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여행 풍경

기차 여행의 풍경처럼

 

“대학생활의 추억 중엔 기차여행이 특히 떠올라요. 일주일 동안 기차역을 중심으로 전국을 일주했는데요. 제천, 안동, 경주는 아직도 생생해요. 단양 8경은 너무나 감동적이었고요. 그 절경에 힐링이 되는 것 같았어요.”

얼굴 가득 행복을 덮어주는 회상. 최지아 장학생(가명)은 저마다의 여행지에서 각별한 선물을 건네받았습니다. 제천에선 휴식을, 안동에선 웃음을, 또는 경주의 감탄과 무엇보다 단양의 치유를 맘속에 고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소중한 추억 쌓고 편안한 쉼도 갖게 아름다운재단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의 지원도 보탬이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렇게 숨찬 학업을 감당하고 벅찬 아르바이트도 관통해서 바야흐로 그녀는 졸업식을 눈앞에 두었습니다.

장애를 보듬는 눈물과 웃음

유아특수교육 수업에 매진하는 최지아 장학생. 진로로 원래 사회복지학을 염두에 두었지만, 그녀는 한층 전문적인 학과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막냇동생 때문입니다. 그녀의 막냇동생은 청소년으로 지적장애 1급. 정말이지 막냇동생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언어치료학과도 고려했고, 고심 끝에 유아특수교육학과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씩 막냇동생의 이상행동에 난감했는데요. 장애를 공부하고 나서 막냇동생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소망과 감정을 분출하지 못해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더라고요. 진짜 슬펐고, 많이 아팠어요.”

사랑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동감. 최지아 장학생은 어쩌면 막냇동생을 마주하는 심정으로 여느 아동청소년의 장애 또한 보듬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습이나 봉사를 위해 오고 갔던 특수학교에서 그녀는 수많은 아동청소년과 함께 울고 같이 웃었습니다. 그사이 그녀는 점점 특수교사로 성장했고, 어느새 아동청소년은 경계 없이 그녀를 잘 따랐습니다.

“계절학교라고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공동담임으로 중증장애청소년들을 보살폈는데요. 며칠간 정들었다고 헤어질 즈음에 한 학생이 편지를 전해주더라고요. 밥투정이 꽤 심했는데 밥을 잘 먹겠다고도 하고…… 맞춤법도 틀렸고, 글씨도 삐뚤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잖아요. 울컥했어요.”

추억과 쉼, 그리고 공감대

여타 전문 분야처럼 유아특수교육의 공부량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담스럽다거나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습니다. 간절한 목표였던 탓입니다. 따라서 최지아 장학생은 대학 생활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수업에 열중하고 스터디도 참여했습니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계속했습니다.

“일과가 제법 빠듯했죠. 그중 알바하다 사람한테 치일 적엔 적잖게 눈물도 흘렸어요. 그래서 ‘날자’의 지원이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한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알바 시간도 줄일 수 있었거든요. 친구랑 차를 한잔해도 좀 느긋했죠. 그리고 제가 공연문화를 좋아하는데요. 연극이나 뮤지컬도 더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어요.”

여유와 여력이 생겨난 대학생활. 최지아 장학생은 취미나 여행도 보다 즐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을 통한 장학생들 간의 인연은 특히 뜻깊었습니다. 이제껏 외로운 사연과 힘겨운 형편을 오롯이 털어놓을 데가 없었습니다. 홀로 끙끙 앓은 날도 부지기수. 그만큼 장학생들과 형성하는 공감대는 그녀에게 감명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도 약간의 벽이 있었는데요. 우리끼린 속사정과 속마음을 유감없이 나눌 수 있었어요. 엄청나게 시원했죠. 그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정보나 기타 지원 내용도 공유할 수 있고, 큰 도움이 됐어요.”

기차길

꽃보다 아름다운 꿈

하루하루 성실한 발걸음에 어느덧 최지아 장학생은 졸업을 앞두었습니다. 아슴아슴 떠오르는 대학생활은 돌아보면 모두 추억. 그 시절 그간에 갈고닦은 지식과 능력으로 그녀는 사회 진출을 가늠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녀는 특수교사로서 아동청소년의 복지에 몰두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를 위해 관심 뒀던 언어치료대학원에도 도전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자리 잡고 남들한테 베풀려고 해요. 사실 예전에 한 아동을 후원했는데요. 그조차 쉽지 않아 도중에 그만뒀거든요. 그때 작게라도 베풀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최지아 장학생의 소망에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씨가 녹아있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도움 받아왔던 그 이상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꽃보다 아름다운 꿈도 간직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체계적인 복지시설의 건립이 그것. 장애는 곤궁한 환경에서 더욱 발생하고 점점 악화되기 마련입니다. 그 같은 생활에서 치료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습니다. 따라서 그녀는 숙식공간을 갖추고 재활치료나 특수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복지시설을 설계하곤 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따사롭습니다. 세상은 나날이 각박해지고 삭막해지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소외되거나 병약한 존재를 감싸안는 최지아 장학생의 꿈은 울림이 짙었습니다. 실제로 사막 같은 세상에선 이해와 배려가 바로 오아시스인 것. 그렇다면 졸업한 후 그녀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에서 그녀는 이웃에게 여러모로 베푸는 일상을 실현하리라 짐작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추억을 수놓은 그해 기차여행의 풍경처럼 타인에게 행복을 덮어줄 것도 같습니다.


글ㅣ노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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