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지난 5월 30일 서울시 NPO지원센터 대강당에서 ‘2015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이하 ‘청자발’로 표기)’ 지원사업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다. 무려 7:1의 경쟁률을 뚫고 온 10개 단체, 청소년 30여 명이 내뿜는 에너지는 남달랐다. 반짝이는 눈빛과 두근대는 심장. 설렘과 긴장 속에 ‘나’의 이야기를 하고, 호기심과 기대 속에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가운데 ‘우리들’의 시간이 깊어갔다.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낼 가슴 뛰는 날들
여섯 번째 발표자로 단상에 오른 그린나래 는 지난해에 이어 거듭 ‘청자발’ 지원사업에 선정된 단체로, 그린디자인을 통한 환경보호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상일여고 학생들로 구성된 ‘그린나래’는 학교 인근에 위치한 고덕수변생태복원지를 가꾸며 복원지 지킴이로 활약해왔는데, 올해에도 생태복원지를 중심으로 한 그린디자인 사업은 계속된다. 복원지 내 생태조형물, 무분별한 출입을 막는 자연물울타리, 두충나무숲 설명판, 공덕생태공원 상징기, 헌옷을 활용한 나무 옷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학내 축제에선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적용한 액세서리 바자회를 진행하고자 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린나래’의 뒤를 이어, 소외된 이웃과 소통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비디르의 발표가 이어졌다. 과천시 중등무지개학교 소속의 동아리 ‘디비디르’는 인근 굴다리시장의 노점상 할머니 할아버지께 예쁜 간판을 만들어드릴 계획이다. 위트 넘치고 감각적인 간판이 쇠락해가는 시장에 활기를 부여하기를,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꿈꾼다. 6월 중 지역 내 노점상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마친 뒤 간판을 원하는 이들과 디자인을 의논하여 9~10월 중 제작 및 기증을 마치고자 한다. 목공, 사진, 만들기, 디자인에 각기 재능과 취미를 가진 멤버들이 모였기에 결과물에 대해선 기대해도 좋다고. 단지 예쁘기만 한 간판이 아닌, 노점 주인의 고유한 삶과 스토리를 담은 개성있는 간판을 만들 작정이다. 제작 여건상 20곳 정도로 추릴 생각이라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우선순위에 둘 예정이다. ‘우리가 만들 간판이 매우 예쁠 거라 많은 분들이 원할 것 같다’는 ‘디비디르’의 유쾌한 고민, 그 근거있는 자신감에 기대가 모아진다.
여덟 번째 발표자로 춘천지역 청소년들의 문화기획모임 우물 밖 청개구리의 허일정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발표를 맡은 친구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이지만, ‘우물 밖 청개구리’는 학교 안팎을 구분하지 않고 ‘청소년’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모인 단체다. 이들이 준비한 ‘잡지 프로젝트 <핵노답-무기력>’은 답 없는 정서, 무기력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를 목표로 한다. 작년 겨울, 그야말로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다는 발표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겪은 무기력증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친구들이 겪고 있는 문제임을 알았고, 그렇다면 이것은 사회적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기획입니다. 무기력은 꼭 극복해야 하는 것인지, 무기력증이 우리 세대에게만 국한된 정서인지, 무기력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청소년 및 청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최종적으론 ‘무기력’에 관한 잡지를 출간할 계획입니다. 11월 중 진행할 출간기념회 때 놀러오세요. 춘천 닭갈비도 먹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출간기념회까지 홍보한 ‘우물 밖 청개구리’ 팀에겐 인터뷰이 선정 및 잡지 배포 계획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아울러 ‘98%’ 평범한 대전 소녀의 콜라보 제안까지 쑥 들어왔으니, 향후 이들의 만남을 주목해 볼 일이다.
우물 밖 청개구리 활동 보러가기
사업 소개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신문을 한 부씩 돌린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제작팀 이 아홉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2014년 ‘청자발’ 지원사업에도 선정됐던 단체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소속이기도 하다. 창간준비호부터 최근 5호까지 총 6회 발간된 <요즘것들>은 발행부수 8천부에 정기구독처 120여 곳의 성과를 기록하며, 지난 해 기성 언론에서도 주목한 바 있다. ‘청소년의 시각으로 담아낸 청소년의 삶과 이야기’를 모토로 하는 <요즘것들>은 올해부터 기존 4면의 지면을 8면으로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보다 다양한 생각을 담기 위해 외부 필진을 많이 섭외하고자 한다. 정기구독에 대한 깨알같은 홍보로 발표를 마무리한 이들에게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사업의 최종 결과물로 자료집 형식의 출판물을 기획하는 만큼, 6회째 신문을 발간한 팀의 노하우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마지막 발표자인 모자이크 팀이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경기도 군포시 광정동청소년문화의집 소속의 미술 동아리로, ‘콩닥공단: 가슴 떨리는 공단길’이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금정역 인근, 다수의 외국인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공장단지 담벼락에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넣음으로써 삭막한 거리 풍경을 바꾸고자 하는 것. 외국인노동자들과의 친밀한 소통을 통해 편견을 극복하는 한편 금정역의 새로운 명소, 걷고 싶은 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벽화 안에 먼 나라에서 온 이웃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군포 이주민 다문화센터’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만남을 가진 뒤, 공공미술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벽화 작업은 8~9월 중에 진행하고, 10월엔 외국인 노동자와 마을 주민들을 초청하여 벽화 완성 기념회 및 마을잔치를 개최하고자 한다.
“벽화를 입고 아름답게 변한 공단길은 외국인노동자와 마을주민, 우리 ‘모자이크’ 팀 모두에게 가슴 뛰는 순간을 안겨줄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겐 소외감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콩닥거림을, 군포 주민에겐 아름다운 거리를 걷는 콩닥거림을, 그리고 우리들에겐 청소년의 힘으로도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콩닥거림을 선사하리라 봅니다.”
10개 단체의 사업 소개가 끝난 후 ‘청자발’ 사업진행과정에 대한 아름다운재단 측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끝까지 집중하며 수행 단체가 지켜야 할 규정과 의무, 회계정산 방법에 대한 세부 가이드에 귀 기울였다. 마지막 순서로 앞서 예고했던 시상식이 진행됐다. 투표 결과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디비디르’와 ‘오픈소스’가 나란히 1, 2등을 차지하며 인기상을 수상했다. ‘근거있는 자신감’과 ‘폭발하는 비주얼’이 어필한 결과로 보인다. 가장 적은 오차범위로 발표시간 5분을 칼 같이 지킨 팀에게 주어지는 타임체크상은 5분 4초를 기록한 ‘그린나래’에게, 사회자 재량으로 주는 공감상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대전 소녀 ‘98%’에게 돌아갔다.
수줍어하다가도 자기 목소리를 낼 땐 확실하게 힘을 실을 줄 아는 청소년들과의 시간은 마지막 발표자가 유독 강조했던 ‘콩닥거림’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자아를 탐구하고 사회와 소통하며 제 목소리와 제 역할을 찾아가는 이들의 앞날에 반짝반짝, 두근두근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글. 고우정 | 사진.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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