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물꼬 지원사업은 시민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회문제를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물꼬 지원사업 1단계인 ‘물꼬트기’에서는 총 16개 프로젝트를 지원하였으며, 그 중 7개 프로젝트는 2단계인 ‘항해하기’에서 연속 지원을 받았습니다. 1년 동안 ‘물꼬트기’와 ‘항해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7개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중장년 1인가구 여성들의 자기방어 프로그램 만들기

중장년 1인가구 여성들의 자기 방어 시작: 변화하는 인식과 새로운 태도

1인 가구 여성들의 안전한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때, 우리는 1인 가구 여성대상 범죄를 뉴스로 접하게 됩니다. 프로그램 기획을 하면서 우리가 만난 1인 가구 중장년 여성들 중에는 ‘나는 그렇게 심각한 위험은 없었지만, 막연한 범죄의 두려움은 크다 ’는 말을 종종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 방어’라는 키워드 자체는 들어본 적이 없거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 일이라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자기방어 수업 공개 모집 1시간 만에 16명이 신청을 하는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만난 1인가구 중장년 여성들뿐만 아니라 대부분 여성들을 보면 자기 방어 훈련이라는 것에 대해 특정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 방어’라는 말을 들으면, 단순히 위험한 상황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상상하거나, 무술과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많이 떠올립니다. 또한 기존의 무술 도장이 제공하는 환경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자기방어 훈련에 대한 선입견, 정작 내 주변에는 <자기 방어>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태권도나 주짓수 같은 스포츠는 다이어트를 위한 것이지, 자기 방어와는 별개’, ‘아이들 체육 수업하는 곳, 전문 스포츠를 하는 곳, 그러니 막상 가려면 운동에 흥미가 있거나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들이 그러한 예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도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소들이 실제 자기 방어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 같았습니다. 운동이나 취미, 여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자기 방어 <훈련>과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기존의 공격과 방어 등의 실전 연습을 하는 무술을 배우는 것을 자기 방어의 옵션으로 고려하지 않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제가 차를 내 자전거로 툭 하고 쳤는데 돌아가라 하구선 나중에 700만원인가 요구했단 말이에요. 근데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거 에요. 근데 제 친한 분이 딱 말씀하셨어요. 내 남편이나 가족이 와가지고 ‘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이렇게 한마디만 그 사람한테 했어도 넌 이렇게 되지 않았다‘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막막했어요. 딱 한 마디라도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이 사례는 우리가 진행한 자기방어 좌담회에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참여자들은 적극 공감하시면서 ‘스스로를 지키는 자신감과 능력의 부족함’을 느낄 때, 혼자 살아가는 걸림돌로 느껴진다고 얘기합니다. 결국 자기 방어 훈련은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다각적인 차원의 접근을 포함해야 합니다. 신체적, 물리적 폭력이 아니어도 다양한 관계들에서 겪게 되는 무례함, 불편함, 공포감 등이 느껴질 때, 안전하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문제 상황 대처 능력도 자기 방어의 핵심 요소입니다.

변화는 안전에 대한 ‘촉’과 ‘인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강조하는 자기 방어는 단순히 신체적, 폭력적 상황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실 자기 방어는 훨씬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합니다. 언어적 대응, 주변 상황에 따른 전략적 선택, 심지어 농담을 통한 긴장 완화까지 포함됩니다. 지하철에서의 자리 선택, 길을 건널 때 양쪽을 확인하는 행동, 또는 체중을 늘리거나 움직임이 편한 옷을 입는 등의 행동도 모두 자기 방어의 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 방어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더 나아가, 물리적 방어는 항상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반응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러한 자기 방어 전략은 다양한 맥락에서 충분히 빛을 발합니다. 진정한 자기 방어의 목적은 단순히 폭력이나 침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바꾸고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상대와 나의 힘의 균형을 조정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신체 역학, 기본적인 타격과 방어 기술, 긴장상황에서 얼어붙었을 때 대응하고 탈출하는 기술, 그리고 자신에게 이미 익숙한 도구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우리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중장년 여성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삶’에 많은 관심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장년 1인 가구 여성들을 위한 자기 방어는 단지 기술이나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한 몸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태도를 배우고, 단순한 방어를 넘어 중장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대처 능력과 자신감을 얻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중장년 여성이 ‘내 안의 강인함’을 찾아가기 위해 주변에서 손쉽게 자기방어훈련을 경험 할 수 있는 인프라 만들기와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과 ‘우리안의 강인함’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글 / 고재경, 백재희, 장준미 
사진 / 고재경, 백재희, 장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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