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물꼬 지원사업은 시민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회문제를 스스로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2024 변화의물꼬 지원사업 1단계인 ‘물꼬트기’에서는 총 16개 프로젝트를 지원하였으며, 그 중 7개 프로젝트는 2단계인 ‘항해하기’에서 연속 지원을 받았습니다. 1년 동안 ‘물꼬트기’와 ‘항해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7개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샬뮈라고 합니다. 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예술축제 기획일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문화예술 전반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글을 쓰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공연을 함께 만들기도 하고, 축제현장을 뛰기도 합니다.

여느 분들이 그러하실테지만, 저도 항상 집에서 밥을 먹을 때 드라마를 틀어놓곤 합니다. OTT 서비스가 범람하는 현시대에서는 봐도 봐도 볼 것이 차고 넘치지요. 드라마<카지노>보면서, 남자 배우들은 캐릭터가 새삼 너무도 다양하고 부러 꾸미지 않아도 되는 배역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반면에 여성 배우들은 어떤가 하는 질문이 한켠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민이 있던 차에 변화의물꼬 1단계 물꼬트기를 진행했던 이산 님이 ‘항해하기’를 제안해줬고,  기꺼이 함께하기를 선택했습니다.

연기 입시 학원의 체중 관리 실태 설문조사 첫 페이지

연기입시 준비 과정에서 체중 관리를 강요받는 여성들

우선 우리의 문제의식은 예술대학의 입시를 경험한 여성들이 입시 준비 과정에서 체중 관리를 어떤 식으로 강요받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연극영화과 입시는 대부분 연기입시 학원을 통해서 진행됩니다. 입시를 거친 여성들의 다양한 경험을 듣기 위한 방편으로 설문조사라는 방식을 선택했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기 입시를 경험한 여성들로 조사 대상을 정하여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파악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설문조사를 배포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500여 명이 넘는 분들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명확히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더 필요한 담론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려는 기획단계를 거쳐 지난달 2월 19일 패널들을 섭외하여 토론회까지 진행하였습니다.

키-120=몸무게

설문조사 결과, 연기입시 준비생 여성의 90%가 체중 감량을 요구받고 있었습니다. 키에서 115를 뺀 몸무게를 제시받은 경우가 60.8%로 제일 높았고, 키에서 120을 뺀 무게를 요구받은 것도 29.5%에 달했습니다. 또한, 연기입시 과정에서 목표 체중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욕과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체중관리의 영역을 불성실과 자기관리 소홀이라는 평가로 받는 경우가 61.7%에 달했고, 체중 때문에 입시에 실패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응답은 31.4%였습니다. 체중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주변 입시생의 신체적·정신적 어려움 목격 여부 문항에는 전체 응답자 중 82.8%가 있다고 답했고, 세부 증상을 중복 응답으로 받은 결과, 위장병, 변비, 수면 장애, 생리 불순, 거식-이 모든 증상이 40% 이상으로 나왔습니다. 연기 전공 입시 과정에서 여성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심각성은 평균 5점 만점에 3.96점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설문조사의 결과가 왜 여성이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서 ‘마른 몸’이 되어야 하는지, 여성 배우로서의 자격을 누가 어떻게 부여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에서 여성 배우들이 건강한 몸으로, 안전하게 무대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다양한 영역에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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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대한 인정, 나아가 존중

이 프로젝트 내내, 저는 제 안의 모순을 계속해서 마주했습니다. 제게도 분명 마른 몸이고 싶은 바람, 맑고 투명한 피부에 대한 열망,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이 마음들 맞은편에는 똑같은 크기와 무게로 내가 어떤 몸이든, 어떤 피부상태든, 어떤 나이가 되든 나를 사랑하고 싶은 축이 분명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에 다이어트를 ‘한 번도’ 안해본 여자가 존재할까요? 이게 정말 타당한 세계인걸까요? 이런 세상을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걸까요? 계속해서 되묻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성의 몸을 좀 더 넓게 보고,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몸은 언제나 어디서나 중요합니다. 몸에 대한 인정, 나아가 존중은 한 개인의 삶의 존엄과 동떨어질 수 없기도 하지요. 항해하기 다음 단계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침반의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옳은 방향이 있다면, 마침내 ‘틀리지’ 않은 곳에 도달할 것이라는 희미한 희망을 품어봅니다.

글 / 샬뮈 
사진 / 편하게말하고싶지만(이산, 샬뮈,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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