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차 서울 곳곳의 재개발 단지에 버려진 식물을 구조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공덕동 식물유치원’ 백수혜입니다. 식물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제가 식물 구조활동을 하며 새로운 식물들을 알아갈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컸는데요, 올해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함께 활동하는 것을 시도하는 한해였어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서 무성히 피어난 나무들 사진을 찍고 있는 뒷모습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물꼬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개인적으로 주로 온라인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오프라인으로 연장하는 방향을 구축했답니다. 크게 1차의 물꼬트기와 2차의 항해하기로 나누어 진행했는데 어떤 일들을 벌렸는지 소개해 드릴게요.

재개발 단지에 버려진 식물을 구조하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2023년 활동

추운 겨울 시작한 1차 물꼬트기에선 여태 온라인으로만 알고 지낸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재개발단지에서 식물 구조하는 일을 재개발단지의 조합원분들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노력했어요. 안타깝게도 재개발단지의 사람들과는 물꼬를 틀 수 없었지만,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여러 방식으로 마주할 수 있었답니다.

2023년 1월 첫째주 수요일부터 거의 매주 식물모임을 진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식물모임이란 식물과 관련된 소식이나 정보, 영화나 책 등을 소개하며 이야기하는 다과모임이랍니다. 종각역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식물 관련이야기를 주축으로 각자 키우는 식물이나 가지고 있는 여분의 씨앗 나눔도 하고 홍릉시험림이나 서울식물원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후에는 저의 개인 작업실을 얻어 카페에서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식물 모임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후에 본격적인 식물 구조를 시작했어요. 지난 2년간 구조한 식물들은 데려가고 싶어하는 분과 1대1로 만나서 전달해드렸었는데 올해에는 아름다운재단의 도움으로 ‘식물유치원 졸업식’이라는 이벤트로 식물 나눔을 할 수 있었어요. 식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분들이 직접 와서 식물을 보고 골라갈 수 있고, 잠시 머물면서 식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식물 관련 책 두 권과 뿌리채 뽑힌 식물들이 책상 위에 있다.

2차 항해하기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산책하며 도심 속에는 어떤 식물들이 살고 있는지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8월부터 10월까지 3회동안 여러 사람들과 흑석동 재개발 단지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을 관찰했어요. 여럿이 걸으며 까마중 열매도 먹어보고 버려진 무화과나무의 가지도 꺾어 삽목 하는 경험도 했답니다. 산책에 참여한 사람들 중, 산책에서 얻은 영감으로 작품을 만들어 전시에 참여하고 싶어한 4명과는 ‘식물유치원 동창회’라는 이름으로 11월에 1주일 동안 전시도 열었어요. 때마침 한겨레21 잡지에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인터뷰도 하고 멋진 기사로 나오기도 했답니다.

📰기사보러가기 [한겨레21] 식물유치원, 재개발단지 출신들 동창회가 열렸습니다   

우리 주변에 자라는 식물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관심을 갖고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길까 고민하던 제게 ‘식물 소개 카드’가 떠올랐어요. 마치 포켓몬스터 카드가 포켓몬스터들을 소개하는 것처럼 우리 주변의 식물에 대한 소개가 적힌 작은 카드가 있으면 어떨까 싶었지요. 사실 식물을 봐도 이름을 모르면 검색해서 찾기 어려웠던 저의 경험에 비추어 1차로는 식물 그림과 이름이 적힌 엽서, 책갈피, 스티커 종류로 제작했답니다. 2차로는 식물의 정보까지 담긴 양면 식물카드도 제작했어요.

작은 카드에 돌나물이라 적혀있고, 가운데에는 동그란 돌 위에 풀이 자라난 그림이 그려져 있다.

2023년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물꼬 프로그램으로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법한 일들을 해나갈 수 있었어요.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작의 물꼬를 텄다는 것은 확실해요. 이를 발판삼아 내년에는 더 체계화 한 식물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현재 20종인 식물 소개 카드를 확장하여 더 많은 종류의 식물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글을 써 보려해요. ‘식물을 구조해서 나눠주는’ 행위에서 도심 속 우리가 잡초라고 치부하고 관심 주지 않았던 식물에게 관심 가질 수 있는 ‘시각의 변화와 영감’을 줄 수 있게 점점 더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식물 좋아하는 사람에겐 조금 심심한 추운 겨울이지만 다음을 위해 준비하며 지내보겠습니다. 내년에도 ‘공덕동 식물유치원’ 잘 부탁드립니다!

글 / 사진  백수혜 

※ 백수혜님의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식물친구들’ 은 2023 변화의물꼬 지원사업 2단계 항해하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사회 문제는 소수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느슨한 관계망이 만들어진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변화의물꼬 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시민사회가 더 너르게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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