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4 사랑과 돌봄, 그 사이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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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4 사랑과 돌봄, 그 사이
최근 동료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했어요. 공통적으로 우리가 붙들었던 화두는 이것이었어요. ‘사랑은 누구나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돌봄은 왜 누구나 이야기하지 않을까?’ 아마도 돌봄이 사랑에 따르는 의무처럼 느껴져서 그런 건 아닐까 싶었어요. 돌봄에는 노동이란 말이 붙기도 하고, 효도의 필수값처럼 여겨오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태어나 죽을 때까지 돌봄을 필요로 하는 게 인간이라면, 오히려 사랑과 같은 끈끈한 가치 없이도 사회적으로 누구나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지역사회 커뮤니티 등을 통해 돌봄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증명하는 것일 테고요. 

물론 가까이에서 현실을 뜯어보면 아직은 한숨이 나와요. 돌보는 사람들의 처우도 열악하고, 돌봄 부담이 혈연 가족에만 맡겨지면서 생겨나는 비극도 여전합니다. 아마 너무 먼 미래라서, 혹은 떠올리면 마음이 힘들어져서 외면하고 있었다면 오늘을 기회로 돌봄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생의 반짝임을 더하는 게 사랑이라면, 그 반짝임을 유지시켜주는 건 돌봄일 테니까요. 
  
돌봄을 둘러싼 변화들

우리에게 필요한 돌봄을 상상하고 이야기하려면 어떤 것들이 달라지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보는 게 필요해요. 최근 돌봄을 둘러싼 변화들, 싹싹 긁어와봤습니다.  
1) 다가오는 방학, 어린이 틈새돌봄 시작
무더운 여름방학이 다가왔습니다. 맞벌이, 한부모가정은 아이 돌봄에 대한 부담이 있을 텐데요. 정부가 돌봄공백을 채우기 위해 여름방학 동안 방과 후 돌봄시설 운영시간을 늘리고, 아이들의 점심과 저녁 끼니를 챙긴다고 해요. 자세한 내용은 제목을 클릭해보세요. 

2) 상반기 아빠 육아휴직 10만 명 돌파 … 출산 전에도 육아휴직 가능
9월 18일부터 출산을 앞둔 배우자를 고려한 육아휴직 제도가 시행된다고 합니다. 전에는 아빠들이 자녀가 태어난 이후에만 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배우자가 출산하거나 유산/사산했을 경우에도 5일 범위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출산 예정일 50일 전부터 출산 후 120일 이내까지 육아휴직 일수도 함께 늘어난다고 해요. 

3) 아프거나 다쳐서 쉬어야 할 때 필요한 상병수당, 전국민 확대 시행
후후레터가 소개했던 상병수당, 기억하시나요?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인데요. 그간 시범사업으로 이어왔으나 내년 하반기부터 전국민에게 확대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4)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이 마주한 일터의 뒷면, 대안은?
최근 한겨레21에서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를 기획으로 다뤘어요. 2025년 말 기준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는 7,623명에 달하는데요. 결혼이주여성 등 대부분 장기간 국내에 정착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차별, 언어장벽, 부당한 노동 강요 등과 마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기도 전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졸업 후 일할 수 있는 ‘요양대학’이 운영되고 있어요. 2028년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요양보호사들이 투입될 수 있게 되고요. 돌보는 이들의 노동현장, 기사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세요.

5) 내일의 나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함께 기억하는 7월 1일
3월 27일,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되었어요. 아프거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들어 돌봄이 필요한 경우 맞춤형 통합서비스가 제공되는데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요양보호사들입니다. 그러나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 낮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7월 1일을 요양보호사의 날로 지정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어요. 
  
돌봄, 어떻게 하고 있나요? 

습도가 80%에 육박하던 7월 어느 날, 퇴근 후에 동료들과 모였습니다. ‘동료에게 말걸기’라는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가장 오래 이야기를 나눈 부분은 ‘사랑과 돌봄’을 다룬 세 번째 챕터였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동료, 파트너가 있는 동료, 부모와 사는 동료 등 함께 사는 사람은 달랐지만 궁극적으로는 각자의 방식으로 돌봄을 하고 있었거든요. 동료들이 나누어준 이야기 중 일부를 공유드립니다. 전체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해보세요!

A 매니저

요즘 신경 쓰는 건 남편과 저의 관계에서의 돌봄이에요. 서로를 잘 알아야 서로를 돌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 사람의 하루의 생활을 잘 들여다보고, 이 사람도 나의 되게 힘든 순간을 잘 포착하고요. 서로 필요할 때 돌보면서 살아야 사랑이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B 매니저

저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돌봄을 하고 있어요. 지금 제 가정이 저한테는 의미가 크고, 가정을 건강하게 지켜가면서 역할을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아이를 키우다보니 가끔은 남편이 나에게 하는 돌봄이 성에 차지 않을 때도 있어요. 요즘에는 아이가 두 돌 넘게 크면서 저에게도 여유가 생기다보니 남편과의 관계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결혼과 출산 이전에 이른나이부터 돌봄과 죽음을 경험해서인지 훗날 시부모님의 돌봄도 미리 염려해두고 있어요.

C 매니저

큰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요. 당시 제가 대학생이기도 해서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병원에 있었어요. 임종도 지켰고요. 큰아빠가 ‘딸들 중에 누가 와도 편하지 않았는데, 제가 있어서 편했다고. 딸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하셨대요. 그 돌봄을 딸들한테 맡기고 싶지 않았던 거잖아요. ‘그럼 나는 괜찮다는 걸까?’ 싶으면서도 저도 자식들한테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을 것 같아서, 양가적 감정이 들었어요.

D 매니저

저는 돌봄이라는 것도 결국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장모님을 살뜰히 챙기는 아내를 보면서 돌봄은 마음과 선의를 주고받는 거라고 느끼게 됐어요.

E 매니저

대학교 1학년 때 이모가 아프셨어요. 저랑 언니랑 엄마랑 번갈아가면서 간호를 했었어요. 임종까지 지켜봤고요. 중요한 사람을 잃은, 상실의 기억이 생기니까 넓게 사람들을 사귀던 제가 사람을 잘 못 사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남자친구를 만나고, 일방적으로 돌봄을 받으면서 ‘나도 돌봄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돌봄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고요.

  
이 날짜를 맞혀주세요!  
일본의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인 우에노 치즈코(Ueno Chizuko)는 저서 ‘돌봄의 사회학’에서 “좋은 돌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가족적인 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족의 테두리를 넘어서 공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돌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상황인만큼 우리도 지금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그래서 준비한 7월 문제! 요양보호사의 날로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날짜는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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