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1시. 2016년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하 청자발)에 선정된 10개 단체 청소년들이 서울 NPO 지원센터 대강당에 모였다. 가장 멀게는 삼천포에서 올라온 팀을 포함해 경기, 강원,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골고루 모여든 터라, 10개 단체의 출발지만으로도 국내지도가 그려진다.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인 만큼 긴장과 설렘,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진중한 고민의 흔적이 매순간 교차했다.
질문과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프레젠테이션 첫 순서는 관록의 2년 차 팀 문화디자인 이 맡았다. 꽃피는학교 고등과정 학생들로 구성된 문화디자인은 2014년 봄, ‘더 나은 문화를 디자인하자’는 뜻을 품고 시작됐다. ‘우리 안에서 출발하여 사회 속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대로, 문화디자인이 다루는 문화의 범위는 학내 문화에서 지역사회 문화로 점차 확대되었다. ‘놀 프로젝트’도 그 결과물인 셈. 동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착안, 청소년들이 찾아낸 해법은 다음과 같다.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자! 안전하고, 재미있게!’ 꽃피는학교 인근, 서대문구 연희동 지역 내 8~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주 1회 놀이터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해 경험을 토대로 보다 강화되는 것은 안전관리다. 서대문소방서에서 안전교육을 받을 예정이며, 대상 연령대의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강의도 들을 계획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단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 친구들, 마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놀이터를 통해 멀어졌던 마을 사람들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다음은 군산의 골목길을 사진과 지도로 기록하는 군산골목길모니터링단의 발표가 이어졌다.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소속 청소년들로 구성된 팀으로, 중학생부터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른 모둠이다. 이미 2014년부터 옛 골목길 풍경을 간직한 원도심(월명동, 영화동)을 답사하며 지도 제작 노하우를 쌓아왔고, 올 11월 경 ‘군산 골목길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다’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군산골목길모니터링단 활동 보러가기
지도는 올해 청자발 선정 단체들이 내건 프로젝트 중 눈에 띄는 키워드다. ‘길의 인문학 지도’를 사업명으로 내건 청구고등학교 동아리 꼬로꼬로 역시 대구 근대골목에 대한 문화스토리텔링 지도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 근대골목에서 문화, 사회, 지역경제와 결합된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가능성을 읽어낸 이들은, 근대골목의 의미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지도 및 매거진을 제작하고자 한다. 아울러 근대골목에 자생하는 사회적기업을 찾아, 근대골목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사업들을 조사하고 그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대구시민과 청소년, 더 나아가 대구를 찾는 관광객에게 대구 근대골목의 의미와 정보를 바로 전달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또한 저희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청소년을 이 사회의 주체로 바라볼 수 있도록, 청소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매거진도 청자발 프로젝트의 단골 키워드 중 하나. 2015년 청자발 지원사업을 통해 본격 무기력 탐구생활이라 할 <핵노답-무기력> 잡지를 선보인 우물밖청개구리는, 그 2탄 격인 <핵노답-자기혐오> 잡지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자기혐오와 관련한 청소년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과 자기혐오를 겪고 있는 청소년, 청년과의 인터뷰, 심리상담가와의 대담 등을 담아낼 생각이다. 보다 많은 이들과 잡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네이버 포스트나 다음카카오 브런치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핵노답 콘텐츠를 연재하고, 독립출판물 아트북페어인 2016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무기력, 자기혐오와 같이 외면당하기 일쑤인 우울하고 부정적이며 불편한 감정들에 대한 솔직한 탐구를 통해, 이 같은 정서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교육공동체 나다 소속 청소년들로 구성된 나다wom은 동명의 잡지 <나다wom>을 발간하는 팀이다. 발표자로 나선 발랄한 두 친구가 구호처럼 외친 프로젝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살아남아라 나다wom! 구독자 및 후원자를 모집하여 청소년 매체로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재정 자립 기초를 마련하는 것. 둘째, 퍼져나가라 나다wom! 더 많은 청소년들이 <나다wom>을 접할 수 있도록 청소년 공간 및 학교 등의 배포처를 확산하는 것. 셋째, 공부하라 나다wom! 세미나, 외부강사 초청특강, 잡지제작 실무 워크숍 등을 진행함으로써 편집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 넷째, 거리로 나가라 나다wom!’ 청소년 인권에 관한 의제로 다른 청소년 단체와 연대하고 집회, 기자회견 등의 거리행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 10월 중엔 나다wom 영화제도 개최할 생각이다.
글 고우정 | 사진 조재무
▶ [2편 이어보기] 2016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 오리엔테이션 세상의 중심에서 ‘청소년다움’을 외치다
박선미
저와 저의 아이들도 이런 사회활동에 참여하고싶네요.
아름다운재단 공식블로그
참, 멋지고 재밌는 활동들이죠? 요즘은 다양한 중간지원조직에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 사업들이 많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