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둔형외톨이자조모임 열림은 2023 변화의물꼬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업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바로 제가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냥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우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보자는 생각으로 홍보를 시작하였습니다.

춘천에서 은둔형 외톨이 자조모임을 시작합니다. 왜 만나나요?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이야기함으로써 공감받고 다른 이들도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힘을 얻게 됩니다..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특성상 당사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온라인 홍보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인스타그램에 ‘yeolim2023’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지역의 시정 홍보지 광고란에 전화번호를 올렸습니다. 많은 연락이 오지는 않았지만 많은 관심들이 보였습니다. 응원하는 댓글과 좋아요가 달리고, 문자들이 왔습니다. 그중 만남으로 연결된 경우는 당사자 한 명, 가족 한 명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연결되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조모임을 꾸릴 준비를 하였습니다.

지역의 당사자와 가족을 만난 이후, 서울에 있는 청년재단에서 진행하는 고립청년 지원조직 임팩트 커뮤니티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미 수도권과 광주광역시에서는 고립과 은둔 상황에 처한 이들을 위해 돕는 조직들이 있었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상상력이 생겨났습니다.

자조모임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알리자 피스모모에서 운영하는 더슬래시 웹진에서 기고를 요청하였습니다. ‘불안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안정감을 찾아갈 수 있을까?’ 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고 같은 웹진에 기고했던 니트생활자의 박은미 대표가 온라인 모임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듣고 싶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모임을 진행하였고 여기서 만난 당사자 분과 오프라인으로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더운 여름날, 자신의 고립과 은둔 경험을 밝혀주며 자조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덕분에 부족한 디자인 실력을 보완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든든함을 주는 동료가 생겨 기뻤습니다. 10월에는 춘천에서 ‘사회적 소수자 청년 지원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원래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의 강의만 하려 했는데, 사단법인 늘봄청소년과 경계선지능인지원센터인 느린소리에서 더 풍성한 자리를 기획해 주셨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성남에서 고립 청(소)년을 지원하는 이정현 사무국장님도 모셔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소수자 청년들의 토론이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춘천문화재단, 강원대학교, 강원도 인권센터 등 지역에서 고립과 은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와주셨고 아름다운재단에서도 와주셔서 든든했습니다.

은둔 고립 청년이야기라고 써 있는 화면 앞에서 남성이 강연을 하고 있다.

청년재단의 제안으로, 국회에서 진행된 ‘청년의 고립, 국가와 사회의 지원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도 참여하였습니다. 많은 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떨렸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여 참여하였습니다.

청년의 고립, 국가와 사회의 지원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 라고 써 있는 플랜카드 아래7명의 토론자가 앉아있다.

그리고 사업의 마무리로는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자조모임 구성원들과의 원주 뮤지엄산 나들이를 기획하였습니다. 원주에 처음 오신다는 분도 계셨고, 오전 10시까지 오시느라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웃으며 함께 체험형 전시와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면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2023년을 되돌아보면, 변화의물꼬가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 조금 적응이 안 되기도 합니다. 너무 한 사람의 목소리만 커진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듭니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모임을 이어나가 더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아름다운재단에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이 손가락 두개씩을 펼쳐 모아 별 모양을 만들었다.

글 / 사진 홍주리

※ 홍주리님의 ‘지역에서 은둔형 외톨이와 함께 살아가기’ 는 2023 변화의물꼬 지원사업 2단계 항해하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사회 문제는 소수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느슨한 관계망이 만들어진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변화의물꼬 지원사업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시민사회가 더 너르게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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