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개인의 삶과 사회의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마중물이 되어주는 공익 콘텐츠 제작 및 확산을 지원합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제일 먼저 앞장서는 공익단체들이 <변화의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활동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성폭력근절을위한지리산여성회의는 개인 간의 성적 관계에서 작동하는 구조적인 성차별, 성별 고정관념, 성에 관한 금기 등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본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성적 대화와 적극적 합의를 익히고 연습할 수 있는 워크북 제작기를 전해 드립니다. |
‘더 나은 성적 관계를 위한 적극적 합의 워크북 ver.1′ 발간과 적극적 합의를 익히는 워크숍
그동안 반성폭력 운동을 전개하면서, ‘동의 없는 성적 행위는 성폭력’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실제 상황에서 동의를 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익힐 수 있는 기회는 부족했다. 성폭력은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지만, 성폭력이 아니기만 하면 좋은 경험이 되는 것도 아니다.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성폭력을 예방하는 차원에 그치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더 나은 성적 관계, 더 나은 경험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 이를 위한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을 구체적으로 익힐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과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몸에 배도록 ’적극적 합의‘를 실천해야 한다.
2022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새로운 반성폭력·성문화 이정표, 적극적 합의>가이드라인: 적극적 합의를 시작할 때’를 발간하였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지리산여성회의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였다. 그러던 중 ‘적극적 합의’의 개념을 더 자세히 공부해보고, 여러 사람에게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 스폰서 지원사업에 지원하게 되었다.
워크북 제작 과정
워크북 제작을 위해 제일 먼저 한 작업은 우리의 언어로 목차를 짜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적 동의의 구성 요소를 꺼내 보았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제로 합쳐졌다.
→ 인식 점검하기, 이론(적극적 합의의 구성 요소들) 공부, 실제 연습.
이 과정에서 위에서 언급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가이드라인 뿐 아니라 <적극적 합의 아카이브> 홈페이지, 성적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SHARE에서 펴낸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을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다. 진행하면서는 합의나 동의, 섹슈얼리티 등의 단어가 낯선 사람들에게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가 주된 고민이었다.
시작은 적극적합의를 위한 워크숍에서 쓸 수 있는 활동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3시간 정도의 워크숍에서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포함하여 4~5개의 활동을 하는 것이 최대치였다. 우선, 준비-점검-인식-연습 단계를 나누고 단계별로 필요한 내용들을-참여자들이 생각해보면 좋을 질문들을 구성해보았다. 다양한 각도에서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초안 단계에서 나왔다. 이것들 중 어떤 활동을 선택해서 발전시켜 완성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이 내용들을 다 살려보자는 결정으로 나아갔다. 워크숍을 열게 되면 자신을 이해하고 관계를 성찰하며 구체적으로 표현을 연습할 수 있는 활동들을 압축적으로 진행해도 효과적일 듯 했다. 워크숍에서는 함께 배우는 다른 참여자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배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크숍에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워크북을 접할 수 있고 그렇다면 혼자서도 자신의 섹슈얼리티, 파트너와의 권력 관계, 합의가 무엇을 의미하고 실천한다는 것인지를 찬찬히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작업 분량도 늘어났고, 예산도 변경해야 했지만 적극적 합의를 널리 알리겠다는 애초 취지에 더 부합하는 결정이었다고 여기고 있다.
워크북 원고를 감수받으며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이고, 실험해볼 가치가 충분하지만 설명이나 개념들이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낯설고 어려울 수 있겠다는 의견을 받았다. 활동지 내용 중에 실제 워크숍에 적용하면 어떻게 진행될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원고 작업을 하면서 적극적 합의에 관한 소개를 제한된 지면에 담기 위해 고민했고, 제목이나 활동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쉽게도 사업종료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현재 작업한 내용이 충분치 않고 보완하고 다듬을 구석이 꽤 있지만 일단 프로토타입을 발간하고 이후 워크숍들을 통해 더 발전시켜나가자는 결정을 했다. 그래서 어렵사리 완성된 [더 나은 성적 관계를 위한 적극적합의 워크북 VER.1]을 PDF판으로 온라인 배포했고, 인쇄본은 당장의 워크숍 참가자들만을 고려하여 소량(20부)으로 인쇄했다. 앞으로 워크숍에서 사용할 워크북 활동지는 필요한 부분들만 인쇄해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발전시켜 수정한 내용들은 다음 버전에 반영할 계획이다.
적극적합의 워크북을 활용한 워크숍 [어색해도 괜찮아] 진행
워크숍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신청을 해주셨는데, 워크숍을 준비할수록 이번 워크숍을 통해 워크북을 조금 더 발전시키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급하게 일반인 참여자 분들께 양해연락을 드리고, 실제 활동가 및 전문가 참여 섭외에 들어갔다. 그렇게 다섯 명의 참여자가 모였고, 결과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판단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전문적인 피드백을 통해 워크북의 완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긍정적 피드백을 통해서 여성회의 활동가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앞으로 이 활동을 지속할 에너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워크숍은 워크북의 목차를 따라 약속문 만들기→ 부캐 설정하기→ 성적 실천 경험 돌아보기→ 경계 인식하기; 몸을 느끼기→ 요청하고 응답하기; 사진 찍을까? → 요청하고 응답하기; 저를 만져줄래요?→ 피드백 순서로 진행하였다.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보통 많은 사람들이 워크숍 첫 순서로 약속문 만들기를 진행한다. 우리도 그 순서를 따라 약속문을 제일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해서 ‘섹슈얼리티를 말하는 부캐 설정하기’를 진행했다. 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다 꺼내놓기 힘든 첫 만남에서 자신을 닮은 ‘가상의 캐릭터‘를 설정해 장에서 꺼내고 싶은 이야기를 적절히 취사선택할 수 있게된다.
참여자는(그리고 진행자도) 처음 가상의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에 어색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워했지만, 워크숍이 끝난 후에는 부캐를 설정하여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데 무척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워크북을 제작하며 실제로 이 워크북을 가지고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일까 무척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는데, 적극적 합의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었고 그 필요성을 실감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는 피드백에 용기를 얻었다. 겨울 방학 때 청소년과 함께 하는 적극적합의 워크숍 등, 지역에서 소규모 워크숍들을 열어볼 의욕도 생겼다. 이 워크북이 ‘적극적 합의’를 전파하는 실천들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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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성폭력근절을위한지리산여성회의
성폭력근절을위한지리산여성회의는 지역의 일상에서 성평등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고, 성폭력/성차별 근절을 위한 교육과 지원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단체 활동 더 알아보기 https://conviviality.andong.ac.kr:2019/2020/sub1/view.asp?id=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