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 – 이제 어른들이 대답할 차례입니다

2023-11-15

그때도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학교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달리기 경주를 하던 복도, 점심시간 이후 따뜻한 햇살에 나른해지는 오후의 교실, 방과 후 흙먼지 폴폴 날리며 뒹굴던 운동장. 그때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어린이 공간인 학교에 유해물질이 가득하다는 사실을요.

우리가 어린이였던 시절에도 학교에는 유해물질이 참 많았습니다. 왁스, 소각장, 분필가루, 오래된 난로 등. 시간이 흐르면서 위험수치가 높은 유해물질은 사라졌죠. 유해물질, 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그 때. 교실 내 켜켜이 쌓인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밝혀지면서 교실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덕분에 2027년이면 전국의 모든 학교의 석면이 제거 됩니다. 무려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어린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포기하지 않은 어른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교실 내 유해물질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설마 여기에도 유해물질이 나온다고?’ 하는 물품은 교실 곳곳에 자리 잡고 있지요. 그 중, 전혀 예상치 못한 물품 있습니다. 교실 뒷면에 항상 묵묵히 자리 잡고 있는 것, 바로 게시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게시판은 참 많은 역할을 합니다. 교실 분위기를 아름답게 꾸며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담아낸 광장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매주 새로운 주제와 이야기로 탈바꿈을 하는 이 게시판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숨어 있었습니다.

어린이의 요청, 이제 어른들이 대답할 차례입니다.

대부분의 교실에서 재활용이 되지 않고 유해물질 우려가 있는 나쁜 플라스틱, PVC 게시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국 36개 초등학교 게시판 조사 결과 총 36개 제품 중 18개 제품(50%)에서 신경발달을 해치는 납이 검출되었고, PVC 재질은 26개(72%)가 되었지요. 학교에서 사용 중이거나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정밀 분석을 실시한 PVC 게시판에서는 100% 모두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가 검출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게시판은 가지고 다니는 학용품 아니고,

어린이 신체에 자주 닿는 것도 아닌데

왜 위험하다는 거지?”

게시판을 꾸미기 위해 압정을 꼽았다 뺐다 하는 사이, 유해물질이 뿜어져 나오며 공기와 뒤섞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의 호흡기 안으로 침투하게 되지요. 당장은 어린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겪는 호흡기 질환, 성조숙증 등은 이러한 원인에서 비롯 되었을지 모릅니다.

어린이가 매일 마주하는 공간, 매일 만지는 게시판을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이 수업하는 교실 게시판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요. 올해 9월부터 시작된 유자학교X 커뮤니티맵핑센터 안전 캠페인은 현재 전국 학교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어린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도 곳곳에 더 많은 게시판 사진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만든 지도는 추후 정부와 교육청에 전달해, 게시판 현황을 조사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교체하는 활동을 진행 할 예정입니다.

유자학교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변화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왜 안전한 지우개는 없나요? PVC가 없는 실내화는 없나요?”라며 질문을 던졌고, 어른들이 어린이 안전에 대해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후 문방구 사장님은 조금 더 안전한 EVA 소재의 실내화를 들여놓기 시작했고, 어린이 문구를 만드는 업체 사장님들 역시 안전한 물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이제 물품을 넘어, 자신들의 주요 공간인 교실 공간에도 안전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어린이들의 질문에 어른들이 대답할 차례입니다.

학교에서만큼은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는 모두, 한번은 어린이였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는 언젠가 어른이 됩니다. 어린이가 안전하다는 것은 어른에게도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어린이 제품이 유해하다는 것은,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 즉 어른에게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결국 어린이 제품이 안전해지는 것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우리가 사는 환경도 모두 안전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교실에는 언제나 게시판은 존재합니다. 항상 교실 뒤편에서 어린이들을 지켜보곤 하지요. 아이들의 꿈, 웃음, 즐거움, 행복이 게시판 속에 담겨 안전하게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마음으로 우리는 <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