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청소년’다운 이야기, 들어볼래요?


첫 시작은 세상에 할 말 많은 청소년들이 있다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판을 깔아보자는 대책 없는 시도였다. 하지만, 하나 둘 청소년이 모여들었고,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다 보니 애정을 가진 구성원들이 자리를 잡아 운영주체가 되어 함께 잡지를 만들고, 『나다wom』의 운영을 나눠지고 있다. 이렇게 구성원이 안정되며 현재는 잡지 만들기 외의 더 많은 활동을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꿈을 꾸며  『나다wom』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무나 볼 수 있는 인문학 잡지 나다wom

아무나 볼 수 있는 인문학 잡지 나다wom

‘지금’ ‘청소년인 사람들이’ ‘직접’ 외친다

나다wom 모둠원 조규원, 박예진

나다wom 모둠원 조규원, 박예진


“그것이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 혹은 “그것의 긍정적인 속성을 충분히 지니다” 또는 “그것의 전형적인 속성을 지니다”는 뜻을 다하는 어미 ‘–답다’. 설핏 보면 자신의 본질을 담아내는 단어 같지만, 실상 다른 사람의 욕망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명령어다. 남들과 다른 제 모습은 멀찍이 치워둔 채 ‘역할’에만 초점을 둔 굴레라고 할까. 여자‘답고’ 남자‘답고’ 학생‘다운’ 하루하루는 그래서 지루하고 답답하다 못해 숨이 막힌다. 그 보이지 않는 억압을 해체하려고 청소년 당사자들이 만든 잡지가 『나다wom』이다. 누구도 아닌 ‘나’의 성질과 특성을 긍정하기 위해서.

세상에 할 말 많은 청소년들이 있다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판을 깔아보자는 대책 없는 시도가 그 처음이었다. 하나둘 청소년이 모여들었고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다 보니 애정을 가진 구성원들이 자리를 잡아 운영 주체가 되어 함께 잡지를 만들고 『나다wom』의 운영을 나눠지고 있다.

남성중심사회를 뒤집어 그려낸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인간의 기본지칭이 되는 ‘남성man’을 뒤집어 ‘여성wom’을 사용했듯, 나다wom 역시 ‘어른’ 중심으로 맞춰진 세상의 규칙을 뒤집어 주변으로 밀려난 ‘청소년wom’ 세상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가진 자들의 입장에 서있는 목소리, 비청소년의 입장에 서있는 목소리에서 약자인 청소년의 목소리를 찾아낸다.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은 청소년의 목소리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다wom』은 세상이 들으려고 하지 않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지금’, ‘청소년인 사람들이’, ‘직접’ 외친다. 그렇게 ‘아무나 볼 수 있는 인문학’ 잡지를 만든다. 제도적 학문 속 박제된 인문학이 아닌, 세계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청소년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하냐고요?

어른의 지도없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며 관계도 고민도 잘 챙겨나갈 수 있는 청소년 활동단체를 꿈꾸며 나다wom 편집위원으로 합류한 규원

어른의 지도없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며 관계도 고민도 잘 챙겨나갈 수 있는 청소년 활동단체를 꿈꾸며 나다wom 편집위원으로 합류한 규원


탈학교, 일반학교, 대안학교, 청년 등 10여명의 사람이 모여 지난여름 12번째 『나다wom』을 만들었다. 편집위원이 생기고 외부필자를 들이며 주거권, 인권, 연애, 세월호, 국정교과서, 금기, 진로, 돈과 같은 주제로 청소년의 이야기를 나눈 지도 벌써 3년. 시간이 흐를수록 『나다wom』은 더 넓고 깊게 흘러간다. 자유롭지만 길을 잃지 않는 그들은 학교 바깥에서 어른의 ‘지도’ 없이 자치적으로 운영되며 관계도 고민도 잘 챙겨나갈 수 있는 청소년 활동단체를 꿈꾼다. 열여덟 살의 규원은 그런 『나다wom』에 매료돼 편집위원으로 합류했다.

“나다 강의 들으러 갔다가 작년 9월부터 『나다wom』 활동하고 있어요. 그때 강의 주제가 진로였는데 좀 쇼킹했어요. 열정과 패기, 꿈이라는 게 과연 정말 좋은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죠. 꿈이 있어도 없어도 불안한 내 자신에게 꿈은 어떤 포장 같은 것이고, 뜯어보면 경쟁으로 점철된 사회가 원하는 뭔가가 들어차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약간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상처도 받고. 이후엔 주어진 말들을 믿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 게 아니라 좀 더 신중하게 스스로 선택하게 됐어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주입식으로 듣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 나다wom 편집위원으로 인연을 맺은 예진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주입식으로 듣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 나다wom 편집위원으로 인연을 맺은 예진


스물한 살인 예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글을 기고하면서 『나다wom』과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열정적인 구성원으로 자리했다. 

“저 역시 나다의 강의를 들으며 왜 청소년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지 의문을 품게 됐어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를 주입식으로 듣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요. 가령 역사를 주제로 둔다면 ‘21세기 역사’를 이야기하는 거요. 연애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는 연애문학을 다룬다거나. 새로운 주제, 주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좋아요. 간혹 제 마음을 찔러서 어떨 때는 펑펑 울기도 하지만 그걸 책에 담아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해요.” 

청소년의 이야기는 세상이 말하는 당위성을 허무는 것부터 시작한다. 국정교과서 논란이 한창일 때 실시했던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바로 그 예다. 어른들은 국정교과서가 국정이라서 문제라지만 청소년들은 학교 자체가 이상하기 때문에 어떤 교과서든 상관없다고 답한 것. 어차피 그 교과서로 배우고 거기에 따른 시험을 보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회의 섞인 답변은 씁쓸했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기 위해 『나다wom』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도발과 전복의 『나다wom』 이야기

짧은 시간 종횡무진 내달린 『나다wom』은 2015년 말부터 운영 독립을 준비해 왔다. 운영 책임을 더 나눠가며 『나다wom』을 ‘우리’의 활동으로 삼으려고 시도했다. 그러자면 『나다wom』이 지속 가능하도록 재정 자립을 모색하는 게 급선무였다. 일부러 관심을 가져야만 눈에 들어오는 인터넷 공개를 넘어 학교나 청소년이 모이는 공간에 잡지를 비치해 청소년의 접근성을 높여야 했다. 그러자면 『나다wom』 활동에 대한 지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젝트가 절실했고 그것을 진행하기 위한 자원이 필요했다. 그때 떠오른 게 아름다운재단의 ‘청소년 자발적 사회문화활동 지원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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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wom 영화제 '영화로운 하루'

나다wom 영화제 ‘영화로운 하루’

“『나다wom』이 청소년 활동 단체로 도약하기 위한 “살아남아라! 퍼져나가라! 공부하라! 거리로 나가라!” 프로젝트를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받고 아주 기뻤죠. 뭣보다 잡지를 만들어 발송할 수 있으니까요. 공부모임도 시작했는데 성교육, 청소년 인권, 페미니즘 등을 좀 더 깊게 이해하는 시간이었요. 그리고 더 많은 목소리를 듣기 위한 영화제 ‘나다wom 영화로운 하루’도 준비했죠. 영화나 책을 보고 얘기 나누는 ‘인문학 수다’ 코너를 변형한 행사인데, 청소년이 참가할 수 있는 영화제를 개최해 『나다wom』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게 기획 의도였어요. 잡지만이 아닌 거리에서 청소년과 만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고, 다른 청소년, 지인, 가족과 함께 청소년 인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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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wom활동은 "왜 청소년은 이래야 해? 왜 이렇다고 말해? 아니거든!"하고 세상에 향해 소리친다

나다wom활동은 “왜 청소년은 이래야 해? 왜 이렇다고 말해? 아니거든!”하고 세상에 향해 소리친다

예진은 『나다wom』을 보지 않는 사람들도 영화제에 초대했다고 귀띔했다.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어서였다. <억셉티드>(Accepted, 2006),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2015), <바그다드 카페>(Bagdad Cafe, 1987), <서프러제트>(Suffragette, 2015). <지옥이 뭐가 나빠>(2013)는 『나다wom』과 청소년 인권을 충분히 담아냈다. 영화 상영 후엔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규원은 다시 한 번 청소년 인문학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청소년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하냐고요? 사람들이 ‘청소년은 인문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학교 공부로 알 수 없는 게 있거든요. 사실 학교 밖에서도,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교과서대로 진행되진 않잖아요. 훨씬 더 잔인하기도 하고. 가만 보면 어떤 억압들의 연속이에요. 인문학을 배우지 않으면 무지 때문에 그 억압을 알아챌 수도 없어요. 사회 주류 가치관을 따라 사는 건 그리 행복하지 않은데도 따르게 돼요. 인문학을 공부하면 적어도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내게 어떤 게 좋은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요. 『나다wom』이 필요한 이유예요.”

청소년에게 공부 이외의 활동을 권장하지 않는 세상에서 누구의 강요나 돌아오는 혜택 없이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고 모인 『나다wom』.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도발적이고 전복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들의 활동은 “왜 청소년은 이래야 해? 왜 이렇다고 말해? 아니거든!” 하고 세상에 향해 소리친다. 그것은 살아있는 자유이자 그 자체로 삶이다.

 

글 우승연ㅣ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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