉽지 않죠.”
편리함을 쫓는 대신, 조금씩 느리게 행동하며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윤지 님의 이야기입니다.
본 인터뷰 프로젝트는 사회적 안전망이 해체된 오늘날,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려는 청년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연결의 어려움, 즉 고립으로 인하여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 그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음을 확인하고 또 그럼으로써 서로 연결되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
본 프로젝트의 성공은 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감흥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의 삶을 공부함으로써, 인터뷰이는 보다 심도 깊게 자신의 실험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비슷한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사실을 인지함으로써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였던 편집 디자이너, 사진작가, 영상 편집자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퍼져나갔으며 이에 따라 홍보에 힘을 쓰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효과가 발생하였고 가장 좋은 홍보는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기쁨과 충만함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글 : 길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