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의 희망’이 2022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참여하여 ‘김복동의 길에 희망을 담다’ 동영상를 제작했습니다. 이 글은 ‘김복동의 희망’에서 보내온 사업후기입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공익컨텐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해 5인 이하의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일본군’위안부’피해자에서 여성인권평화운동가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김복동, 특별히 ‘위안부’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연히 언론에서 1-2번을 마주쳤을 이름이다. 만 14살에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일본군에 의해 끌려다니다 8년 만인 1947년 22살의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전쟁이 끝난 후 그녀는 살아남았고, 대부분 생존하지 못했거나 익명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상징이 되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뿐 아니라 무력분쟁 중에 만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화 나비가 되어 평화운동을 이끌어 왔다.
매주 수요일마다 거리로 나가 학생들을 만나고, 시민들을 만나 모두가 함께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외쳤으며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향해서 전쟁 없는 세상, 전쟁 중 발생하는 성폭력 피해자가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호소해 왔다. 김복동 할머니의 활동은 국제사회에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고, 전시 성폭력 피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국제여론을 이끌어 냈다. 콩고와 우간다 등 세계 무력분쟁지역의 성폭력 생존자들은 김복동을 향해 “당신은 우리의 영웅, 우리의 마마, 우리의 희망”이라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국경을 넘어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초국적인 연대는 이 세상을 평화로 만들고, 전시 성폭력 피해의 재발을 막는 데 새로운 희망 되었고 그 중심에는 김복동 할머니가 있었다.
‘희망을 잡고 살자’
김복동 할머니는 ‘희망을 잡고 살자,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나를 따라’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 병상에서도 끝까지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고 재일조선학교 아이들을 도우며, 걱정하셨던 할머니는 본인이 바라셨던 것을 다 이루시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음으로 해서 지지않으셨다는 것을 보여 주셨고 끝까지 당당함하게 본인이 옳다는 것을 알리셨다. 그러한 할머니의 모습과 활동, 삶을 보며 그곳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희망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그래서 김복동의 희망은 2022년 8월부터 12월까지 ‘김복동의 길에 희망을 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제 우리가 김복동이다.
‘김복동의 길에 희망을 담다’는 김복동의 삶을 글, 그림 등으로 작업한 창작자들과 김복동 할머니와 오랜 관계를 맺고 활동한 활동가를 중심으로 10명을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획회의를 통해 ‘왜 김복동인가’에 대해 생각했고, 모든 일본군‘위안부’할머니가 생존해 계시지 않을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할지, 어떻게 이후 세대에게 남길지도 이야기했다.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고,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좀 더 인터뷰 대상자 한 분 한 분에 집중했다. 활동하게 된 계기, 이유뿐만 아니라 그들이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함께 나누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이나,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 모두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생각으로 촬영 시간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가끔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가끔 할머니를 생각하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때론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도 했다.
할머니의 손자처럼 오랜시간 함께한 활동가는 할머니가 편하지만은 않았음을 이야기하며 웃기도 했고, 할머니가 얼마나 뜻 깊고 중심있는 사람이었는지를 이야기 할 때는 과거로 돌아간 듯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또 할머니를 한 번도 뵙지 못한 채 그림 작업을 한 작가의 경우, 할머니를 상상하며 매일 매일 할머니의 바다를 수십장씩 그렸다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고, 할머니의 그림을 보며 할머니의 성격을 추측하기도 하고 본인의 작업이 이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한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할머니와 함께한 활동가들은 할머니의 트라우마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할머니의 일상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할머니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응우옌티탄님의 인터뷰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김복동 할머니와는 수요시위에서 만난 적이 있고 당시 서로 힘을 주며 동질감을 느끼셨다고 전해주었다.
이렇게 10명의 인터뷰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함께한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잘 진행될 수 있었다. 김복동 할머니를 만난 우리들이 만나지 못한 세대에게 할머니를 어떻게 전해야하는지는 늘 남겨진 숙제이다. 그 숙제를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를 통해 길을 찾아가고 있다. 역사로 남겨야할 김복동 할머니, 그리고 다른 많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남겨지고 확산되기를 바래 본다.
글 : 김복동의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