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소녀적 그 시절 여름방학 추억은 뭐가 있을까? 독후감을 쓰기 위해 어려운 철학책을 꾸역꾸역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짝사랑하던 물리 선생님의 방학 특강을 듣고는 느닷없이 물리가 좋아졌던거 같다. 그리고… 또 뭐였더라.. 그래 기억난다. 친구들과 축제를 준비하던 그때, 여름. 그 날들을 다시금 생각나게한 소녀들이 있다. 아름다운재단 사무실을 방문한 그들은 마치 소녀만화에서 튀어나온마냥… 너무 예뻤다.

공부에 매진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고등학교 2학년의 여름방학을 조금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던 12명의 소녀들이 국내 최초의 광고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우리만 재밌자고 추억을 쌓았던 나의 소싯적과는 분명 달랐다. 나의 추억은 나의 것으로 소중하지만 이 소녀들의 추억은 나눌수록 빛이 날 것 같다. 살면서 잊고 있던 빛나는 추억을 영동일고등학교 광고동아리 ‘CAM’의 이지윤 학생의 글을 보며 다시금 떠올려본다.

 

우리들의 빛나는 추억 그리고 나눔

글. 이지윤 (영동일고등학교 2학년 | 광고동아리 CAM 회원)

2013년 7월 24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동아리의 첫 번째 장기프로젝트는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무대는 바로 8월 24일에 있을 우리 영동일고등학교의 축제였다. 그 내용은 마케팅이 주가 되는 동아리답게 상품을 판매해보자는 것이었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상품을 기획 및 제작해 최대의 수익금을 창출해낸다’ 라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큰 틀 아래 모두들 무슨 상품을 기획할 것인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의논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온 와중에 우리는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리사이클링 팔찌와 픽셀브로치를 기획 및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학교에서는 지원금으로 20만원이라는, 결코 여유롭지만은 않은 예산을 지원해주었고, 우리는 그 예산 중에서 10만원은 광고마케팅 동아리답게 홍보비로, 나머지 10만원은 반으로 나누어 팔찌팀, 픽셀브로치팀이 각각 5만원씩 나눠가졌다. 5만원이라는 돈은 제품을 제작하기엔 너무 부족했다. 

축제 당일 사람들이 그리 많이 오지 않을 것을 감안해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먼저 확보한 수익금으로 투자를 더 해서 5만원을 약간 초과한 돈으로 물건을 제작했다. 팔찌팀은 ‘에코+리사이클링’이란 주제로 헌옷, 헌가방, 고장난 우산, 중학교 때 교복 등 을 수집하고 염색해 제작했고, 브로치팀은 펄러비즈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각 팀에서 자체적으로 세부적인 역할분담 및 준비를 차근차근해 나가면서 동시에 동아리 부스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계속 계획해 나갔다. 그 과정 중에 최종적으로 채택된 프로젝트의 이름이 바로 ‘기부&TAKE cafe’이다. 별 볼일 없는 이름 같지만 사실 그 안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수익금을 전부 기부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기부’를 하고 팔찌와 픽셀브로치를 ‘take’한다. 그리고 ‘cafe’는 우리 동아리 부스를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과자’를 드린다.   

 

동아리 부스의 위치가 약간 알아보기 힘든 곳이어서 예약 판매 뿐만 아니라 현수막도 제작했다. 그 덕분에 부스가 운영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또 동아리의 취지도 살리고자 홍보포스터를 제작했다. 컨셉은 기부 & TAKE ‘cafe’에서 따온 ‘과자’로 세 가지 버전으로 팔찌팀, 브로치팀, 그리고 전체 동아리를 홍보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포스터 배포 후에 새로운 포스터 배포의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을 따르느라  이틀 정도 밖에 포스터를 붙이지 못하고 대부분의 포스터가 버려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며칠 간의 밤샘이 다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장기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건들이 생겼지만 그 중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추가로 각 교실에 부착할 단순 판매 목적인 포스터를 추가로 제작했다. 오히려 약간 심오한(?) 느낌의 포스터보다 더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또 우리의 프로젝트가 단순히 판매 그리고 구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 부스를 방문해 준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방명록을 제작하고, 구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동시에 구매욕을 자극하기 위해 구매액 5000원 당 응모권을 한 장 주는 식으로 영동일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준비했다. 방명록과 이벤트가 동아리에 대한 호감도도 상승되는 효과를 가져다 준 것 같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와 주었고, 또 처음 백만원이라는 수익금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무려 ‘1,063,420원’ 이라는 큰 돈을 벌게 되었다.(추가 기부 포함) 우리 동아리가 열심히 기획했기 때문도 있지만,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또 전지 두 장으로 만든 방명록이 빽빽하게 채워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의도했던 ‘판매-구매’만이 아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말 ‘고마움’과 ‘정’을 많이 느꼈다.

사실 준비 과정 중에 웃고 즐거운 일들 보다는 화나는 일이 훨씬 많았다. 정말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었지만, 동아리 부원들 간의 돈독한 정과 의지로 결국 성황리에 끝마치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익금이 7자리까지 올라갔으리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동아리는 해냈다. ‘예상치 못한 일을 해냈다는 것’은 정말 통쾌하고 뿌듯한 일이었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고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놀라워했고 특별한 의미를 두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런 엄청난 의미는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뿌듯함 하나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의미 있는 돈은 의미 있는 일에 쓰이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10원 하나도 허투루 쓰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우리가 기부하는 것에 있어서 종교나 정치 등의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그 점에서 재단을 정하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 결국 소액기부가 가능하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하게 되었다. 또 아무런 교감 없이 정해진 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싶지 않아서 직접 시간을 내어 아름다운재단을 방문하게 되었다.

한 달 가량 준비했고 고등학생이란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 구매자 분들, 우리 수익금을 고맙게 받아들여주신 아름다운재단에도 모두 감사하다. 만약 우리가 번 돈을 회식비 같은 유흥비에 썼다면 그 순간은 즐거울지 몰라도 모든 과정이 기억에 남지 않고 뿌듯함도 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재단에 모두 기부를 함으로써 프로젝트의 최종 단계까지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뿌듯함이 더 크긴 하지만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 프로젝트였다.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 때는 더 큰 금액을 목표로 진행하고 싶다.

편집: 권연재 간사

댓글 3

  1. 부끄럼쟁이

    어째 이렇게 야무질수가! 건강하디 건강한 소녀들이네요 ^^ 이 소녀들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사뭇 기대됩니다. 상큼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또 듣고 싶네요!!

  2. ㅂㅎ

    멋져요!

  3. 처음부터 끝까지 한톨도 빠짐없이 멋지네요!!!! 최고!!^^ 앞으로 더 멋진 일들을 해나가길 기원해요~~~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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