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평화와인권연대]가 2022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전라북도 학생인권 인터뷰 기록집을 발간했습니다. 이 글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학생인권 보장이 과도하다는 시대에 기록되지 않은 인권의 목소리를 담자.”
2021년, 단체로 전달되었던 학교생활규정 개정의 문제들, 학생인권활동과들과 교육청에 문제제기를 한 뒤에 남는 고민들이 우리를 이번 인터뷰에 나서게 했습니다. 전북교육청은 매년 인권 실태조사를 진행하지만 그 자료들만으로는 통계에 담기지 않는, 숫자들에 가려진 현장의 목소리를 알 수 없었습니다. 질적 조사가 병행되지 않는 수치는 인권을 납작하게 만들고 구체적 삶을 상상하기 어렵게 했습니다. 그런 활동가들의 고민이 인터뷰 사업에 나서게 만들었습니다.
전북학생인권조례 제정 전에도 학생인권 보장정책은 있었습니다. 전북교육청은 2007년 공문을 통해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표명했죠. 그러나 학교 현장의 체벌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가령 인터뷰이 중 한명은 2005년에 입학한 초등학교 교사의 체벌과 폭언의 경험, 중학교에서 동료학생이 겪은 몽둥이 체벌소리가 무서웠다고 말했습니다. 2010년 전으로 청소년운동을 비롯한 교육·시민사회·인권운동이 요구하는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이 그이의 목소리와 연결되어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2013년 전북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이후 10년. 조례가 교육정책과 현장에 어느 정도 안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은 온전하게 보장되지 않고 있음은 인터뷰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례 제정 이후 학교에 학생인권이 실현되기 위해서 생활규정이 인권친화적으로 변화되어야 하죠. 하지만 상당수 학교들에서 개정 과정은 형식적으로 진행될 뿐 인권보장이 아닌 통제의 관점에서 교사와 학교가 자의적으로 학생들의 생활을 규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요즘 학교는 좋아졌다는 믿음과 통념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인권침해라는 말이 직접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일부 교원단체는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심각하며 학생인권조례에 의해 상다수가 교육청의 조사 대상으로 소환된다고 강변하고, 교육청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관련 통계자료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학교 안에서 학생이 불균등한 권력관계에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학생인권이 충분히 보장된다’는 시대라고 하지만 교사와 학생이 평가를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는 점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의 소수자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생활기록부를 비롯한 내신성적이 대학입시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점에서 학생들의 말하기와 생활은 자유롭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교 안에서 학생이 처한 불균등한 권력관계를 살펴야함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심층조사나 질적연구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학생들과 청소년의 삶의 목소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그것을 사회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의 과제는 현재 진행형이 되어야 합니다. 기본 통계조차 왜곡하는 일부 교육계의 주장과 이에 대해 동조하는 교육청의 태도와 달리 학생인권조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학교 안 소수자인 학생의 인권보장을 위한 규범은 축소되거나 다른 조례와 통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고용관계의 노동자 등 여타의 학교 구성원들과 다른 학생의 위치성에 주목하고 기본적 인권보장 제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이번 인터뷰 사업을 닫는 이들이 남기고 싶은 말입니다.
이번 학생인권 인터뷰에 참여했던 인터뷰이들은 대부분 다른 시기,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각자가 살아왔던 환경과 배경도 학교에서 각자의 위치와 활동 또한 다양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내 학생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았던 이들도 있었습니다. 인권침해가 없었다고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인터뷰이도 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지 몇 년이 지나 흐릿해진 기억으로 인해 인터뷰가 잘 진행될지 걱정하던 이도 있었죠.
그러나 인터뷰이들이 인터뷰를 신청하고 참여하기까지 그들이 ‘내가 잘못된 게 아니야’라고 기억하고 말했던 것만으로도 의미 있었습니다. ‘인권침해’라고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학교 내의 권력차이, 눈치 속에 침묵했던 생각을 말하는 과정은 생생했습니다. 학교 내의 부당한 상황을 기억에서 밀어두고 지내던 삶에서 인터뷰를 통해 다시 자신의 삶의 한 장면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말하는 그때가 인권이 ‘발화’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인간의 권력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는 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말이죠.
글 : 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