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사회의 의제들도 다양해집니다. 그에 발맞춰 공익활동 또한 새로운 영역에서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신생 공익단체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2년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이 준비기간 동안의 활동을 전해주셨어요-! |
긴 시작
2023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이하 온)의 활동가들은 세밑에도 쉬지 않고 창립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집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연휴에 일하려니 서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단체의 시작을 알리기 위한 기쁜 마음으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온의 창립식을 막 마친 지금, 처음을 돌아보면 온은 정말 많은 것을 이루어 왔습니다.
2022년 8월 31일,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가 아름다운재단의 공익단체 인규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 후 5개월을 바쁘게 움직여 오늘 이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왜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지 깨달을 만큼 그야말로 긴 시작이었습니다. 청소년이 시설과 거리를 떠나 집다운 집을 찾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온이 앞으로 해야 할 활약과 단체의 모습을 상상하며 계획을 세우는 일들은 낯설고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온을 세상에 부른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서는 ‘정해진 거처 없이 거리생활을 유지하거나, 타인의 임시적 호의에 기대어 잠자리를 해결하거나, 보육원이나 쉼터 등 시설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르거나, 고시원이나 원룸텔 등 비적정 주거환경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 놓인 청소년들을 ‘홈리스 청소년’ 또는 ‘탈가정 청소년’이라고 정의합니다. 사회는 이들을 위기청소년이라고 부르지만, 청소년이 경험하고 있는 차별과 폭력, 주거불안처럼 이들이 마주한 진짜 ‘위기’는 그동안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보호정책은 원가정 복귀와 시설보호로만 구성되어 있어 권리의 주체로서 청소년의 주거를 보장하는 정책은 없었습니다. 주거권을 보장하는 각종 제도에서도 가구의 형태나 연령을 이유로 청소년들은 배제되어 있었습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앞선 3년 동안 소속 단체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보고 겪은 청소년의 상황을 설명할 언어를 만들고, 제도와 실태에 관한 연구활동과 정책제안 활동을 통해, ‘청소년 주거권’이라는 단어를 널리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놀랍도록 큰 변화의 물결을 만들었습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점점 커져가는 변화의 목소리를 잘 모으고, 청소년의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조직적, 효과적,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청소년주거권 단체를 설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단체 설립을 준비하며 온이 보낸 5개월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지난 5개월 동안 온은 새로 설립할 단체의 구조와 내용을 만들고 창립식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청소년주거권운동을 지속해왔습니다.2022년 11월 22일 네트워크 소속 단체들과 오랜 논의와 투표를 거쳐 단체명을 ‘온’으로 확정하였습니다. 온은 따뜻한 집(溫), 모두의(온), 계속해서(on), 소유하는(own) 등을 뜻하는 명칭입니다. 앞으로도 온이라는 이름은 점점 확장될 예정입니다. 숨겨진 이름의 의미를 찾으며 펼쳐나갈 온의 활약이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온에는 두 명의 상임활동가와 두 명의 비상임활동가로 구성된 사무국이 있습니다. 우리가 바로 단체 ‘온’이라는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신림동에서 함께 상상하고, 대화하며 온의 창립을 준비해 왔습니다. 사무국에서 4사람이 모여 온이 어떤 단체가 되어야 하는지 회의한 시간만 무려 200시간이 넘습니다.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것이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다투는 시간도 있었고, 함께 견디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깊어가는 밤을 붙잡고 싶었던 아쉬운 시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긴 대화를 통해 다져온 합 덕분에 서로 흔들리지 않게 잡아줄 수 있었고, 발밑조차 어두운 상황에서도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각자에게 이제는 자랑하고 싶은 새 친구가 된 사무국은 정말 빛나는 존재들입니다.
사무국 외에도 온에는 단체의 창립을 함께 준비하며 기틀을 만든 세움위원회, 청소년주거권 운동을 기획하고 활동의 빈틈을 메워온 돋움위원회, 그리고 정책 활동, 캠페인, 청소년 수다회를 담당하는 3개의 팀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구성하는 17개 단체도 온의 동료입니다. 11월 29일에는 네트워크 참여단체의 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일군 청소년주거권 운동의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 온과 만들어갈 더 큰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나누었습니다. 단체 창립 이후에도 함께 운동을 하는 동지로 옆자리를 만들고 계속 초대할 생각이니까 멀리 가 계시면 안 되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부터 이어온 활동들
창립을 준비하는 동시에 우리는 청소년 주거권을 알리고 정책화하기 위한 활동도 쉬지 않았습니다. 시설중심의 아동보호제도로 인한 자립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자립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아동보호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고,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서 보호대상아동을 위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집을 짓는 사람, 소유하려는 사람, 임대인, 임차인을 위한 주택정책을 너머 모든 시민의 복지와 권리의 담론으로서 주거권 보장 정책이 실현되도록 주거권 운동 단체들과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 농성, 시내에서의 행진 현장에서 청소년과 주거권 운동 단체들이 어깨와 어깨를 이으며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든든함에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청소년 수다회는 단순히 주거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넘어섰습니다. 청소년이 자신과 동료의 경험을 권리의 관점에서 다시 구성하고, 연결하며,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펼쳐가는 운동이 되었습니다. 청소년지원기관과 현장에서 이루어진 수다회를 통해 청소년주거권운동을 청소년의 경험과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참여한 비청소년 활동가들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이자리에서 나눈 청소년들의 시설거주 경험에 대한 수다들은 이후에 청소년탈시설공부모임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드디어 세상에 나온 온
온은 2023년 2월 2일 목요일 저녁 6시에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대망의 창립식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날 창립식에는 120여 명의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말 전시 “들려on 이야기”를 관람하였고, 활동가 소개, 설립경과보고, 주거권 토크쇼, 축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이벤트로 꽉꽉 채운 본행사에 참여하였습니다. 참여한 많은 손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온의 출발을 축하해 준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창립식 행사에 와서 직접 축하와 응원을 해주셨다면 너무너무 좋았겠지만, 바쁜 일정으로 참여하기 어려웠거나, 온이 시작하는 기쁜 소식을 듣지 못하셨다면, 특별모금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온에게 힘을 보태주실 수 있습니다. 창립식을 준비하며 지속적인 활동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모금 캠페인을 2월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주거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온의 활발한 활동으로, 그리고 청소년 이웃과 평화롭고 안전하게 함께 살아가는 미래로 보답하겠습니다. 많이 많이 응원해주세요.
글 | 사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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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청소년이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청소년주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활동을 합니다. 주거위기를 겪는 청소년에게 시설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 시설중심사회와 시설 밖에서도 청소년에게 시설화된 삶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꾸는 탈시설 운동을 청소년과 함께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