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토요명화] 도시,예술가,리노베이션 영화 후기

<도시, 예술가, 리노베이션> Gut Renovation

감독 수 프리드리히 (2012)

 

[줄거리 소개]

1989년, 수 프리드리히는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브루클린의 노동계급 지역인 윌리엄스버그의 오래된 창고형 스튜디오를 임대해 개조한다. 2005년 공업지대였던 이곳이 주택지로 지정되고 세금 우대 혜택으로 몰려든 부동산 투자자들 때문에 공장과 제조회사, 예술가들의 작업실 임대 가격은 폭등한다. 오래된 세입자들이 떠나고, 공장 건물은 해체되어 부유층을 위한 최신 유행의 아파트들이 건설되는 5년 동안, 감독은 이 지역의 변화를 카메라로 담아낸다. 도시 재개발이 어떻게 공간에 얽힌 개인들의 기억과 역사, 이웃을 파괴하며 획일화된 삶으로 내모는지에 대한 수 프리드리히 특유의 위트 넘치는 다큐멘터리. (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네이버 영화 소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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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의 배경인 브룩클린 지역은 과거에는 공업지역이었지만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예술가들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도심에서 가깝고 임대료는 저렴한 지역으로, 공장의 공간은 작업실과 주거 환경이 모두 필요한 예술가들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고급 아파트 단지들이 재개발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감독 수 프리드리히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단순히 관찰자가 아닙니다. 이 지역에 20년을 살아온 주민이었고 자신도 곧 쫓겨 날 것이란 것을 알고 있는 당사자였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자신이 사랑했던 공간들과 이곳에 살아왔던 사람들을 최대한 기록하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 이 지역에 추억이 깃든 공간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내쫓기는 현상에 직접 분노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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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클린 지역을 그린 한 장의 지도가 다큐멘터리에서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도에 재개발로 사라지는 지역들을 빨간색 네모로 표시합니다. 지도의 상당 부분이 빨간색 네모로 뒤덮이고 감독 자신도 그 지역을 떠나게 되면서 다큐멘터리는 끝이 납니다.

감독은 이러한 재개발의 목적에 대해 반박합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와 뉴욕시는 이 지역이 죽은 동네라고 말합니다. 상권도 없고 더럽고 위험한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지역에서 수십 년간 운영되고 있는 가게들과 회사들을 보여주며 이곳의 상권이 죽었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말합니다.

뉴욕시는 이 지역을 재개발하기 위해서 개발 회사들에 수십 년 동안의 면세 혜택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재개발 이전에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주민들 모두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곳이 위험하고 더러운 공간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서로 힘을 모아 동네를 꾸몄고 폐기물처리장 건설을 막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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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이 대목이었습니다. 동네를 가꿔가며 폐기물 처리장을 막아낸 주민들은 고급 아파트만큼은 막아낼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자본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후회했습니다. 동네를 가꾸기 위해 했던 모든 일이 결국 이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고, 결국 자본이 이 동네를 잠식하도록 만들었다는 후회였습니다.

참 익숙한 광경입니다. 홍대, 삼청동, 서촌, 이태원, 가로수길, 연남동, 연희동, 상수동…… 젠트리피케이션의 한복판, 이곳들도 똑같은 과정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낡은 동네를 좀 더 나은 공간으로 바꾸려고 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성공하자마자 거대한 자본의 유입으로 임대료가 폭등하고 대기업들이 입점하면서 기존에 살았던 주민들과 자영업자들은 점차 외곽으로 밀려났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중후반에 가면 감독은 자신의 집 앞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현장을 며칠 동안 촬영합니다. 건물은 사라졌고 건물을 부순 자리에 거대한 암석이 나타납니다. 이 암석 때문에 공사는 차질을 겪습니다. 암석은 너무 커서 잘 부서지지도 않고 들어낼 수도 없습니다. 감독은 이 암석을 응원합니다. 하지만 며칠 후 암석은 부서져서 사라져 버립니다.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박혀 있었던 암석 거대한 중장비를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마치 이곳의 주민들처럼 말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15년 전만 해도 삼청동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폭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그 당시에는 저렴했던 서촌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 서촌은 또다시 삼청동과 똑같은 일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출근길을 오가며 보이는 부동산의 매매표만 해도 몇 년 사이에 3~4배가량 뛰어 올랐습니다. 동네 세탁소와 정육점은 사라져가고 커피숍과 레스토랑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습니다. 주택은 부서졌고 그 자리엔 3~4층의 빌딩들이 들어섰습니다. 빌딩에는 역시나 커피숍과 레스토랑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서촌은 아주 오래된 동네입니다. 서촌의 골목길은 길 모양의 역사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이 동네에 평생을 살아왔고 골목길에서 이웃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어디로 갔으며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아재의 토요명화 후기] 함께 살 수 있는 우리 동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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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창석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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