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넓히려 나무를 자르는 도시에 미래가 있습니까

제주에 살고 있다고 하면 좋은 자연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부러움을 받습니다.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이 제주에 있습니다. 그래서 ‘유네스코 3관왕’이라 자랑합니다. 예전보다 난개발로 많이 훼손되었지만, 그래도 ‘한달살이’가 제주의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자연환경이 빼어난 제주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제주의 가로수 조성 비율은 전국 꼴찌입니다. 통계로는 세종특별시가 꼴찌이지만, 세종시는 이제 만들어진 도시니 예외로 해야죠. 제주도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사실, 제주는 관광의 도시라는 이름을 내세워 관광 인프라를 만드는 데는 열중이지만, 정작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무관심합니다. 가로수 조성 비율은 낮으나, 2020년 제주도 차량 등록 대수는 62만 대로 69만 대인 대전광역시와 비슷한 규모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10년 넘게 10~11%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차량으로 제주 곳곳에 정체현상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는 새로운 도로를 만들고, 기존 도로를 넓히는 공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차량의 증가에 비례하여 제주도민의 비만율도 전국 최고입니다. 이러한데도 도로는 계속 늘어납니다. 도로를 넓히려 가로수를 잘라 버립니다.

올해 3월, 도로를 넓힌다고 마을주민들이 마을을 세우면서 심은 40년 된 왕벚나무가 잘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나무를 심은 마을주민들은 나무를 자른 제주시를 원망하고 항의했습니다. 제주시 교육지원청 안에 있는 녹나무가 너무 무참하게 잘라져서 불쌍하다고 확인해달라는 제보도 받았습니다. 도시의 나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가로수를 심하게 전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하나둘 문제가 제기되었고, 관심있는 단체들이 ‘가로수시민연대’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주의 가로수 현실을 알게 되면서, 제주의 가로수를 위한 사업을 생각하였고, ‘가로수살리GO’를 시작하였습니다.

제주도의 가로수 현황 자료를 모으고, 다른 지역의 사례를 조사하고 답사하였습니다. 시민들의 가로수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는 캠페인과 상가 상인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달라진 가로수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였습니다. 제주도 가로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소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사업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시민이 참여하는 가로수길 만들기 사업을 펼치려 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주는 기록적인 더위를 겪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주도 주변 바다의 수온이 다른 해보다 2~3℃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해만의 문제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기후위기가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도심의 온도를 낮추고, 탄소를 흡수하는 가로수 살리기입니다. 가로수가 자동차에서 내려 걷게 합니다. 가로수를 베어 도로를 넓히는 도시에 미래는 없습니다.

글 : 제주참여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