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청소년부모 생활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 발간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만 24세 이하 청소년부모 가운데 12%는 여관이나 모텔 같은 숙박시설 혹은 찜질방에서 아이와 생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부모 뿐 아니라 영유아 자녀들도 적절한 사회적 보호와 돌봄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조사 결과로 드러나, 이들 자녀의 건강한 발달과 청소년 부모의 자립을 위해서는 적절한 주거 지원정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함을 시사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8일 ‘청소년부모 생활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8월 2주간 만 24세 이하인 청소년 미혼모/부 및 부부 3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집과 보호 시설 이외 다른 장소에서 육아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전체 315명 가운데 38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거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거주 유형을 묻는 질문에 원룸이나 고시텔 등에 살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18%인 57명에 달했다. 거주지 형태의 경우 ‘보증금 있는 월세’와 ‘친인척의 집에 무상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고, 찜질방 모텔 등 임시 거주를 하고 있다는 응답도 있어 대체로 불안정하고 단기적인 대책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장 필요한 지원은 생활비와 주거비용”이라지만…무직 비율 높아
경제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61%인 193명이 현재 별다른 직업 없이 ‘쉬고 있다’(휴직/휴학 포함)고 답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15.6%)나 학생(6.3%)이라는 답도 높아 안정적인 수입원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부모들이 꼽은 ‘양육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제도’는 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30.5%) 보증금, 월세 등 주거비용(20.7%)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저축 및 대출 용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와, 이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이 주거 및 전반적인 생활에 대한 지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부모 지원에만 초점 맞춘 정부 지원…가정을 꾸리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아이러니
이들의 수입원으로는 ‘기초생활수급/한부모 가족지원 아동 양육비’(32%) 등 정부 지원 비중이 높았다. 아이 1명당 월 35만원의 양육비와 월 10만원의 자립촉진수당 등 청소년부모를 위한 정부지원정책이 있으나 2인 가구 최저생계비 174만 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마저도 한부모 가족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의 대상은 모자가족 혹은 부자가족을 말하며, 사실혼은 제외하고 있다. 미성년인 청소년 부모가 부부로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받을 수 없다. 만 18세 이상이 아니면 혼인신고를 할 수 없어 청소년 부부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전세자금대출 등 주거 지원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지원의 초점이 한부모에 맞춰지다 보니 가정을 꾸려 책임지려 하면 오히려 지원에서 배제되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다.
“청소년부모의 특수성을 반영한 국가 지원이 필요해”
전문가들은 청소년부모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서는 주거 지원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유미숙 한국미혼모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청소년부모의 특수성을 반영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원가족 울타리에서 육아를 하며 살 수 있도록 주거 및 생활을 지원하면 가족 해체와 빈곤 대물림 등 또 다른 사회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지원사업을 총괄한 김연안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국장은 “일단 주거가 안정돼야 장기적인 생활을 계획 하에 양육을 할 수 있고, 자립까지 도모할 수 있다”며 “청소년 부부도 주거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기본적인 생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 주거영역 <청소년주거복지지원사업>으로 주거 지원 확대한다
이번 조사는 아름다운재단 <2019주거영역 통합공모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아름다운재단은 안정적인 주거가 삶의 필수 요소임을 인식하고 ‘주거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 활동’, ‘주거권 옹호 및 연구 활동’을 확대하며 청소년 부부 외에도 쉼터 퇴소 청소년, 비주택 거주자 등 주거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지원해왔다.
아름다운재단은 올해부터 <청소년주거복지지원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추후 3년간 지원단체 ‘킹메이커’와 함께 위기 청소년부모를 지원하는 ‘119응급하우스’, 년세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토록 돕는 ‘인큐베이팅하우스’, 연구사업을 통한 정책 제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립의 기초가 되는 주거 지원으로 지역사회에서 아이를 양육하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정부 정책으로 지원 및 사례관리가 되도록 이끄는 것이 목표다.
2월 7일 국회에서는 정은혜 의원실 주최의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번 보고서에서 다룬 문제뿐 아니라 교육, 자립 등 청소년부모 전반에 관한 지원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연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름다운재단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재단은 기부자·활동가·아름다운 시민이 함께 하는 공익재단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변화’를 목표로 올바른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건강/교육/노동/문화/사회참여/안전/주거/환경 영역의 30여 개 사업을 통해 이웃을 돕고 공익활동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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