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서 바라본 들꽃처럼,
내 마음에 피어난 작은 변화

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학업유지 및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자립준비를 위한 역량강화 및 지지체계가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2022년에도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와 협력사업으로 40명의 장학생을 지원하였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아름다운재단 장학생이었던 이원지(가명) 장학생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배운 2년

아름다운재단의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은 일회성으로 장학금만 지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에서는 저와 비슷한 환경 혹은 전혀 다른 환경의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며 공감할 기회를 만들어주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온 지난 20여 년 동안 또래 친구들에게 동정과 연민의 눈빛을 받고 싶지 않아, 남들과 조금 다른 제 환경을 숨기고 애써 밝고 씩씩한 모습을 꾸며낼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21년부터 2년간 아름다운재단의 장학생으로 활동하면서 먼저 말하지 않아도 또는 억지로 숨기지 않아도 저를 이해해주고,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며, 누구보다 저를 응원해주는 여러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정말 뜻깊고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장학생이 되어 금전적 지원을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된 것은 물론, ‘작은 변화 프로젝트’를 통해 제 진로와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제 꿈들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주 한달살이’를 경험하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만난 ‘제주 한달살이’

누군가가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작년 여름에 갔던 ‘제주 한달살이 여행’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이전까지 2박 3일, 길어야 일주일 남짓한 짧은 여행만 가 보았는데,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도착한 첫날부터 장학생 친구들과 대화하며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오래 사귄 친구처럼 24시간 함께 있는 게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저보다 몇 살씩 어린 동생들이었지만, 같이 지내면 지낼수록 내면이 성숙한 친구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같이 걸을 땐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웃음을 선물해주어 제게 비타민 같은 활력소가 되어주었습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온 개성 넘치는 일곱 명이었지만, 우리는 한 달 동안 서로를 알아가며 사람에 대한 이해심을 키우고 나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방식을 배우며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제주 한달살이’는 저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또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을 배우는 장이자 내가 나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심의 뿌리를 내리게 해준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쉼터 같은….

학기 중이나 방학 내내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에만 매진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제게, 아름다운재단은 바쁜 삶 속에서 놓쳤던 풍경 속의 들꽃을 가만히 앉아 감상하게 해주고, 목을 축이고 가라며 시원한 물을 건네주는 쉼터 같은 존재였습니다. 형제 없이 혼자 자란 제게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쁜 일상에서도 지난 2년간의 추억을 틈틈이 되새기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서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힘들 땐 도움을 요청하고 또 힘든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 한다.”라고 늘 말씀해주셨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그 말씀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 부모님의 지원 없이 혼자서 잘 자랐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재단에서 2년 동안 장학생 기간을 보낸 지금은, 제 뒤에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어엿하게 사회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청년으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어렵고 힘들던 시기에 아름다운재단의 크고 넓은 손 하나가 제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 도움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그 의미가 씨앗이 되어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 또 누군가에게 크고 넓은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제 이야기를 풀어낼 기회를 주신 아름다운재단과 리커버리센터의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글/사진 : 장학생 이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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