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4 “42년만의 자유… 근데 어디로 가지?”

2023년 12월 18일, 충남 당진의 농장에서 기르던 곰이 우리를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어요. 안팎을 수색했지만 정작 곰이 있던 곳은 농장 안 철창 밑이었습니다. 주민 안전을 우려한 농장주의 요청으로 곰은 엽사에 의해 사살됐어요. 2001년생, 22살이었던 곰의 첫 외출이 죽음으로 끝난 거예요.
 
농장은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곰을 키울 수 있도록 허가받은 곳이었어요. 사육곰들은 웅담 수요가 줄어든데다 위험한 동물이라는 이유로 좁은 우리에 방치되어 왔는데요. 동물권 활동가들은 오랜기간 곰 사육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해왔고, 드디어 지난해 말 곰 사육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이 통과됐습니다.
 
1981년 곰사육이 시작된지 42년만에 곰들은 자유를 찾았지만 아직 모든 고통이 끝난 건 아닙니다. 유예기간 2년 동안 곰들은 언제든 도축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농가에 남은 300여마리의 곰들이 어디로 갈 수 있을지 정해지지 않았어요. 인생 첫 외출이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이 될 수 있도록 활동가들은 곰을 구조하고 방사장을 세우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오늘 후후레터에서는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인수 활동가와 함께 사육곰 종식의 의미와 필요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최인수 활동가가 이야기하는 곰들의 변화
 
동물권행동 카라 최인수 활동가는 ‘미련곰탱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아요. 곰을 돌보면서 예민하고 섬세한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에요. 아픈 곰들에게 약을 먹이려고 마시멜로우에 숨겨서 주곤 했는데 쓴 맛의 비밀을 알고 나서는 앞발로 약을 긁어내고 먹더래요.
 
성격도, 취향도, 예민함도 제각각인 곰들이 4평 남짓 철창 안에서 힘겨워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최인수 활동가는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합니다. 법 개정은 이제 시작일뿐, 더 나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있는 최인수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해먹에서 놀고 있는 곰 ‘소요’ ⓒ동물권행동 카라 
수천 수만의 곰들의 피와 눈물로 얼룩진 곰 사육업, 법 통과가 기쁘기는 한데…
 
Q. 2023년 12월 20일, 사육곰 사육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어떤 활동을 이어오셨나요?
A. 처음에는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아니라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었어요. 당시 줄기차게 국회를 드나들며 법안을 심사할 의원들을 설득했었죠. 기자회견을 열어 통과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국회 내에서 여러 법리적인 판단과 의견에 따라 특별법을 새롭게 만들지 않고 야생생물법 조항으로 녹여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어요.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과의 면담, 동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국회를 드나들며 설득을 하고 캠페인을 이어나갔습니다. 특별법이 발의된지 1년 7개월, 야생생물법 개정안으로 다시 발의가 된 지 7개월 만에 마침내 국회에서 법이 통과가 되었습니다. 사육곰 종식의 첫 단추가 비로소 꿰어진 셈이죠.
 
Q. 안타깝게도 개정안 통과 이틀전 충남에서 사육곰이 탈출하고 사살됐습니다. 실제 곰 농장의 사육환경은 어떤가요?
A. 방문했던 농장들은 눈 뜨고 보기 힘든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들어오는 햇빛이라고는 노후된 슬레이트 지붕 틈새로 들어오는 것이 유일해서 오히려 밤보다 낮이 더 어두워보이는 실내 시설에 바닥을 공중으로 띄워놓은 비좁은 뜬장이 줄지어 서있는 광경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곰들이 그 안에서 머리를 양 옆으로 쉬지 않고 흔들거나 제자리를 왔다갔다 맴돌기만 하는 등 단체로 극심한 정형행동을 하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는 끔찍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나마 햇빛이 들고 콘크리트 바닥인 농장은 양반인 수준이었죠. 곰들의 탈출 역시 대부분 농장의 부주의 혹은 노후된 시설로 잠금장치 등이 고장나서 벌어진 일입니다. 사람에게 끼칠 잠재적 위협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사살되는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좁은 철창 안에 갇혀있는 사육곰 ⓒ동물권행동 카라 
화천에서 구조한 곰 15마리, 그 곁에 시민들이 모여들다.
 
Q. 화천 사육곰 농장에서 곰들을 구조하셨는데요. 구조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2년 전 카라와 사육곰 구조단체인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힘을 합쳐 화천의 곰 농장에 있던 15마리를 구조했는데요. 화천 곰 농장주께서 건강도 안좋아지고 있고, 사육곰들을 도축하는 것이 싫어서 먼저 구조 요청을 해오시면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처음에는 여건이 되는대로 기존의 농장 시설을 임대해 보호하다가 이후 곰들이 거닐 수 있는 방사장을 추가로 조성했습니다. 화천에 상주하며 곰들을 돌보는 상근 활동가분들이 생기게 되었고, 매일 곰들을 돌보며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조정과 개선을 거듭하며 경험을 쌓아온 것 같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에 야생동물 수의사님도 계셨기에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끊임 없이 토론하고 시도해보며 실질적인 곰들의 복지를 개선해나갔어요.
 
Q. 시민들과 함께 곰들을 위한 ‘다똑같곰’ 프로젝트도 진행하셨는데요. 프로젝트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사육곰 종식을 위한 민관협의체에 들어가 있는 4개 단체에서 법 통과 이후 남은 사육곰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단체들의 활동과 연계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똑같곰’(사육곰도 다 똑같은 곰이다)으로 준비해 순차적으로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함께 준비한건 사육곰 보호시설 견학 프로그램이었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화천까지 걸음해주셨습니다. 곰 보호시설과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국내 사육곰 산업의 경과와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고, 곰들에게 제공할 행동풍부화 물품들을 함께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곰들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진심을 다해 열심히 만들어주시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고 감동받았습니다. 활동가 이외에도 사육곰과 야생동물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진심인 분들이 계셔서 너무나도 든든했고요.
곰숲에서 놀고 있는 곰 ‘푸실이’ ⓒ동물권행동 카라 
곰숲 조성 그 이후, 털이 듬성듬성 빠진 야윈 곰들에게 생긴 변화
 
Q. 화천에 곰숲을 조성해서 곰들이 더 넓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곰들에게 일어난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곰숲 조성 배경과 곰들에게는 일어난 변화를 들려주세요.
A. 완전한 생츄어리의 형태가 갖춰지기까지는 현실의 벽이 높다보니 곰들이 거닐 수 있는 방사장 ‘곰숲’을 먼저 짓기로 의견을 모았어요. 곰숲에서 산책하는 시간에도 익숙해진 곰들은 곰숲을 거닐며 활동가들이 곳곳에 숨겨둔 맛있는 먹이도 찾아 먹고, 때로는 고개들어 주변의 냄새와 소리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처음 구조했을 때 잘 못 먹어서 마르고, 피부병으로 털이 듬성듬성 빠져있는 등 사실상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삶을 연명하고 있었던 우리 곰들은 어느새 살이 오르고 털이 풍성해졌습니다. 먹이를 접해보며 좋고 싫은 기호성도 생기는 등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고요. 곰숲에서 곰다운 행동들을 하며 점점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Q. 야생성을 잃은 사육곰들은 자연으로 돌아가기 어려운만큼 생츄어리를 건립해 보호하실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생츄어리의 필요성과 건립계획에 대해 전해주세요.
A. 동물원, 야생동물을 이용한 다양한 산업, 무분별한 개인 사육 등으로 인간에 의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츄어리는 동물을 단순히 보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의 습성, 개체별 특성을 고려해 동물이 왜 여기에 와있는지를 마음에 새기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시설입니다. 화천에 조성한 사육곰 보호시설은 완전한 형태가 아닙니다. 시설과 인프라를 갖춰 더 많은 곰들을 보호하고, 더 잘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계속 마련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저희는 계속 곰들을 잘 돌볼 궁리를 하며 열심히 활동하려 해요.
  
야생동물의 자유와 생존에 필요한 것!
 
오늘 사육곰 이야기를 듣고 뭔가를 하고 싶다고 결심했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아직 농장에 남아있는 곰들을 위한 생츄어리 건립부터 나무에서도, 길 위에서도 갈 곳을 잃은 야생동물까지 지켜줄 수 있습니다. 
  
❓곰들 사이로 지나가는 글자 OOOO를 맞혀주세요!
오늘 인터뷰에서 언급된 OOOO는 ‘피난처’라는 뜻이에요. 야생과 비슷하게 꾸며놓고 동물을 돌보는 공간이기도 한데요. OOOO가 조성되면 곰들은 여생동안 자신의 습성을 지키며 지낼 수 있게 돼요. 자, OOOO는 무엇일까요? 정답을 아신다면 지금 입력해보세요. 추첨을 통해 커피 기프티콘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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