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 사회의 의제들도 다양해집니다. 그에 발맞춰 공익활동 또한 새로운 영역에서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신생 공익단체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0년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선정된 ‘사단법인 느린학습자시민회’가 지원 2년차 활동을 전해주셨어요 ✨ |
조금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람들
과거에는 4시간에서 8시간 걸리는 거리가 현재는 KTX 덕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겨우 2시간이면 오갈 수 있을만큼 세상은 더욱 가까워졌다. 그러나 한때 완행기차의 대명사였던 비둘기호도 무궁화호도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려져 박물관에나 가서야 볼 수 있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노화 현상을 겪으며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일반인들보다 세상을 지각하고 인지하는 속도가 조금 늦는 이들로 빠른 속도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
경계선지능이거나 이와 유사한 특성으로 사회적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는 ‘느린학습자’라 부른다. 느린학습자라고 지칭하니 인지적 능력과 학습적인 부분이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삶의 전반에 있어서 천천히 배우는 사람들이라고 우리는 부른다.
다양성으로 존중받는 사회
느린학습자시민회는 ‘느린학습자의 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있다. 나의 문제로만, 내 가족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살아왔지만, 막상 청소년기가 되고, 청년이 되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부모와 당사자만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현실임을 알게 된다.
당장의 욕구로 학령기는 공교육 체계의 변화, 청년은 직업과 관련된 제도 개선, 부모는 정책 지원 등을 이야기한다. 너무도 시급한 문제들이 쌓여 있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역량의 부족함을 실시간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 느린학습자시민회 활동가들은 오늘도 상담전화를 받으면서 ‘아직도 우리는 갈 길이 멀구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답답해한다.
KTX처럼 빠른 속도라면 먼 경치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바로 내 옆으로 지나가는 가로수는 휙휙 지나쳐 보이지 않고 스쳐가게 된다. 우리 느린학습자가 빠른 세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멈춰 서 있는 가로수처럼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빠른 속도는 내 주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빠른속도만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느린학습자의 문제만이 아닌 과열된 경쟁과 속도 위주의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가 생각하면서 느린학습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사회구조를 변혁시키는 것이다. 느린학습자시민회가 얼마나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지 모르겠지만 나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연대하는 활동으로 남을 수 있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단법인 느린학습자시민회는 느린학습자의 생애주기별 어려움을 같이 고민하고, 근원적 불평등을 제거하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느린학습자가 다양성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통합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느린학습자의 부모, 시민활동가, 사회복지사, 연구자들이 모여 느린학습자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와 삶을 온전히 누리길 염원하며 느린학습자의 이름으로 사회적 변화를 만들기위해 설립하였습니다.(느린학습자시민회 홈페이지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