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이 겪는 불편과 차별을 조사하는 곳은 많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국적의, 그만큼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진짜 당사자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이주민과 소통을 위한 기관 회의에 참여한 한 이주민은 회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통에 불편을 겪었다고 지적합니다.

비단 언어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내에 다양한 모습으로, 계층으로 속해있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불편과 차별을 느끼는 그들을 ‘이주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고 대하는 것은 ‘진짜’소통하지 못하는 일방성을 보여줍니다.

올 해 ‘변화의시나리오 프로젝트B’ 지원으로 진행되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이주민 당사자가 제안하는 다문화 정책 플랜 만들기> 사업은 이러한 개선되지 못한 소통으로 이주민과 선주민의 갈등이 고착화 될 것을 우려, 이주민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이주민의 문제를 진단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기존의 이주관련 정책 제안이 선주민 활동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금의 상황을 넘어, 이주민 스스로가 우리 사회에 그들의 필요와 요구를 이야기 하고 그것이 정책화 될 때, 상호인정의 다문화사회로 한 걸음 더 가까워 질 것을 기대합니다.

 

  한국에서 이주민으로 산다는 것  

이주민이 한국에서 체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정부가 발급한 비자. 우리나라에는 크게 35종의 비자가 있다. 이 비자는 다시 세부적으로 갈라져 더 많은 유형의 비자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혼인상태, 자녀양육에 따라 F-6-1, F-6-2, F-6-3 등으로 나뉜다. 이처럼 많은 유형의 비자제도는 당사자들을 혼란스럽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체류의 안정성이 달라진다. ‘비자는 잉크로 그어진 국경이다. 누군가에게 국경은 높고 철조망 투성이지만 누군가에게 국경은 동네 걸어다니 듯 다닐 수 있는 자유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들 체류 유형에 따라 갈등과 불편, 차단된 권리와 체류의 안정성 등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주민이 직접 제안하는 다문화정책 플랜 만들기는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프로젝트다. 그 국경을 넘어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을 대표하는 이주노동자, 결혼이주, 유학생, 동포로부터 한국사회가 진정한 다문화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묻고자 했다. 

이주여성인권센터는 지난 3월부터 비자 유형별 모임을 시작으로, 4월에는 심층인터뷰 교육을 진행하고, 6월부터 이주민 당사자가 직접 동료 이주민을 심층인터뷰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몇번의 심층인터뷰 교육을 통해 이주민 당사자들이 동료 이주민을 심층인터뷰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속에 출발했지만 참여한 이주민 여성들은 너무도 적극적이었고 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심층인터뷰 교육에 참여한 한 결혼이주여성이 다른 유학생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 실습을 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강물이 흐르듯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도 학교에 선배도 있고, 후배도 있는데 제가 인사하면 저에게 아무도 인사 안해요.”

팀플을 할 때 제일 힘들어요. 제가 열심히 해오는 것을 무시해요.”

유학생도 가족이 있어요. 저는 아이도 있는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어요.”

 

서로 다른 국가에서 왔고 다른 학교에 다니는 유학생들은 자신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당황해했다. 자신들이 일상에서 경험한 차별이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 동포는 벼룩시장에서 본 차별의 언어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식당아줌마 구함. 동포 사절”

그는 중국에 사는 동안에도 ‘동포’라는 걸 한시도 잊지 못했고, 그 인연의 끈을 쫓아 한국까지 왔다. 중국에서 TV기자로도 활약했던 그는 자녀를 공부시키기 위해 경제적으로 나은 한국에서 ‘’식당아줌마’로 노동이주를 했지만 ‘동포차별’은 서러움 그 자체였다.

 

베트남결혼이주여성은 인터뷰에서 실수할까봐 목소리마저 떨렸다. “괜찮다, 괜찮다”는 동료들의 응원에 힘을 내어 짧은 인터뷰를 마친 그는 큰 숨을 들이켰다.

그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자신의 한국살이에서 또다른 도전이다. 어린 나이에 시집 와 한국아줌마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아직 꿈많은 젊은이이기 때문이다.

이주여성 당사자가 심층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강사로부터 주의사항에 대한 교정을 받고 있다

 

심층인터뷰 교육에 참여한 이주 여성 당사자가 서로 번갈아 심층인터뷰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심층인터뷰는 대단히 깊이있는 만남을 요하는 것이다. 이번 이주민 당사자가 진행하는 심층인터뷰는 이주민으로서 서로의 공감대를 통해 그 만남의 깊이를 확보하고자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몇몇 참여자들의 경험담은 그것이 어느정도는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민 당사자들과 한끼의 점심, 한잔의 차를 놓고 나누는 이야기들은 참여자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한국살이를 나누는 자리이자, 몰랐던 타인의 고통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여성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http://www.wmigran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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